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률에 이어 김행직이 한밭큐를 들고 세계 무대 파이널에 올랐다.
지난달 한밭 큐를 든 또 한 명의 선수가 월드컵 결승 무대를 밟았다. 주니어 3쿠션 세계 챔피언, 2015년 3쿠션 아시아 챔피언 김행직(23, 전남당구연맹)이 이집트 룩소르 월드컵에서 결승전에 진출한 것. 한밭 큐를 든 선수로는 김경률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 무대 파이널에 오른 기록이다.
한밭 큐를 든 또 한 명의 챔피언
올해 초 3쿠션 아시아 챔피언에 오르며 본격적인 도전에 나선 김행직이 불과 두 달 만에 룩소르 3쿠션 월드컵 결승전에 진출했다.
주니어 3쿠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연패, 4회 우승이라는 주니어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김행직이 차세대 3쿠션 선두 주자로 첫손가락에 꼽혀 온 것은 사실이지만, 연륜과 경험을 무시하지 못하는 3쿠션 종목의 특성상 수십년 간 세계무대를 호령해 온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아직도 건재한 가운데 김행직이 그들의 대항마가 되는 것은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래서 이번 김행직의 룩소르 3쿠션 월드컵 결승 진출 소식은 더 놀랍고 기뻤다. 얼마 전 ‘위대한 별’ 김경률을 잃고 그 슬픔에 잠겨 있는 세계 당구계와 한국 당구계에 큰 위로가 되는 소식이었다.
한국 당구의 선구자 김경률과 한국 당구의 미래를 짊어진 김행직은 공통점이 있다. 두 선수는 모두 한밭의 선수다.
김행직도 김경률처럼 당구를 처음 배우는 순간부터 챔피언에 오르기까지 오랜 시간 한밭 큐를 손에 들었다. 큐를 오래 쓰면 다른 큐도 써보고 싶은 것이 보통 사람의 마음인데, 두 선수는 한밭을 끝까지 고집했다.
그들이 한밭을 고집한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어려울 때 도와준 은인과 같은 기업에 대한 의리도 의리지만, 그들의 생각이 확고한 데에는 한 가지 더 이유가 있다.
한밭 큐를 손에 드는 것 한밭 큐를 손에 들었다는 것은 곧 한국 당구선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지금은 세계적인 메이커로 부상한 한밭 큐를 많은 외국 선수가 사용하고 있지만, ‘김경률 이전’에는 유럽의 롱고니나 일본의 아담 무사시만큼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그런데 ‘김경률 이후’ 그의 손에 들려 있던 한밭 큐를 세계 당구계가 서서히 주목하기 시작하더니 그가 월드컵을 제패한 이후에는 한밭 큐는 물론 한국의 당구산업에 대해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국의 한밭 큐가 세계 정상권에 올라 있는 선수들과 맞붙어도 전혀 손색없고, 더 우수한 기술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국 선수가 한밭 큐를 들고 세계 무대 정상에 올라섰을 때, 그 선수는 물론 한국의 당구산업과 한국 당구 전체가 시너지 효과를 보게 된다.
김경률의 월드컵 제패로 한국 당구선수의 실력은 물론 한국의 당구산업 역시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증명해 보였고, 한국의 한밭 큐로도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 야스퍼스를 이기고 쿠드롱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한국의 당구산업이 김경률과 함께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 시점부터 한국의 당구용품이 유럽과 남미를 비롯한 전 세계 수출에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이것을 방증한다. 선수는 글자 그대로 ‘선수’다. 한국 당구를 대표해 세계 무대에 나서는 이들이다. 한국의 당구선수들은 한국 당구의 전체를 대표한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한국 당구용품을 사용하면서 좋은 성적을 올렸을 때, 한국 당구는 이처럼 큰 시너지 효과를 보게 된다. 그래서 당구선수의 활약은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당구선수는 세계 시장으로 직접 통하는 연결 고리다. 지금까지 한국의 많은 기업이 당구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그중 한밭은 선수와 기업을 잇는 시작점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선두에 나서고 있는 기업이다. 한밭과 같은 기업은 선수를 키우고, 선수는 한국 당구를 세계에 알려 왔다. 그것을 통해 한국 당구계가 발전해 나가며 지금도 세계 정상에 도전하고 또 도전하고 있다.
