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자3C세계선수권 준우승', 스물두 살 한지은의 도전
상태바
[인터뷰] '여자3C세계선수권 준우승', 스물두 살 한지은의 도전
  • 김민영 기자
  • 승인 2022.10.26 17: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스물두 살 한지은의 아름다운 도전의 1막이 막을 내렸다.

9월 22일 네덜란드 헤이르휘호바르트에서 열린 ‘2022 제10회 세계여자3쿠션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테레사 클롬펜하우어(네덜란드, 세계 1위)에게 져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충분히 뜻깊은 성적이었다. 

한지은의 도전은 지난 2017년 이후 5년, 세 번째 대회만의 결승전 도전이었다.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이미래(프로 전향)가 연속으로 결승에 올라 첫 타이틀에 도전했으나, 아쉽게도 테레사 클롬펜하우어(네덜란드, 세계 1위)와 히다 오리에(일본, 프로 전향)에게 져 준우승에 그쳤다.

특히 한지은은 결승으로 가는 길목인 준결승전에서 오랜만에 마주한 숙명의 한일 라이벌전을 치르며 당구 팬들에게 모처럼 흥미진진하고 스릴 넘치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한지은은 주니어 시절이었던 지난 2019년에 미국 뉴욕에서 열린 ‘버호벤 오픈’ 결승에서 클롬펜하우어를 꺾고 덜컥 우승을 차지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번 세계선수권 결승에서는 아쉽게 졌지만, 한지은의 준우승은 한국 당구가 앞으로도 여자 3쿠션 세계무대에서 더 크게 활약할 것임을 예고했다.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첫 여자 3쿠션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서 단번에 결승까지 올라갔다. 준우승 일단 축하한다. 출전할 때부터 성적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나?

대회가 열리는 네덜란드까지 가는데 무려 20시간이 넘게 걸렸다. 시차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너무 피곤해서 연습도 못 하고 다음 날 바로 대회에 들어갔다.

역시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진짜 애버리지가 너무 안 나왔다. 내가 치면서도 이렇게 안 맞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애버리지가 0점대였다. 심지어 0.4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평소 한지은 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자신감이 너무 많이 떨어졌다. 운 좋게 본선에 올라가기는 했는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마음도 들고 심리적으로도 좀 힘들었다. 하지만 일단 시합에 나왔으니까 열심히만 치자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쳤다. 다행히 점점 테이블 파악이 되면서 결승까지 갈 수 있었다. 


결승까지 가는 중에 가장 어려웠던 경기가 있다면?

사실 다 어려웠다. 어느 시합 하나 쉬운 시합이 없었다. 16강에서 만난 프랑스 선수도 경력이 좀 있는 잘 치는 선수라고 들었다. 역시나 처음 시합을 해봤는데 잘 치더라.

8강에서는 롤랜드 포툼의 아내인 카리나 예텐 선수와 만났는데, 이 선수도 유럽 대회에서 우승도 많이 한 베테랑 선수였다. 특히 이전 경기에서 애버리지 1점 이상을 쳐서 긴장을 많이 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긴장된 경기는 한일전이었던 일본의 니시모토 유코와의 4강전 대결이 아니었을까?

맞다. 다른 경기는 몰라도 이 경기만큼은 절대 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일전이라 4강전이 더 부담됐다. 내가 먼저 치고 나가고 있었지만, 충분히 따라올 수 있는 선수였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었다. 


이번에 결승에서 만난 테레사 클롬펜하우어와는 이미 여러 차례 대결을 한 적이 있다. 특히 2019년에 버호벤 오픈에서 주니어 선수인 한지은 선수가 클롬펜하우어를 꺾고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도 있다.

그 후에 그랑프리 대회와 원주 인터불고 대회에서도 만났었다. 원주에서는 무승부였는데, 그랑프리 때는 1점을 못 쳐서 졌다. 테레사 클롬펜하우어는 확실히 다른 여자 선수들과 다르다.

특히 이번 대회는 유독 디펜스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뭔가 작정을 하고 나온 것 같이. 디펜스가 잘 맞으면 또 자동으로 디펜스가 되기도 하지만 뭔가 완벽하게 디펜스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뒷공이 계속 어려워서 경기가 너무 힘들었다.

아무리 멘탈을 잡으려고 해도 계속 공이 어렵게 서니까 그것도 힘들더라. 덕분에 역디펜스도 연습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역디펜스가 약하다 보니 좀 당한 것 같다. 물론 기본기도 더 키워야 하고,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이번 대회를 통해 여실히 느꼈다.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최근까지 세계3쿠션월드컵에 꾸준히 참가하면서 남자 선수들을 압도하는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운 좋게 인터불고하고 후원 계약을 하면서 기회를 얻게 됐는데,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당구선수 생활을 하면서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건 남자 선수들도 쉽지 않은데 그 기회가 나한테 와서 너무 좋았다. 


인상 깊었던 경기가 있나?

호찌민월드컵에서 베트남 선수와 만났는데, 처음에 애버리지 1.5 이상 10점 이상을 내가 앞서고 있었다. 그런데 몇 번 실수를 하니까 한 번에 따라잡더니 결국 역전패당하고 말았다. 그 대회에서 그 선수가 16강까지 갔는데 그때 기억이 좀 강렬하게 남아 있다. 


