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개 3쿠션, 특히 국제식 대대에서 선수처럼 3쿠션을 즐기는 마니아는 전자인 경우가 많고, 중대나 포켓볼을 즐기는 사람들은 후자인 경우가 많다.
이런 당구클럽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인 만큼 에티켓이 무엇보다 중요한 장소다.
그리고 당구클럽은 몇천만 원짜리 당구대와 한 대당 수십만 원이나 하는 라사지 등을 비롯하여 온갖 고가의 물건들로 가득하다. 사람도 많고 값비싼 물건도 많기 때문에 당구클럽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거운 시간이 되기 위해서는 꼭 지켜야 할 수칙이 있다.
1 친구와 대화하고 싶을 때
당구클럽에서는 떠들어도 된다. 단, 작은 소리로. 우리끼리 알아들을 수 있을 만한 데시벨의 소리로 떠들자. 제발 온 당구클럽 사람들이 당신의 존재를 알게 하지 마라.
2 옆 테이블에 예쁜 여자 손님이 있을 때
만약 옆에 여자들끼리 온 테이블이 있다면, 곁눈질로 힐끔거리는 대신 자신의 게임에 집중하자. 차라리 집중하고 있는 남자가 얼마나 섹시한지를 어필해라.
여자들도 당구 치고 싶다. 그런데 포켓볼 전용클럽이 아닌 일반 당구클럽에 가면, 힐끔힐끔 쳐다보거나 말 거는 아저씨들이 꼭 있다.
당구클럽에서 여자 사람 만나는 게 신기한 일도 아닐 텐데 굳이 왜 그럴까. 자꾸 이러면 여자 손님들이 당구클럽에 안 온다.
3 옆 테이블 사람과 부딪혔을 때
옆 테이블 사람과 부딪혔다면 꼭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굳이 목소리를 내서 사과할 필요도 없다. 그저 간단한 묵례나 미안하다는 제스처만으로도 충분하다. 비단 당구클럽에서 뿐만 아니라 길 가다 부딪혀도 이 정도는 꼭 해야 한다.
4 초크칠을 할 때
초크는 필요한 만큼만 묻히자. 폭풍 초크칠 뒤에 반드시 따라오는 행동이 있다. 큐로 당구대를 탕탕 치며 털어내는 것. 도대체 털어낼 초크를 왜 칠한 건지 묻고 싶어진다.
5 담배가 피우고 싶을 때
웬만하면 담배는 흡연실에서 피우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래도 굳이 당구클럽 안에서 담배를 피워야 하겠다면 불붙인 담배는 반드시 재떨이 위에만 올려놓자.
가끔 자신의 순서가 되면 당구대 위에 피우던 담배를 그대로 올려놓고 당구를 치는 사람이 있는데, 그 당구대가 얼만 줄 알고는 있나.
최소 몇백에서 최대 몇천만 원이 훌쩍 넘는 당구대에 소위 ‘담배빵’ 자국을 냈다가는 손해배상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담뱃재라도 라사지에 떨어뜨리게 되면 라사지를 통째로 갈아야 한다.
교체비용은 라사지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지만, 운 나쁘게도 특지 이상의 라사지에 담뱃재를 떨어뜨려서 흠집을 냈다면 최소 15만 원부터 최대 40만 원의 교체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라사지를 통째로 갈아줄 것이 아니라면 담배는 꼭 재떨이 위에 올려놓자.
6 음료수를 마실 때
음료수 컵도 마찬가지다. 당구클럽에는 당구대 옆에 탁자가 있다. 휴대전화만 올려놓으라고 만든 탁자가 아니다.
재떨이, 음료수 컵 등 당구대에 올리면 안 되는 것들을 올려놓으라는 배려다.
마찬가지로 당구대 위에 음료수 컵을 올려놓았다가 음료수를 엎지르게 된다면 몇십만 원짜리 라사지의 교체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7 다리가 아플 때
당구대 위에 걸터앉기 있기, 없기. 안다, 당구대가 딱 걸터앉기 좋은 높이라는 것.
특히 옆 당구대가 비어 있으면 앞쪽에 좁은 의자보다 당구대에 살짝 걸터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게 더 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당신 몸무게 덕분에 당신이 걸터앉은 당구대는 점점 기울어지고 있다. 그리고 다음에 왔을 때는 당신이 걸터앉아 기울어진 그 당구대에서 당신이 게임비를 물어야 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은가.
딱 이 만큼만 지켜도 더 즐거운 당구 라이프를 누릴 수 있다. 당구클럽 사장님도 좋고, 옆 테이블 여자 손님들도 즐겁고, 그리고 나도 행복한 당구생활백서를 잊지 말자.
김민영 기자
skyway02@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