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 세트스코어 1-3 열세 극복하고 4-3 대역전 우승 차지

단식 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스롱과 결승 대결... 141분 혈투 끝에 '값진 승리'

프로 데뷔 1년 7개월여 만에 첫 우승... "어차피 늦었다 생각하면서 마음 편해져"

'아마 당구여왕' 김민아(NH농협카드)가 프로 데뷔 569일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아마 당구여왕' 김민아(NH농협카드)가 프로 데뷔 569일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빌리어즈=김도하 기자] '아마 당구여왕' 김민아(NH농협카드)가 569일 만에 프로 투어 우승의 한을 풀었다.

김민아는 2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여자 프로당구 시즌 2차 투어 '하나카드 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를 세트스코어 4-3으로 꺾고 프로 첫 우승을 차지했다.

무려 141분간 혈투 끝에 거둔 아마추어 여자 3쿠션 최고수의 늦깎이 프로 우승이다.

지난 2020년 12월 30일에 프로 데뷔전을 치른 김민아는 이후 1년 7개월 동안 14번의 투어에 출전하며 4강에만 두 차례 올라왔다.

그러나 두 차례 준결승전에서 모두 패하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프로 무대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면서 냉가슴앓이를 해왔다.

다만, 앞서 열린 시즌 개막전에서도 준결승에 올랐던 김민아는 이번 2차 투어에서도 두 대회 연속 준결승에 오르며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번 준결승전 상대는 'LPBA 원조 여왕' 임정숙(SK렌터카)이었다. 김민아는 임정숙과 풀 세트 접전을 벌인 끝에 세트스코어 3-2로 힘겹게 결승 관문을 넘었다.

엎치락뒤치락 치열하게 전개된 승부의 끝자락에서는 이번만큼은 질 수 없다는 혼신의 투지가 느껴지기도 했다.

마침내 결승행을 이룬 김민아는 투어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프로 최강자' 스롱과 최종 승부를 벌이게 되었다.

90년생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두 선수는 아마추어 시절 여자 3쿠션 최고수로 인정받으며 프로 진출 당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김민아 보다 뒤늦게 프로에 데뷔한 스롱은 최단기간에 3승을 올리면서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었다.

프로에서 만난 두 선수의 상대 전적도 투어와 팀리그 모두 스롱이 우세했다.

투어에서는 일 대 일 대결을 보지는 못했지만, 세 차례의 서바이벌 승부까지 스롱이 김민아를 앞섰다.

팀리그에서는 단식전에서 6차례 대결해 스롱이 모두 승리했고, 복식전에서도 4승 3패로 스롱이 한 번 더 이겼다.

90년생 동갑내기 친구인 김민아와 스롱은 프로 데뷔 당시 가장 크게 주목을 받은 선수다.  사진=이용휘 기자
90년생 동갑내기 친구인 김민아와 스롱은 프로 데뷔 당시 가장 크게 주목을 받은 선수다. 사진=이용휘 기자
두 선수의 프로 승부는 팀리그 단식전에서 6전 전승을 거둔 스롱이 일방적으로 앞섰다. 이번 결승전은 투어에서 두 선수가 처음 일 대 일 대결을 벌인 경기였다. 사진은 결승전 뱅킹 장면.  사진=이용휘 기자
두 선수의 프로 승부는 팀리그 단식전에서 6전 전승을 거둔 스롱이 일방적으로 앞섰다. 이번 결승전은 투어에서 두 선수가 처음 일 대 일 대결을 벌인 경기였다. 사진은 결승전 뱅킹 장면. 사진=이용휘 기자

여러모로 김민아에게 스롱은 쉽지 않은 상대였다. 이번 결승전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김민아는 스롱에게 1세트와 3세트, 4세트를 패하고 세트스코어 1-3으로 주도권을 내주었다.

1세트에서 7-1-2 연속타로 3이닝 만에 세트포인트에 도달한 김민아가 무려 4번의 기회를 놓친 것이 뼈아팠다.

