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드롱, '1승 1패' 노병찬과 3번째 대결서 56분 만에 3-0 완승

7번째 결승 문턱에서 팀 동료 '튀르키예 전사' 위마즈와 운명의 승부

'3쿠션 황제' 프레데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이 도전자 노병찬(41)을 8강에서 단 56분 만에 세트스코어 3-0으로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3쿠션 황제' 프레데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이 도전자 노병찬(41)을 8강에서 단 56분 만에 세트스코어 3-0으로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빌리어즈=김도하 기자] 더 이상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투어 적응이 끝난 프레데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을 이기는 것은 역시 쉽지 않았다.

쿠드롱이 지난 11일 저녁 7시에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프로당구(PBA) 시즌 3차 투어 'TS샴푸-푸라닭 PBA 챔피언십' 8강전에서 한국의 다크호스 노병찬(41)을 세트스코어 3-0으로 꺾었다.

직전 2차 투어에서 쿠드롱을 64강 탈락시켰던 노병찬은 이번 8강전에서 쿠드롱과 연속해서 만나면서 무명의 선수가 황제를 다시 한번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불과 56분 만에 45점을 쓸어담는 쿠드롱의 신들린 플레이를 도무지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쿠드롱이 이 정도의 컨디션을 경기 내내 유지하면 어느 누구와 붙어도 지지 않는다.

이번 경기에서 쿠드롱은 딱 두 번의 임팩트 있는 공격으로 흐름을 완전히 장악했다. 1세트 두 번째 타석에서 쿠드롱은 난해한 옆돌리기를 겨우 성공시키면서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가장 자신 있는 비껴치기와 뒤돌리기 등을 엮어서 순식간에 8점을 내달렸다. 중간중간 뒷공이 잘 서지 않아도 아랑곳하지 않고 따박따박 점수를 올렸다.

세 번째 공격에서 노병찬이 1득점에 그치고 다시 타석을 내주자 쿠드롱은 스리뱅크 샷으로 가볍게 2점을 더 보탰다. 점수 차는 3이닝 만에 10:2.

이렇게 8연타에 이은 뱅크 샷 성공으로 초반 흐름을 쿠드롱이 완전히 장악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쏠렸다.

쿠드롱은 점수가 안 나도 상대방에게 쉬운 공을 주지 않았다. 한 번씩 기회가 와도 쫓아가야 하는 노병찬이 더 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투쿠션으로 맞거나 큐미스를 하는 등 실수가 나왔다.

아무래도 노병찬은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바짝 긴장된 경기 초반에 쿠드롱을 상대로 주도권 싸움을 이긴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흐름을 장악하고 여유가 생긴 쿠드롱은 더 과감하게 팔을 휘둘렀다. 5이닝 공격에서 쿠드롱은 뒤돌리기에 이은 원뱅크 샷으로 3점을 더 보태 13:2까지 달아났고, 노병찬이 6이닝 타석에서 6점을 쫓아와도 흔들리는 기색이 없었다.

쿠드롱이라는 거목을 상대해 완전히 밀리고 있는 중에도 노병찬은 연속 6점을 잘 만들어쳤다. 마지막 6점째 길게 끌어서 정확하게 성공시킨 뒤돌리기도 좋았다.

아쉽게도 7점째 수구의 상단을 밀어치다가 나온 큐미스로 따라붙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린 것이 무척 아쉬웠다.

또한, 노병찬이 14:9로 벌어진 8이닝 공격에서 시도한 스리뱅크 샷이 성공했더라면 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아무도 모른다.

쿠드롱을 위협할 수 있는 두 번의 찬스를 모두 놓치면서 이 경기에서 가장 길었던 1세트는 24분 만에 15:9로 마무리되었다.

8강전에서 샷 하는 쿠드롱.  사진=이용휘 기자
8강전에서 샷 하는 쿠드롱. 사진=이용휘 기자

2세트와 3세트는 각각 16분 만에 끝났다. 물론, 쿠드롱이 일방적으로 불방망이를 흔들다가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1세트를 빼앗긴 노병찬에게 2세트 초반에 다시 기회가 왔다. 쿠드롱이 초구를 놓치면서 쉬운 원뱅크 샷이 만들어진 것.

