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가 프로당구 왕중왕전 'SK렌터카 PBA 월드챔피언십 2023' 결승에 진출했다.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스페인의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가 프로당구 왕중왕전 'SK렌터카 PBA 월드챔피언십 2023' 결승에 진출했다.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하이런 12점, 11점, 10점, 10점. 쾅, 쾅, 쾅, 쾅. 시원한 장타 퍼레이드가 펼쳐진 보기 드문 명승부.

월드챔피언십 준결승전에서 벌어진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와 이영훈의 치열한 대결에서 마르티네스가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투어 3승'의 강호 마르티네스를 맞아 선전했던 이영훈은 아쉽게 패해 4강에서 도전을 멈췄다.

마르티네스는 10일 오후 4시에 경기도 고양시 JTBC스튜디오에서 열린 'SK렌터카 PBA 월드챔피언십 2023' 준결승전에서 이영훈을 세트스코어 4-2로 꺾었다.

이영훈은 세트스코어 1-1에서 2세트와 3세트에서 두 번이나 14점에 먼저 도달하고도 세트포인트를 놓친 것이 너무 아쉬웠다.

이번 준결승전에서 두 선수는 매 세트 시원한 장타를 쏟아냈다. 1세트 첫 타석부터 이영훈이 하이런 11점 대포를 쏘며 포문을 열었고, 2세트에서도 10점짜리 한 방으로 승부를 뜨겁게 달궜다.

마르티네스도 만만치 않은 화력을 과시했다. 이영훈이 1세트를 11:0으로 시작하자 곧바로 2이닝 공격에서 9득점으로 응수하며 11:9로 따라붙었다.

1세트는 이영훈이 먼저 웃었다. 2이닝에서 2점, 3이닝에서 1점을 올린 이영훈은 14:10으로 리드했고, 4이닝에서 세트포인트를 득점해 15:10으로 1세트를 선취했다. (1-0)

중요한 1세트를 내준 마르티네스는 2세트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이영훈과 화력 대결을 벌였다. 마르티네스는 1이닝과 2이닝에 3점씩 득점한 다음 한 타석 걸러 4이닝 공격에서 대거 7득점을 올려 13:0으로 앞섰다.

너무 크게 벌어져 쫓아가기 힘들어 보였지만 이영훈은 포기하지 않았다. 5이닝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이번에는 10점타를 터트렸다.

경기 시작 후 9번의 공격을 주고받는 동안 두 선수가 성공한 장타만 무려 4번.

마르티네스는 1, 2세트 9이닝 동안 23점, 이영훈은 25점을 득점해 경기 초반 애버리지가 각각 2.555와 2.777를 기록할 정도로 화려한 승부가 벌어졌다.

2세트 마무리는 마르티네스의 몫이었다. 10:13으로 이영훈이 쫓아가던 시점에 마르티네스가 6이닝 타석에서 먼저 2점을 마무리하면서 15:10으로 2세트를 승리했다.

결승전에서 경기하는 마르티네스.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준결승전에서 경기하는 마르티네스.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1-1 동점을 허용한 이영훈은 3세트부터는 더 매섭게 마르티네스를 몰아붙였다.

이영훈은 4:6으로 지고 있던 6이닝 공격에서 다시 7점타를 터트리며 11:6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후속타가 늦게 터지면서 마르티네스에게 쫓아올 기회를 주었고, 7이닝에서 4점과 8이닝에서 2점을 만회한 마르티네스에게 11:12로 재역전을 허용했다.

9이닝에서 한 점 따라붙어 12:12 동점을 만든 이영훈은 10이닝에서 2점을 득점하며 14:12로 먼저 세트포인트에 도달했다.

그런데 이영훈은 세트포인트를 놓쳤고, 이 실수가 컸다. 공격권을 받은 마르티네스가 11이닝 타석에서 남아있던 3점을 모두 쓸어 담으면서 14:15로 3세트가 끝났다.

세트스코어 2-1로 앞서갈 수 있었던 기회를 날린 이영훈과 찬스를 살린 마르티네스.

한순간에 승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영훈의 이어진 4세트와 5세트 플레이가 좋았기 때문에 3세트의 한 점 차 패배는 더 아쉬웠다. (1-2)

4세트에서는 첫 타석에 큐를 잡은 마르티네스가 대거 12득점 하이런을 쏟아냈다.

