전성기가 지난 '왕년의 캐롬 왕국' 일본에 1쿠션 종목 최강 베트남이 무너졌다. 일본은 사상 처음 1쿠션 종목에서 아시아챔피언에 올랐고, 베트남은 아시아선수권에서 처음 1쿠션 종목 우승을 놓치며 3연패에 실패했다.
일본의 모리 요이치로가 지난 26일 강원도 양구군에서 열린 '제11회 아시아캐롬선수권대회' 1쿠션 종목 결승전에서 보푸억탄(베트남)을 25이닝 만에 93:68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모리는 지난 2013년 한국에서 열린 '제4회 인천 실내무도아시아경기대회' 캐롬 1쿠션 종목에서 금메달 황득희(프로 전향)와 은메달 응오딘나이(프로 전향·SK렌터카)에 이어 마민깜(프로 전향·NH농협카드)과 함께 동메달을 딴 선수다.
이번 대회 1쿠션 경기에서는 국제 무대에서 경험이 많은 모리의 노련한 플레이에 베트남과 한국 선수들이 차례로 무너졌다.
16강에서 모리는 한국의 '3쿠션 챔피언'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를 25이닝 만에 94:83으로 어렵게 꺾고 8강에 올랐고, 8강에서는 강자인(충남체육회)을 상대로 단 13이닝 만에 100점을 완성하며 100:50으로 승리, 준결승에 진출했다.
모리는 준결승과 결승에서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실력을 보여준 브엉민띠엔과 보푸억탄을 만났지만, 정교한 세리(모아치기)를 앞세워 베트남의 두 강자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준결승에서 만난 브엉민띠엔은 앞선 16강전에서 13이닝, 8강에서는 대회 최고 기록인 9이닝(애버리지 11.111)을 기록한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보통 국제대회 1쿠션 경기에서는 7점 이상의 애버리지를 기록하면 승리를 거둔다. 1쿠션 세리에 능한 베트남이나 일본 선수들이 이 기록에 도달해 승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은 대체로 이보다 낮은 5점대 애버리지를 기록하기 때문에 통상 6~7점대 이상 애버리지가 나오면 이기는 것이 쉽지 않다.
지난 2013년 실내무도아시아경기대회 결승에서 황득희가 10이닝 내외로 100점을 마무리하던 세계 최강자 응오딘나이를 꺾었을 때 13이닝 만에 100:97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에서 여러 차례 7점대 이상의 애버리지로 승리를 이어갔다. 16강전에서는 브엉민띠엔과 팜두이딴이 13이닝(7.692)의 기록으로 한국의 이대웅(경기 수원)과 김정섭(서울)을 꺾었고, 8강에서는 모리가 강자인을 애버리지 7.629로 누르고 4강에 진출했다.
또한, 준결승전에서는 보푸억탄이 한국의 이정희(시흥체육회)에게 13이닝(7.692) 만에 승리하면서 결승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1쿠션 아시아선수권자인 응오딘나이와 마민깜(프로 전향·NH농협카드)의 공백이 무색하게 베트남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베트남의 대회 3연패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던 강력한 우승 후보 브엉민띠엔을 만난 모리가 결승에 진출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준결승전 11이닝까지 모리는 50:69로 지고 있었고, 브엉민띠엔이 20점 이상 연속타가 한 번 나오면 그대로 경기는 끝나게 되는 상황.
그런데 12이닝 공격에서 모리가 먼저 26점타를 터트려 76:70으로 역전하면서 승부의 반전이 일어났다.
잘 나가던 브엉민띠엔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3-9-12 연속타를 성공시킨 모리가 15이닝 만에 100:74로 승리하고 결승에 올라가는 이변을 연출했다.
모리와 결승에서 만난 보푸억탄은 16강전에서 한국의 김정섭과 경기하며 25이닝 제한에 걸려 88:64로 어렵게 승리하며 8강에 올라왔지만, 이후 응우옌흐우탄을 17이닝 만에 100:72(애버리지 5.882), 준결승에서는 이정희를 13이닝 만에 100:19(7.692)로 꺾는 등 점점 나은 실력을 보여주며 결승에 올라왔다.
결승에서는 모리가 초반 7이닝까지 4이닝 10득점을 제외하고 모두 범타로 물러난 절호의 기회를 보푸억탄이 단 17득점에 그치며 살리지 못한 것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모리가 8이닝 8득점과 9이닝 16득점을 올리면서 34:23으로 뒤집혔고, 12이닝부터 1-4-10-1-3-6-9 등 연속타를 성공시켜 69:49로 계속 리드를 지켰다.
보푸억탄이 25이닝이 될 때까지 컨디션을 찾지 못하면서 노련한 모리가 21이닝 12득점, 22이닝 9득점 등에 힘입어 93:68로 승리를 거두고 사상 첫 1쿠션 종목에서 일본의 아시아챔피언에 올랐다.
한편, 지난 아시아선수권에서 1쿠션 준우승에 그쳤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 조명우와 이정희, 강자인 등 실력자를 내보내 정상 탈환을 노렸으나, 아쉽게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이정희가 8강에서 베트남의 팜두이탄을 상대로 15이닝 만에 100:70으로 승리하며 공동 3위를 차지해 아시아선수권 1쿠션 종목에서 3회 연속 입상하는 기록을 이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