어렵지 않게 이 원뱅크 샷을 성공시킨 노병찬은 8점까지 공격을 이어갔다. 다음 배치로 단쿠션에 붙어 있는 투뱅크 샷이 놓였고, 이 공격이 성공하면 2세트는 노병찬이 충분히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타임아웃을 쓰면서 장고에 들어갔던 노병찬은 잠시 후 과감하게 투뱅크 샷을 시도했다. 그런데 큐 끝을 떠난 수구가 너무 강하게 쿠션을 치면서 터무니없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게 세게 치지 않아도 충분해 보였던 배치였지만, 노병찬의 샷이 너무 강하게 수구를 타격했다.

기회를 놓친 노병찬은 다시 내리막을 걸었다. 두 타석을 범타로 물러났고, 그사이에 쿠드롱은 3점과 6점 연속타로 9:8로 전세를 뒤집었다.

그리고 5이닝 공격에서 쿠드롱은 남은 6점을 모두 쓸어 담고 15:9로 2세트도 승리했다. (2-0)

이번 경기에서 노병찬은 아쉬운 세 번의 기회를 놓쳤다.  사진=이용휘 기자
이번 경기에서 노병찬은 아쉬운 세 번의 기회를 놓쳤다. 사진=이용휘 기자

노병찬이 세 번의 기회 중 단 한 번만 살렸다면 3세트 승부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을 수도 있었다.

아쉽게도 세트스코어 2-0이 되면서 3세트에서 노병찬의 화력은 눈에 띄게 줄어 5이닝까지 4연타석 범타로 물러났다.

노련한 쿠드롱은 급하지 않았다. 4이닝까지 점수를 모아 6:0을 만든 쿠드롱은 5이닝 공격에서 노병찬이 5점을 따라왔지만, 여전히 흔들리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6점째 노병찬의 샷이 너무 얇게 맞으면서 득점에 실패하자 쿠드롱은 2점을 더 달아나 8:5로 거리를 벌렸다.

이어서 6이닝에 3점을 보태 11:5를 만들면서 승부의 추가 완전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쿠드롱은 7이닝 공격에서 남은 4점을 모두 득점하고 15:5로 3세트를 승리, 결국 세트스코어 3-0으로 경기를 끝냈다.

매치포인트 샷을 하는 쿠드롱. 이번 승리로 쿠드롱은 11번째 준결승 진출과 7번째 우승 도전을 이어가게 되었다.  사진=이용휘 기자
매치포인트 샷을 하는 쿠드롱. 이번 승리로 쿠드롱은 11번째 준결승 진출과 7번째 우승 도전을 이어가게 되었다. 사진=이용휘 기자

프로 원년에 데뷔한 쿠드롱은 지난 4년여 동안 투어와 월드챔피언십 등 총 22번의 토너먼트를 거치며 PBA 최강자로 등극했다.

두 시즌 동안 한 차례씩 우승을 차지한 쿠드롱은 지난 세 번째 시즌에는 정규투어 3회 연속 우승과 함께 월드챔피언십까지 휩쓸며 투어 5승과 월드챔피언십 우승으로 통산 6승의 독보적인 기록을 남겼다.

준결승 진출은 이번이 11번째다. 쿠드롱은 결승전 6번은 모두 이겼지만, 준결승전에서는 4번 패했다.

가깝게는 이번 시즌 개막전 준결승전에서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에게 3-4로 아깝게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쿠드롱은 투어 6승과 통산 7승을 위해 결승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에서 같은 팀 소속 비롤 위마즈(튀르키예)와 만난다.

위마즈는 8강에서 난적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를 세트스코어 3-2로 어렵게 꺾고 다시 4강 무대를 밟았다.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도 위마즈는 4강에 진출한 바 있으나, 준결승에서 조재호(NH농협카드)에게 1-4로 져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다.

쿠드롱과 위마즈는 이번 4강전이 첫 대결이다. 프로에 데뷔한 이후 지난 4년 동안 두 선수는 아직 마주친 적이 없다.

'3쿠션 황제' 쿠드롱과 '튀르키예 전사' 위마즈의 준결승전은 12일 낮 3시에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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