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를 보다가 뜻하지 않게 당구를 만나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당구 경기나 뉴스거리 말고도 예능 프로에서 당구장이 노출되거나,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이 당구를 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당구가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반가워야 할 일이지만, 그게 마냥 좋다고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드라마에서는 과거 회상 장면 속에 조직폭력배들의 당구장 격투 신을 넣어 당구인들의 빈축을 샀고,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지저분한 당구클럽에서 당구를 치며 중국음식을 시켜 먹는 장면을 노출하기도 했다.
잘못된 당구 문화를 계도하고 당구를 더욱 고급 스포츠로 만들어 보려는 이들에게는 이런 장면 하나하나가 나올 때마다 혼란스럽다. 이런 장면은 당구 이미지 개선에 치명적이다. 무의식 중에 당구는 저급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TV 속, 드라마 속에 나온 당구의 모습이 전반적인 당구 이미지 개선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쉽게, 대충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중은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직접 받아들이는 습성이 있다.
정치적이거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 아니라면, 언론에 노출된 이야기나 이미지를 쉽게 받아들인다. 그런 이미지가 자주, 그리고 많이 보이면 보일수록 효과는 더 빠르고 크다.
이런 관점에서 당구와 지저분한 당구장이 TV에 계속 노출되는 것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언론 매체에 당구가 보여지는 모습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지난 8월 16일 첫 방송 된 KBS-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는 민테이블의 스타디움이 등장한다.
최근 TV 속 저속한 당구 문화나 지저분한 당구클럽의 노출은 무척 불편하던 찰나에 회장실에 설치된 민테이블 스타디움의 모습이 무척 반가웠다.
그게 뭐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회장 집무실에 놓인 당구 테이블은 새로운 당구 이미지로 대중에게 각인될 여지가 크다.
지저분하고 중국음식을 시켜 먹는 당구장이 대중에게 보여지는 것보다 당구 테이블이 놓여 있는 회장실이 대중에게 보여지는 것이 당구 이미지 개선에 더 큰 효과가 있으리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민테이블의 개인적인 제품 홍보 차원을 넘어 당구의 전반적인 이미지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론과 미디어에 대한 노출은 심사숙고해야 한다.
전파력이 큰 TV 공중파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당구에 직접 관심을 두지 않는 수천만 명의 대중은 TV 속, 언론 매체 속에서 보여준 당구를 100%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각인 효과가 결국 당구 이미지를 좌우한다. 어쩌면 수억 원을 들여서 유치하는 월드컵이나 세계대회보다 드라마 속에 나온 당구의 한 장면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KBS-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는 매주 토, 일 저녁 7시 55분에 방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