이번에 완벽하게 주니어 선수 티를 벗었다. 국내대회에서도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고, 또 단번에 세계 랭킹 2위로 뛰어올랐다. 비약적인 발전이다. 

아직 세계 1위인 클롬펜하우어 선수를 따라잡으려면 멀었다. 솔직히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이후에 세계 랭킹 2위까지 올라갈 줄은 나도 몰랐다. 


당구는 어떻게 치게 됐나?

11살 때 아빠 따라서 당구장에 갔다가 당시 당구선수였던 당구장 사장님이 당구를 한번 배워보지 않겠냐고 권유해주셨다. 그냥 구경만 하러 간 거였는데, 며칠 고민 끝에 해보겠다고 했다. 


왜 당구를 배우겠다는 마음이 들었나?

모르겠다. 어렸을 때부터 이것저것 배우는 걸 좋아해서 당구도 그냥 한번 배워봐야지 이렇게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오게 됐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캐롬 종목만 친 건가?

처음에는 기본 자세랑 스트로크를 배우면서 당구장에 포켓볼 테이블이 한 대 있어서 공을 일자로 포켓에 넣기 이런 연습을 주로 했다. 그러다가 중대로 넘어와서 곧바로 3쿠션을 배웠다.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당구선수가 되겠다는 꿈은 언제 생겼나?

처음에는 그런 생각은 없었다. 당구를 배우고 2년쯤 됐을 때, 초등학교 6학년 때 학생 선수로 등록하고 학생부 시합을 나가기 시작했다. 그때 용현지랑 저보다 한 살 어린, 이번에 주니어선수권대회에 나간 고준상이랑 같이 학생부 대회에서 만나곤 했다. 


용현지 선수와는 그때부터 동갑내기 친구이자 라이벌 관계다. 

둘이 같이 연습도 하고 경쟁도 하면서 같이 더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우리 둘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 한 사람은 프로로, 또 한 사람은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막상 떨어지니 어떤가?

같이 연습할 때가 좋긴 좋았다. 라이벌이지만 친구이기 때문에 같이 있을 때 서로 의지도 하고 얘기도 많이 하면서 힘든 순간을 이겨냈는데, 지금은 서로 따로 떨어져서 연습하다 보니 그런 부분이 아쉽다. 


절친이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는 걸 보면 같이 경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도 같은데?

가끔 궁금하다. 저기서 시합을 하면 어떤 기분일지. 


프로로 같이 안 간 이유가 있었을 텐데?

일단 세계선수권대회가 목표였기 때문에 안 넘어갔다. 버틴 보람이 있다.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내년에 열리는 여자 3쿠션 세계선수권대회도 도전할 생각인가?

솔직히 고민 중이다. 목표로 했던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은 이뤘다. 아무래도 프로는 미디어 노출이 많다는 게 큰 장점이고, 선수로서 이제 성인이니 돈도 벌어야 하는데 연맹에 있으면 아무래도 그런 기회가 적기 때문에 고민이 된다.

특히 여자 3쿠션은 전국체전 종목이 아니라서 시도체육회에서 연봉을 받을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는 포켓볼보다 더 상황이 열악하다. 상금도 프로대회에서 1번 우승하면 2000만원을 상금으로 받을 수 있는데, 연맹에서는 10번을 우승해야 한다.

문제는 1년에 대회가 10번도 안 열린다. 선수는 시합을 자주 해야 성장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기회가 너무 적다. 예전에는 여자 3쿠션 단독대회도 있었는데, 지금은 오로지 전국대회밖에 없고, 세계대회도 선수권대회 말고는 참가할 수 있는 대회가 없어 아쉽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낸 성적이라 더 값진 것 같다. 한지은 선수의 장점은 무엇인가?

몰입을 잘하는 것 같다. 집중이 안 되다가도 한순간에 집중을 한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포커페이스가 잘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스스로 부정적인 생각을 잘 안 한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계속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시합도 잘 풀리게 된다. 


본인이 생각하는 단점도 있나?

자신감이 좀 많이 없다. 시합하기 전에 '내가 우승할 수 있을까, 내가 올라갈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을 엄청 많이 한다. 


스물두 살의 한지은은 어떤 사람인가?

낯가림이 많은 내성적인 'I'다. 사람들과 친해지는 데도 좀 오래 걸리는 편이다.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당구가 가장 큰 관심사다.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뭔가 확 비약적인 성장이 없어서 좀 고민이다.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한지은의 가장 열혈 팬은 누구인가?

엄마다. 엄마는 내가 외국 시합에 나가면 시차가 많이 나는데도 시합을 다 찾아보신다. 아빠는 주로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

진부한 대답일 수 있는데, 인성 좋고 실력 있고 돈 많이 버는 후배들한테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 


한지은의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너무 감사드리는 건 당연하고,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테니 많이 응원 부탁드린다. 그리고 지금까지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과 항상 응원해주시는 김정민 실장님, 당구도 많이 알려주고 밥도 잘 사주는 행직이 오빠, 모두 너무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사진=이우성(675스튜디오)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