한국 당구의 간판인 김경률과 유망주 김행직이 고집스럽게 한밭 큐를 손에 들고 세계 무대에 나가는 것은 한밭 큐에 대한 단순한 의리 때문만이 아니라 한국 당구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스폰서십 이상의 의미
최근 한국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일이 잦아졌다. 선수들의 기량과 한국의 당구산업이 동시에 발전하면서 전반적으로 한국 당구의 발전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열린 5번의 3쿠션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는 단 1번을 제외하고 4번의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했다. 공교롭게도 한국에서 열렸던 구리 월드컵에서만 한국 선수가 4강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오히려 원정 경기에서 더 좋은 성적을 올렸다. 이렇게 한국 당구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 당구선수들의 실력이 입증되지 않았던 오래전부터 한국 당구선수들의 가능성과 명분만으로 그들을 후원해온 기업들도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한밭이다. 한밭은 당구선수라 불릴 수 있는 거의 모든 한국 당구선수를 후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당구계에서 가장 크고 오랜 후원을 해왔다.
성과에 관계없이 ‘한국 당구선수를 위하고, 한국 당구의 세계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후원은 계속 늘어났다. 물론 한국 당구선수 대부분이 한밭 큐를 사용하게 되면서 한밭은 국내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한밭의 수익 상당 부분이 다시 선수와 한국 당구계로 돌아왔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당구는 스포츠로 변화를 도모했다. 선수를 통한 마케팅은 기업의 수익만을 위한 스폰서 측면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한국 당구의 기둥을 세우는 중요한 디딤돌 역할을 했다.
한국 당구를 대표하여 세계 무대에 나설 선수를 키워내기 위해 한밭과 같은 기업은 계속해서 선수를 후원해 왔고, 선수는 이런 후원을 기초로 실력을 향상 시킬 수 있었다. 선수가 세계 무대에서 올린 성적은 대한당구연맹이 대한체육회에 정가맹하고, 전국체전에서 정식종목에 채택되는 중요한 결과를 맺는 기반이 되었다.
결국, 지난 10여 년 간 국내에서 당구는 오락에서 스포츠로 급격한 성장이 이뤄질 수 있었다. 한밭의 이런 후원은 단순한 스폰서십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챔피언을 만들다
한밭에서 그동안 선수들에게 바랐던 것은 “한국의 당구용품으로 세계 무대에 서달라”는 것이었다. 한밭 권오철 대표이사는 몇 년 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당구선수가 한국의 큐를 들고 세계 정상에 오르는 것에 대한 의미를 설명한 적이 있다.
그 후 권 대표의 말대로 한밭 큐를 든 김경률, 김행직 등이 세계 정상에 올라섰고, 전 세계에서 한밭 큐는 물론 한국의 당구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밭이 챔피언을 만드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당구선수의 가슴에 기업의 로고가 새겨진 패치를 다는 것은 단순한 기업의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에 그치지만, 선수가 사용하는 용품은 의미가 다르다.
그리고 선수의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큐의 경우는 더 특별하다. 한밭 큐를 든 한국 당구선수가 세계 정상에 오르는 것의 의미를 새겨보는 이유는,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당구와 당구산업의 우수성을 인정받으면 그에 따른 수출 실적이 향상되어 기업이 활성화되고 그 수익이 다시 한국 당구에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한밭이 지난 20여 년간 추구해온 한국 당구의 발전 모델이 바로 이것이다. 지난 시간 한밭이 만든 챔피언이 한국 당구를 대표하고 성장을 견인해 왔다. 앞으로도 김행직과 같은 한밭의 챔피언은 한국 당구가 성장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챔피언을 만드는 것, 한국 당구선수가 한국의 큐, 한밭 큐를 들고 세계 무대 파이널에 오르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지난 20여 년간 쌓아 온 토대 위에 살을 붙여야 하는 지금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김탁 기자
thebilliards@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