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PBA) 출범 4년여 만에 '베트남 1호 우승'이 탄생했다.
우승상금 1억원이 걸린 PBA 투어를 우승하며 베트남 당구선수가 받은 역대 최고 상금의 주인공은 바로 마민깜(NH농협카드).
마민깜은 현재 PBA 투어를 뛰고 있는 베트남 동료 선수 중 가장 먼저 투어 챔피언에 오르며 새 역사를 썼다.
지난 16일 저녁 9시 30분에 강원도 정선에 있는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시즌 5차 투어 '하이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마민깜은 한국의 오태준을 세트스코어 4-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1세트를 12이닝 만에 7:15로 져 불안하게 출발했던 마민깜은 2세트 막판 7:12로 지고 있던 위기 상황에서 5-1-2 연속타를 터트리며 11이닝 만에 15:12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3세트 9:10으로 1점 뒤진 10이닝 공격에서 끝내기 6득점으로 15:10 승리를 거두고 2-1로 역전, 우승의 물고를 텄다.
마민깜은 4세트 2이닝에서 하이런 8점을 올려 경기 흐름을 완전히 장악했고, 4이닝부터 1-2-2-2 연속타로 7이닝 만에 15:8 승리를 거두면서 3-1을 만들었다.
5세트에서도 마민깜은 5:8로 지고 있던 13이닝에서 5점을 득점해 10:8로 역전한 다음 곧바로 14이닝에 남아 있던 5점을 모두 쓸어담고 15:10으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 원년 시즌 마지막 투어에서 처음 출전한 마민깜은 수준급 실력을 발휘하며 첫 투어부터 16강에 진출했다.
16강전에서 그 대회 우승자 김병호(하나카드)에게 0-3으로 패해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다음 시즌 개막전에서 두 번째 출사표 만에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투어마다 8강과 16강 등 본선에 수차례 올라간 마민깜은 팀리그에서 활약을 이어가며 프로 강자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첫 4강 이후 더 이상 준결승에는 오르지 못했고, 이번 시즌에는 2차전부터 4차전까지 모두 64강에서 탈락하며 프로 진출 후 가장 좋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마민깜은 이번 5차 투어에서는 컨디션을 회복해 16강까지 올라왔으나, 우승후보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를 만나는 고비가 있었다.
그러나 16강에서 사파타를 세트스코어 3-1로 꺾은 마민깜은 8강에서 장남국과 치열한 승부 끝에 3-2 신승을 거두고 마침내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준결승에서는 김현우(NH농협카드)를 4-1로 누르고 결승에 진출, 사상 첫 우승에 도전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베트남 당구는 PBA 투어에서도 활약이 기대됐다.
베트남의 정상급 선수 중 한 명인 마민깜과 신예 응우옌후인프엉린(NH농협카드), 뒤늦게 프로로 전향한 응우옌꾸억응우옌(하나카드), 응오딘나이(SK렌터카) 등 4명이 PBA 투어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시즌 2차 투어에서 응우옌후인프엉린이 베트남 선수 중 가장 먼저 결승에 올라갔지만,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에게 져 준우승에 그쳤고, 이번 투어에서 마민깜이 '베트남 1호 우승'을 기록하면서 앞으로 베트남 당구의 매운 맛이 계속될 전망이다.
마민깜은 이번 투어 우승이 3쿠션 종목에서는 첫 메이저급 대회 우승으로, 첫 우승에 상금 1억원까지 받게 됐다.
과거 아마추어 시절 2017년 세계3쿠션선수권에서 4강에 한 차례 올라간 적이 있고, 2019년 아시아선수권에서는 1쿠션 종목 금메달을 딴 바 있다.
우승 인터뷰에서 마민깜은 "기다리고 기다렸던 우승을 하게 돼 정말 기쁘다. 우승 소감은 묘사하기가 힘들다. 몸이 찌릿찌릿하면서 굳는 느낌이다. 기쁨보다 더 높은 감정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가장 먼저 아내에게 고맙고, NH농협카드의 지원과 적극적으로 현장에서 응원해 준 그린포스 멤버들, 멀리 베트남에서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이번 투어에서 프로 4년 만에 처음 결승에 올라온 준우승자 오태준은 "이번에 결승 무대에 서 봤기 때문에 좋은 발판이 돼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아쉬움을 달랬다.
오태준은 종전까지 8강이 최고 성적이었으나 이번 준결승전에서 조재호(NH농협카드)를 4-3으로 꺾으며 처음 결승에 진출했다.
앞서 64강부터 김재근(크라운해태), 김남수(TS샴푸·푸라닭), 박동준, 안토니오 몬테스(스페인) 등 어려운 상대들을 차례로 꺾고 준결승에 올라와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때 NH농협카드 선수로 팀리그를 뛰다가 개인 투어 성적이 나빠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이번 투어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부활을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