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당구(LPBA) 도전 4년 만에 투어 우승을 차지한 일본의 히가시우치 나츠미(40).  사진=이용휘 기자
여자 프로당구(LPBA) 도전 4년 만에 투어 우승을 차지한 일본의 히가시우치 나츠미(40). 사진=이용휘 기자

'여자 3쿠션 세계챔피언' 출신 일본의 히가시우치 나츠미(40)가 여자 프로당구(LPBA) 도전 4년 만에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히가시우치는 15일 저녁 9시 30분에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LPBA 시즌 5차 투어 '하이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한국의 백민주(26, 크라운해태)를 세트스코어 4-1로 꺾었다.

1세트를 15이닝 만에 11:4로 따낸 히가시우치는 2세트도 11:8(11이닝)로 승리해 2-0으로 앞섰다.

3세트에서는 2:5로 지고 있던 7이닝 타석에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하이런 9득점을 터트려 11:5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3-0을 만들고 일찌감치 승기를 굳혔다.

4세트를 12이닝 만에 8:11로 져 3-1이 됐지만, 5세트를 10이닝 만에 11:2로 승리하고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히가시우치는 지난 2012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4회 세계여자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챔피언에 오른 선수다.

프로 원년에 LPBA로 전향해 기대를 모았으나, 4년 동안 4강에 두 차례 진출한 것 외에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투어에 출전하며 문을 두드린 결과, 22번째 도전 만에 프로 첫 우승의 결실을 맺었다.

히가시우치는 앞서 4차 투어에서 오랜만에 두 번째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또한, 이번 5차 투어에서도 김세연(휴온스)에게 3-2로 승리하며 두 대회 연속 4강을 달성했다.

이번 4강전에서는 김보미(NH농협카드)와 풀 세트 접전 끝에 3-2로 신승을 거두고 처음 결승에 진출했다.

히가시우치는 이번 대회에서 김세연과 김보미 등 강호들을 연속으로 누르고, 4차 투어에 이어 두 대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히가시우치는 이번 대회에서 김세연과 김보미 등 강호들을 연속으로 누르고, 4차 투어에 이어 두 대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매치포인트를 득점하는 순간 두 팔을 번쩍 들고서 기뻐하는 히가시우치.  사진=이용휘 기자
매치포인트를 득점하는 순간 두 팔을 번쩍 들고서 기뻐하는 히가시우치. 사진=이용휘 기자

히가시우치는 우승 인터뷰에서  "아직 믿기지 않고 실감이 안 난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니 우승까지 하게 된 것 같다. PBA 오기 전에 당구를 그만두려다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했다. 힘든 순간이 많았는데, 그 시간을 지나서 우승하게 돼서 더 값지고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한국어를 5년 동안 공부했다고 밝힌 히가시우치는 인터뷰에서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교환학생으로 한국에서 1년간 유학할 당시에 처음 당구(4구)를 접하고 일본으로 돌아가서 3쿠션을 본격적으로 쳤다는 일화를 밝히면서 "아마 한국에 안 왔다면 당구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국과의 인연을 밝히기도 했다.

히가시우치는 앞서 3차 투어를 우승한 일본의 '여자 3쿠션 전설' 히다 오리에(47, SK렌터카)에 이어서 일본 선수 중 두 번째로 LPBA 투어 챔피언에 올랐다. 

현재 LPBA에는 히가시우치와 히다를 비롯해 하야시 나미코(43), 고바야시 료코(37), 사카이 아야코(45) 등 5명의 일본 선수가 뛰고 있다.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백민주(크라운해태).  사진=이용휘 기자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백민주(크라운해태). 사진=이용휘 기자
시상식에서 우승자 히가시우치(가운데)와 PBA 장상진 부총재(왼쪽), 하이원리조트 이삼걸 대표이사.  사진=이용휘 기자
시상식에서 우승자 히가시우치(가운데)와 PBA 장상진 부총재(왼쪽), 하이원리조트 이삼걸 대표이사. 사진=이용휘 기자

한편,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백민주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 결승에 진출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또한, 8강과 준결승전에서는 'LPBA 최강'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와 김가영(하나카드)을 모두 꺾는 등 크게 활약했다.

그동안 4강에 세 차례 올라간 것이 프로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었던 백민주는 앞서 4차 투어에서 히가시우치와 함께 준결승에서 동반 탈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 준결승전에서는 김가영을 3-0으로 완파하고 처음 결승 문턱을 넘어섰다.

백민주는 준우승 소감에 대해 "첫 결승이라 너무 떨렸다. 아무것도 못 해보고 내려온 것이 한이 된다. 앞으로 멘탈을 많이 키워야 될 것 같다. 결승전 무대를 떠올리면서 연습을 더 해야겠다. 한일전이라 꼭 이기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번 경기는 LPBA 결승에서 벌어진 세 번째 한일전이었다. 앞서 두 번의 대결은 1승 1패를 기록했다.

첫 결승 한일전은 2019-20시즌 3차 투어에서 임정숙과 하야시 나미코의 대결로, 임정숙이 3-1로 승리했고, 이번 시즌 3차 투어 결승전에서는 히다와 이마리가 붙어 4-2로 히다가 이겼다.

세 번째 대결이었던 이번 결승전을 히가시우치가 승리하면서 상대전적에서 일본이 2승 1패로 앞서기 시작했다.

과거 히다를 선봉으로 오랫동안 여자 3쿠션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던 일본은 최근 10여 년 동안 캐롬 종목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크게 쇠퇴해 왔다.

지금까지 일본 선수들은 LPBA에서도 기대에 못 미쳤으나, 이번 시즌에는 달라진 모습으로 3차 투어와 이번 5차 투어에서 징검다리 우승을 차지했다.

내리막을 걷고 있던 일본 여자 3쿠션이 이번 5차 투어 우승을 계기로 앞으로 어떤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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