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직과 홍진표가 3쿠션의 판도를 뒤바꾸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빌리어즈=김탁 기자] 2015년 무서운 20대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한국 3쿠션의 판도는 연륜과 경험에서 젊음과 패기로 완전히 넘어가게 된다. 김행직이 그 스타트를 끊었고, 홍진표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들의 반란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김행직(23, 전남당구연맹)이 끝내 국내 남자 3쿠션 랭킹 1위에 올라섰다. 23세에 불과한 김행직은 종전 김경률의 26세 최연소 기록을 넘어섰다. 20대 초반에 국내 일인자 자리에 앉은 김행직은 이제 명실상부한 최강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랭킹 1위에 오르는 것은 꾸준히 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랭킹 1위가 갖는 의미는 최소 1년 이상 누구보다도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전 10위권 내에 머물러 있던 김행직은 지난 4월에 열린 ‘2015 빌리어즈TV 코리아 오픈’과 5월에 열린 ‘제3회 국토정중앙배 2015 전국당구선수권대회’ 등을 모두 휩쓸며 순식간에 랭킹 포인트 210점을 보탰다. 국토정중앙배는 지난해에 이어 대회 2연패를 차지한 것이다.
종전 1위 허정한(38, 경남당구연맹)은 407점의 김행직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388점으로 2위에 머물렀다. 세계 랭킹 1위 최성원과 국내 랭킹 1위 허정한을 비롯해 조재호, 강동궁, 이충복 등 한국 3쿠션의 간판은 주로 30대 중후반이었다. 이들이 두각을 나타낸 것도 30대를 넘어서다.
김행직처럼 20대 초반의 3쿠션 선수가 연륜과 실력을 겸비한 이 한국의 간판선수들을 넘어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스포츠에서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김행직을 놓고 우리는 ‘준비된 챔피언’이라고 평가해 왔다.
그러다 뇌수막염으로 김행직이 쓰러졌을 때, 한국 당구의 미래를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지 막막해 하기도 했다. 강한 투지로 뇌수막염을 극복한 김행직이 다시 돌아왔을 때, 그가 어서 빨리 예전의 기량을 찾아 주길 간절히 바라기도 했다. 그런데 그가 이렇게 빨리 일어설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김행직은 올해 열린 모든 국내외 대회에서 입상했다. 2015년 첫 번째 테이프를 끊은 ‘제7회 아시아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챔피언에 올라 질주를 예고했던 김행직은 3월 열린 룩소르 3C 월드컵에서 사상 첫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어서 4월에는 코리아 오픈, 5월에는 국토정중앙배까지 휩쓸어 4번의 국내외 대회에서 우승 3번, 준우승 1번의 활약을 펼쳤다.
이러한 상승세로 인해 앞으로 열릴 월드컵과 국내외 각종 대회에서 많은 견제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행직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선수는 대전시당구연맹의 홍진표다. 1986년생인 홍진표는 그간 국내외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줘 차세대 3쿠션 간판 주자로 손꼽혀 왔다. 그런 그가 이번 국토정중앙배에서 사상 처음 준우승을 차지했다.
후배 김행직에게 33:40으로 아쉽게 패했지만, 처음 치러보는 전국대회 결승전이었고 상대가 최근 최고조에 올라있는 김행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좋은 활약을 펼친 것이다. 홍진표의 이런 활약은 20대의 젊은 선수들이 국내 3쿠션의 판도를 뒤바꾸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성실하고 묵묵하기로 유명한 홍진표가 김행직과 함께 상승 기류를 탄다는 것은 새로운 변화를 기대할 만한 일이다. 어쩌면 한국 당구의 판도를 완전히 돌려놓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
김탁 기자
taktak@thebilliards.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