남은 점수는 단 3점. 이영훈은 끈질기게 따라갔다. 2이닝 3득점과 3이닝 1득점, 그리고 5이닝에서 다시 4득점, 그러면서 점수는 8:12까지 좁혀졌다.

마르티네스는 2이닝부터 4연타석 범타로 물러났고, 6이닝 공격권을 받은 이영훈은 6득점 적시타를 터트려 14:12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3세트의 악몽이 살아났다. 이영훈이 세트포인트를 처리하지 못하면서 남은 3점을 마르티네스가 득점, 14:15로 지고 말았다. 

아쉽게 패한 이영훈.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아쉽게 준결승에서 패한 이영훈.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앞서거나 최소한 동점으로 갈 수 있었던 두 번의 한 점 차 승부를 이영훈이 모두 내주면서 세트스코어는 1-3이 됐다.

여유가 생긴 마르티네스는 더 안정을 찾아 5세트에서 쉬지 않고 점수를 이어갔다. 2이닝부터 2-1-2-2-2-1 연속타로 점수는 어느새 4:10.

승리까지 마르티네스가 5점밖에 남지 않은 위기의 순간에 이영훈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내 승부를 뒤집었다.

7이닝 타석에 선 이영훈은 침착하게 10점을 몰아쳐 14:10으로 역전했고, 8이닝에서 세트포인트를 마무리해 15:10으로 5세트를 따내며 2-3을 만들어 추격의 물꼬를 텄다.

5세트까지 오는 긴 시간 동안 보여준 이영훈의 집중력은 놀라웠다. 경기 시간은 두 시간을 지나고 있었고 6세트는 체력과 정신력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마르티네스는 체력이 대단했다. 긴 시간 숨 막히는 승부에서도 지칠 줄을 몰랐다.

6세트 선공에 나선 이영훈이 초구에 5득점과 3이닝, 4이닝에 각각 1점씩 득점해 7점을 만든 사이에 마르티네스는 1-4-2-6 연속타로 무려 13점에 도달했다.

이영훈이 6이닝에서 3점을 더 따라가 10:14가 됐지만, 6이닝 후공에서 마르티네스가 매치포인트를 득점하면서 10:15로 6세트를 따내고 세트스코어 4-2로 136분 동안 벌어진 치열했던 승부를 승리했다.

준결승전에서 뱅킹하는 이영훈과 마르티네스.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준결승전에서 뱅킹하는 이영훈과 마르티네스.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두 선수는 91년생 동갑내기로 똑같이 프로당구 원년에 데뷔했고, 크라운해태 소속으로 팀리그를 뛰는 등 공통점이 많다.

마르티네스가 프로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투어 3승을 거두고 먼저 성장한 점이 다르다면 달랐다.

프로 무대에서는 네 시즌 동안 만날 기회가 없었다. 이번 승부가 두 선수의 첫 대결이었다.

이영훈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승부였다. 최선을 다한 이영훈이 5세트까지 보여준 플레이는 마르티네스에게 결코 뒤지지 않았다.

준결승 후 인터뷰에서 마르티네스는 "월드챔피언십을 기다렸다. 출범 시즌에 시즌 랭킹 1위였는데 대회가 취소되는 바람에 출전하지 못했고, 다음 시즌에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따라서 월드챔피언십 결승은 나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매우 흥분되고 스스로 정말 자랑스럽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영훈과의 준결승전에 대해서는 "결과는 승리했지만 두 세트를 졌고, 심지어 승리한 세트 중 두 세트나 이영훈 선수가 14점을 먼저 채웠다. 오늘 경기에서 이영훈 선수가 어려운 배치를 많이 줬으나, 조금이라도 찬스가 보이면 집중해서 시도한 점이 승리 요인인 것 같다. 더불어 운도 조금 따라줬다고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결승전에서는 "조재호와 팔라존 누가 올라와도 굉장히 어려운 승부가 될 거다. 평소와 다름없이 또 하나의 경기를 준비한다고 생각하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마르티네스는 잠시 후 10시에 시작되는 조재호(NH농협카드)와 하비에르 팔라존(휴온스)의 준결승전 승자와 오는 11일 밤 9시 30분에 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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