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주, 16강전에서 김라희 3-2로 꺾고 8강 진출

지난해 11월 3차 투어에서 레펜스에게 당한 패배 설욕할 기회

에디 레펜스(오른쪽)와 '리벤지 매치'를 벌이게 된 신정주(왼쪽).  사진=PBA 제공
에디 레펜스(오른쪽)와 '리벤지 매치'를 벌이게 된 신정주(왼쪽). 사진=PBA 제공

[빌리어즈=김도하 기자] 프로당구(PBA) 팬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경기가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3차 투어 신정주(하나카드) 대 에디 레펜스(SK렌터카)의 준결승전. 무려 3시간 13분 동안 벌어진 혈투였다.

세트스코어 4-3으로 끝난 이 경기는 뱅크 샷 두 방, 그리고 종이 한 장 차이로 운명이 뒤바뀐 명승부였다.

당시 신정주는 1-3으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5세트를 만회해 2-3으로 쫓아갔지만, 6세트 막판에 11:13으로 뒤져 패배 일보 앞에 있었다.

공격권을 가진 레펜스는 남은 2점을 뱅크 샷 한 방으로 처리하려고 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시도한 레펜스의 뱅크 샷은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가슴을 쓸어내린 신정주는 곧바로 4점을 모두 득점하고 15:13으로 6세트를 따내 3-3 동점을 만들었다. 

11점으로 결판을 짓는 마지막 7세트의 승부는 더 치열했다. 신정주는 7:6으로 팽팽하던 4이닝 공격에서 스리뱅크 샷을 성공시켜 9:6을 만들었다.

이제 상황이 뒤바뀌어 2점만 남겨 놓은 신정주의 역전승이 유력해졌다. 다시 큐를 잡은 신정주는 스리뱅크 샷으로 매치포인트를 시도했다.

이 샷이 성공하면 신정주는 대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라가고, 레펜스는 뼈아픈 패배를 당하게 된다.

승리의 여신은 과연 누구에게 손짓을 했을까. 신정주의 스리뱅크 샷은 정확했다. 수구가 제1적구를 맞고 당구대를 완벽하게 돌아서 제2적구를 향해 돌진해왔다.

그런데 득점 일보 앞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마지막 쿠션을 맞은 수구가 갑자기 제2적구 옆을 종이 한 장 차이로 지나친 것.

신정주가 시도한 회심의 매치포인트 득점 실패로 레펜스에게 천금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노련한 레펜스는 이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대회전과 스리뱅크 샷으로 9:9 동점을 만든 다음 뒤돌려치기 두 방으로 끝내 승부를 마무리했다.

이 경기를 승리한 레펜스는 결승에서 조재호(NH농협카드)를 4-1로 꺾고 처음으로 우승상금 1억원을 차지했다.

너무 아쉬웠던 승부였고, 지금까지 벌어진 PBA 투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다.

10개월여 만에 신정주가 레펜스와 리벤지매치를 벌이게 됐다. 추석을 맞아 4번째 개최되는 '한가위 당구대전' 8강전에서 준결승 진출을 놓고 두 선수가 맞붙는다.

앞선 준결승 경기 패배 이후 후유증 탓인지 신정주의 투어 성적은 저조했다. 이번 대회에 앞서 5차례 열린 투어에서 신정주는 모두 64강과 128강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이번 2022-23시즌 3차 투어 'TS샴푸-푸라닭 PBA 챔피언십'에서 신정주는 64강에서 엄상필(블루원리조트)을 승부치기에서 꺾고 마침내 64강을 넘어섰다.

신정주는 32강전에서 오태준에게 3-1로 승리해 16강에 올라왔다. 그리고 지난 10일 열린 16강전에서는 김라희와 풀세트 접전 끝에 3-2 승리를 거두며 8강에 진출했다.

레펜스도 우승 이후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이번 시즌 두 차례 투어는 모두 64강에서 탈락했다.

이번 16강전에서 레펜스는 한국의 김임권(TS샴푸·푸라닭)을 세트스코어 3-2로 꺾고 8강에 올라왔다.

나란히 투어 1승씩을 기록한 신정주와 레펜스. 역사적인 승부를 연출한 두 선수가 오는 11일 오전 11시 30분에 또 한 번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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