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공중파의 한 드라마에 당구선수 차유람이 떴다. 그것도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닌 당구선수 차유람 본인 모습 그대로.
가끔 드라마에서 당구가 표현되기는 하지만 그 모습이 천차만별이다. 때로는 불량 청소년들의 집합 장소로, 때로는 동네 깡패들의 아지트로, 때로는 동네 한량들의 킬링타임용 장소로, 때로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때로는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해소용 오락 장소로.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다. 가끔 <신사의 품격>에서처럼 장동건, 이종혁, 김민종, 김수로 등 멋진 오빠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70~80년대 시대물이거나 혹은 학원물이거나 할 때는 주로 싸움의 장소로 당구장이 애용된다.
하지만 이번 <연애의 발견>은 다른 드라마와 조금 달랐다. 정유미의 구남친 에릭과 현남친 성준이 정유미를 사이에 두고 당구를 매개체로 지기 싫은 서로의 승부욕을 불태운 것.
서로 150점 정도 친다는 이 남자들, 서로에게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며 웃고 있지만 막상 큐를 잡자 긴장감 넘치는 전투 모드로 돌입하고는 지고는 못 사는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여기에 바로 당구의 묘미가 있다. 왜 에릭과 성준이 당구로 대결을 펼쳐야 했는지 말이다.
당구만큼 남자들의 전투의지를 불태우는 접근성 좋은 스포츠가 사실 별로 없다. 드라마에서처럼 분위기 좋은 고급진 바 2층에 설치된 당구대가 만약 탁구대라고 가정해 보자. 얼마나 언밸런스할지 하나하나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결국 가볍게 시작해 정색하며 치게 된 두 남자의 자존심 대결은 성준의 승리로 돌아가고 쉽게 패배를 인정하지 못한 에릭은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러하듯 2차전을 요구하고 2차전에서의 완벽한 승리를 위해 선배에게 성준 몰래 선수 출신의 당구 선생까지 구해달라고 부탁하기에 이른다.
레슨을 위해 차유람을 만난 에릭은 선수를 보내랬더니 어디서 예쁜 여자애를 보냈냐며 선배를 타박하지만 곧 차유람의 실력을 보고는 시원하게‘나이스 샷’을 외치는 것이 이 장면의 포인트. 성준과 에릭의 당구 시합 장면과 차유람이 에릭에게 당구 레슨을 해주는 장면은 제법 오랜 시간에 걸쳐 드라마에 등장한다. 그만큼 당구가 두 남자의 미묘한 신경전을 잘 표현해주기 때문이다.
결국 여자 때문에 엮인 두 남자는 2차전을 벌이다 말고 여자 때문에 당구대 위에서 액션 활극을 찍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당구장이 아니라 바(bar)라며 굳이 위안을 삼아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