그사이에 스롱은 2-4-1-2로 반격했고, 4이닝 만에 10:9가 된 승부는 7이닝에서 스롱이 2점을 득점하며 10:11로 마무리되었다. (1-0)

아쉽게 1세트를 놓쳤지만 감각이 살아 있던 김민아는 2세트에서 4이닝부터 5-3 연속타로 8:3의 주도권을 잡고 8이닝 만에 11:3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1-1)

3세트는 스롱이 꾸준하게 점수를 쌓아 올리면서 14이닝 만에 4:11로 끝났고, 4세트 역시 5이닝에서 스롱이 7득점 장타를 터트려 6이닝 만에 7:11로 마쳤다. (1-3)

그러나 순식간에 깨진 균형은 이후 40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스롱은 앞선 개막전에서도 세트스코어 3-1로 앞서다가 3-3 동점을 허용했고, 이번 결승전에서도 3-1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스롱은 앞선 개막전에서도 세트스코어 3-1로 앞서다가 3-3 동점을 허용했고, 이번 결승전에서도 3-1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더 물러설 곳이 없었던 김민아는 5세트부터 7세트까지 모두 승리하며 세트스코어 4-3으로 대역전승을 거두었다.  사진=이용휘 기자
더 물러설 곳이 없었던 김민아는 5세트부터 7세트까지 모두 승리하며 세트스코어 4-3으로 대역전승을 거두었다. 사진=이용휘 기자

스롱은 앞선 개막전 결승전에서도 이미래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3-1로 앞서다가 3-3 동점을 허용하며 마무리가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민아 역시 이런 틈을 노려 스롱을 맹추격했고, 5세트와 6세트를 연달아 따내며 마침내 동점을 만들었다.

더 물러설 곳이 없었던 김민아는 5세트 5이닝까지 쉬지 않고 점수를 올려 7:2 리드를 잡았다.

그리고 6이닝에서 스롱이 3점을 추격하자 곧바로 끝내기 4점타에 성공하며 11:5로 한숨을 돌렸다. (2-3)

벼랑 끝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은 김민아는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4이닝부터 2-5-2 연속타로 9:4의 리드를 만들었고, 11이닝에서 마지막 2점을 득점하고 11:4로 승리하며 세트스코어 3-3 동점을 만들었다.

최종 7세트에서 김민아는 4:4 동점이던 5이닝 연속 4득점을 올리며 쐐기를 박았다.

뒤돌리기를 시작으로 자로 잰 듯 정확한 길게치기, 기가 막히게 풀어낸 파이브쿠션 뱅크 샷은 일품이었다.

김민아는 두 번의 숨 고르기 뒤에 7이닝 공격에서 얇게 제각돌리기로 챔피언포인트를 득점하고 9:4로 승리, 세트스코어 4-3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마침내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자 김민아와 준우승자 스롱, PBA 프로당구협회 김영헌 부총재(맨 왼쪽), 하나카드 대표.  사진=이용휘 기자
우승자 김민아와 준우승자 스롱, PBA 프로당구협회 김영헌 부총재(맨 왼쪽), 하나카드 박의수 부사장(원큐페이 단장). 사진=이용휘 기자
웰뱅톱랭킹상을 수상한 박지현과 PBA 김영헌 부총재.  사진=이용휘 기자
웰뱅톱랭킹상을 수상한 박지현과 PBA 김영헌 부총재. 사진=이용휘 기자

시상식 후 언론사 공동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민아는 "아마추어 시절 1위로 프로행을 선택했는데, 스스로도 막연한 기대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우승을 하지 못해 조급해졌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더 노력했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나는 이제 언제 우승을 해도 어차피 늦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조급하지 말자는 생각이 개막전 4강에 이어 2차 투어 우승까지 오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응원하러 오신 많은 분들 덕에 마음이 조금 편안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준우승에 머문 스롱은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빨리 끝내고 싶었다. 멘탈도 약간 짬뽕 같았다. 여기까지 온 것도 너무 기쁘고, 친구가 우승해서 더 좋다"라고 말했다.

LPBA 투어에 11차례 출전한 스롱은 이번까지 모두 6차례나 결승에 올라와 우승 3회와 준우승 3회를 기록했다.

또한, 앞선 개막전 우승 이후 25일 만에 투어 연속 우승을 노렸지만, 김민아에게 역전을 허용하고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우승을 차지한 김민아는 상금 2000만원, 준우승자 스롱은 600만원, 최고 애버리지를 기록해 '웰뱅톱랭킹상'을 차지한 박지현은 200만원을 받았다.

박지현은 이번 대회 32강전 서바이벌 경기에서 104점을 득점하며 애버리지 1.391의 대회 최고 애버리지를 기록했다.

한편, 오는 8월 22일 강원도 태백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3차 투어는 연기되었다.

4차 투어는 9월 5일부터 12일까지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소노캄 고양에서 열릴 예정이다.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