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인터불고 원주 월드 3쿠션 그랑프리'에 출전한 다니엘 산체스. 사진=이용휘 기자
'호텔인터불고 원주 월드 3쿠션 그랑프리'에 출전한 다니엘 산체스. 사진=이용휘 기자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3쿠션 4대 천왕 중 한 명인 스페인의 다니엘 산체스가 '14일간 수건 2장'이라는 호러블(horrible)한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강원도 원주시 ‘호텔인터불고 원주 월드 3쿠션 그랑프리’에 출전했다. 

워밍업으로 열린 슛아웃 스카치 더블에서 최성원과 한 팀을 이룬 산체스는 조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입, 결국 막강 라이벌인 딕 야스퍼스(네덜란드)-허정한을 꺾고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호텔인터불고 원주 월드 3쿠션 그랑프리’의 메인 대결인 개인전에 출전해 첫날 차명종과의 대결에서 마지막 10초를 남겨두고 기적 같은 기회를 얻었으나 온전히 살리지 못해 1승을 놓친 산체스를 만나 아쉬운 심경을 들어보았다. 

 

일단 첫날 차명종과의 경기에서 마지막 10초를 남겨 두고 천금 같은 기회를 얻었는데, 결국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당시 어떤 생각으로 타석에 섰나?

쉽지 않은 샷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압박감을 많이 느꼈다. 의외로 게임은 재밌게 했다.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비록 1세트는 졌지만, 2세트를 잘 쳐서 3세트까지 갔다. 3세트도 7:7 동점까지 갔는데, 7:7 동점인 중요한 순간에 상대 선수인 차명종 선수도 실수를 한 번 했고, 나도 실수를 한 번 했다. 그게 가장 아쉽다. 

 

오랜만의 국제대회다. 코로나19 이후 1년 4개월 만의 큰 대회 출전인데, 기분이 어떤가?

다시 대회로 돌아올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당구 선수가 된 이래로 이렇게 오랫동안 대회가 멈춰 본 적이 없었다. 다시 재개돼서 너무 기쁘다. 

 

대회가 없는 동안 어떻게 지냈나?

스페인의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2020년 3월부터 8월까지 다섯 달 동안 스페인 전국이 녹다운 돼서 집 밖을 나가지 못했다. 병원을 가거나 식료품을 사러 잠깐 나가는 것 외엔 어디도 갈 수 없었다. 한국도 심했겠지만, 스페인은 3월과 4월에만 매일 5만명 이상 감염자가 나오고 1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 

대회가 없다 보니 연습할 이유가 없었다. 기약이 없으니 동기부여도 안됐다.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일주일에 1번 정도 게임을 했지만 연습은 거의 안 했다. 

 

연습을 안 했다고 하지만, 얼마 전에 스페인 내셔널 3쿠션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꽤 오랜 기간 이 대회의 챔피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스페인 3쿠션 챔피언십 우승은 벌써 20번째다. 10번 정도 우승한 선수는 두 명 정도 더 있는데, 20번 우승한 선수는 나밖에 없다. 12년째 연속으로 우승 중이다. 

'호텔인터불고 원주 월드 3쿠션 그랑프리' 개인전 차명종과의 대결에서 3세트 7:7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범한 다니엘 산체스가 어이없다는 듯 제스처를 취해 보이고 있다. 사진=이용휘 기자
'호텔인터불고 원주 월드 3쿠션 그랑프리' 개인전 차명종과의 대결에서 3세트 7:7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범한 다니엘 산체스가 어이없다는 듯 제스처를 취해 보이고 있다. 사진=이용휘 기자

1995년에 첫 월드컵 우승 이후 25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비결은 나도 모른다. 당구를 정말 사랑했을 뿐이다. 당구가 인생이고, 나의 열정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칠 수 있을까 고민했을 뿐,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특별한 비법을 갖고 있지는 않다. 이기고 지는 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 당구를 쳤지만 당구를 치면서 한 번도 지겹거나 재미없던 적이 없었다. 언젠가 당구가 재미없어지면 멈추겠지만, 아직은 당구가 너무 좋다. 

 

당구선수 생활 중 슬럼프나 부상 등 위기의 순간은 없었나?

언제라고 꼭 짚어 말할 수는 없지만, 항상 업다운이 있다. 당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롤러코스터 같다. 우승을 계속하면서 잘 칠 때도 있지만, 또 안 될 때도 있다.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큰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일종의 패턴이 있는 것 같다. 어떤 때는 1년 동안 1위에서 22위까지 왔다 갔다 한 적도 있다. 심지어 컨디션도 좋고 잘 칠 것 같았던 경기였는데 예선 탈락을 하기도 했다. 

 

월드컵에서 10번,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4번 우승을 차지했다. 수많은 대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1997년에 첫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때 이미 레전드였고, 나의 우상이었던 토브욘 블롬달과 결승에서 대결을 했다. 대회가 있기 몇 달 전에 인터뷰를 했는데,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에 올라간다면 누구와 만나고 싶냐고 물어서 블롬달을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돼서 너무 기뻤다. 

 

다니엘 산체스를 배우고 따라 하는 후배 선수들이 있다.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우선 고맙다. 주니어 선수들을 도와주는 건 무척 행복한 일이다. 스페인의 어린 선수들뿐 아니라 조명우 같은 유망주 선수들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건 무척 의미 있는 일이다. 

그들에게 “열정을 가져라”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늘 열정을 가져야 한다. 당구라는 스포츠는 갈 길이 무척 먼 스포츠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정진하라고 말해 주고 싶다.  

신중하게 공을 바라보는 다니엘 산체스.  사진=이용휘 기자
신중하게 공을 바라보는 다니엘 산체스. 사진=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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