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F 디비전은 당구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중요한 사업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문턱 낮은 리그로 시작
올해 포켓볼 리그 신설로 포켓볼 활성화 기대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지난해 대한당구연맹(KBF, 회장 박보환)가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하는 스포츠 디비전 사업에 공모해 1등으로 당선되며 당구가 축구, 야구, 탁구와 함께 나란히 스포츠 디비전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먼저 디비전 사업을 시작한 축구와 야구 등은 이미 탄탄한 동호인 리그를 구축해 많은 동호인들이 리그에서 활약을 벌이고 있다. 원래 태생이 단체전인 종목과 달리 개인 종목인 당구는 팀워크를 필요로하는 팀 리그는 처음 접해보는 장르이기도 하다. 

생소할 수 있는 디비전 리그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KBF 디비전 리그의 김봉수 총괄 관리자를 만나 첫해 디비전 리그와 앞으로 진행되는 디비전 리그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KBF 디비전 리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봉수 관리자.  사진=이용휘 기자
KBF 디비전 리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봉수 관리자. 사진=이용휘 기자

지난해부터 대한당구연맹에서 디비전 리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어떤 사업인지 설명 부탁한다. 

쉽게 말해 우리 동네 당구 동호인 팀리그다. 각 시, 각 군, 각 구 등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구 단위로 리그를 만들 수 있다. 한 리그당 4~6팀이 참가할 수 있고, 한 팀에는 5~10명의 동호인 선수가 참여할 수 있다.

경기는 한 팀에서 4명의 선수가 출전해 한 달에 한 번 같은 리그에 있는 상대 팀과 리그전 대결을 벌이게 된다. D5 리그부터 D1 리그까지 차례대로 승급해 올라가는 철저한 승급제 리그다. 

 

만약 한 리그에 참가하려는 팀이 많으면?

그런 경우는 송파A 리그, 송파B 리그 등으로 나눠서 운영할 수 있다. 이렇게 팀 수에 제한을 두는 이유는 한 리그당 6팀 이상 되면 하루에 리그를 소화하기 힘들다.

또 한 팀이 하루에 5개의 경기를 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한 리그당 최대 팀 수를 6팀으로 제한했다. 

 

작년에는 총 몇 개의 팀이 KBF 디비전 리그에 참여했나?

총 590개 팀이 참가했고, 참가 인원은 6천여 명 정도가 된다. 총 142개 리그를 진행해서 1위 팀 한 팀씩 142개 팀이 D5에서 D4로 승격했다. 

 

디비전 리그의 각 단계는 어떻게 나뉘나?

D5 리그는 구와 군 단위의 동네 리그로 디비전의 가장 기초가 되는 단계고, 이 리그에서 1위를 한 팀들이 D4 리그로 승급하게 된다. 역시 마찬가지로 D4 리그의 우승 팀들이 D3 리그로 승급되는데, D3 리그부터는 동호인과 선수들의 교집합이 될 것이다. 그리고 D2 리그는 실업 레벨, D1 리그는 프로 선수 레벨의 단계다. 

지난해에는 첫해라 D5 리그만 진행됐는데, 올해는 D5 리그에서 승급한 팀들이 D4 리그에 올라와 D5, D4 리그가 같이 진행된다. 

그리고 작년에는 시작 단계라 동호인 수가 많은 캐롬 한 종목만 운영했는데, 올해는 작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포켓볼 리그도 진행된다. 포켓볼은 동호인 수가 많지 않아 D4 리그부터 시작하고, D5 리그 대신 완전 초급 레벨을 위한 애니콜 리그가 진행될 예정이다. 

KBF 디비전 리그에 참가한 동호인 선수들.  사진=스포츠인 제공
KBF 디비전 리그에 참가한 동호인 선수들. 사진=대한당구연맹 제공
KBF 디비전 리그에 참가한 동호인 선수들.  사진=스포츠인 제공
KBF 디비전 리그에 참가한 동호인 선수들. 사진=대한당구연맹 제공

디비전 리그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2017년에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이 통합되면서 동호인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그때부터 유럽형 리그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다. 연맹 내부에서도 이것은 반드시 시도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던 차에 2019년에 마침 체육회와 문체부의 공모 사업으로 내려와서 기회다 싶어 본격적으로 기획을 하게 됐다. 또 당당히 1등으로 공모에 당선까지 돼서 더 힘을 내 준비할 수 있었다. 

 

그동안 연맹에서 큰 상금을 걸고 동호인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왜 굳이 디비전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나?

그동안 동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회는 수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굉장히 풍부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음에도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연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동호인대회가 없었다. 그걸 마련하고자 했던 게 출발 시점이다.

1부부터 4부까지 나뉘어 핸디게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KBF NOW에 등록된 동호인이라면 실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3점을 치더라도 4부에 들어가서 대회라는 분위기 속에서 당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한 게 D5의 개념이다. 

 

아쉽게도 디비전 리그 첫해를 코로나로 어렵게 보냈다. 그래도 무사히 첫 리그를 마쳤는데, 소감이 어떤가?

대한당구연맹에서 15년간 실무 역할을 하면서 많은 일을 겪었는데, 이번 사업은 새로운 경험이고 도전이었다. 예전부터 우리나라처럼 풍부한 당구 인프라를 가진 곳에서 이 인프라를 잘 활용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준비하면서 고생도 많이 했다. 전국 시군구를 전부 다니면서 생생한 동호인들의 목소리를 다 들을 수 있었다. 나에게는 큰 자산이고 좋은 경험이 됐다. 

이 일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연맹에서 주도적으로 동호인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이 더 강해졌다. 보람 있었던 한 해였다. 

 

6천 명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동호인들이 참여했는데, 동호인들의 반응은 어땠나?

80%는 이런 리그, 이런 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반면 20%는 상금이 없어서 불만족스러워했던 것 같다. 이런 불만은 대부분 그동안 상금 문화에 익숙해 있던 고점자들에게서 나온다. 

디비전 리그는 승강의 개념만 있을 뿐 상금은 없다. D5에서 D4로, D4에서 D3로 올라가는 성취감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디비전 리그는 그동안 개인전으로 즐기던 당구를 팀으로 즐길 수 있다는 재미가 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팀을 만들고 한 팀에서 서로 격려하고 작전도 짜는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최근 동호인당구협회가 새로 생기는 등 동호인들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동호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회를 그쪽에서도 개최하다 보면 우리 디비전 사업과 일정 등 겹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디비전 사업이 중요한 이유는 당구 생태계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하점자인 동호인부터 고점자와 선수들까지 앞으로 디비전을 토대로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걸 탄탄하게 잘 만들어놔야 앞으로 백년대계를 바라볼 수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의식을 좀 가져줬으면 좋겠다. 경쟁 상대가 아닌 협력 해서 상생하는 상대가 돼야 한다. 

전국의 다양한 당구 동호회가 KBF 디비전 리그에 참가했다.  사진=스포츠인 제공
전국의 다양한 당구 동호회가 KBF 디비전 리그에 참가했다. 사진=대한당구연맹 제공

디비전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이 디비전 사업의 가장 큰 초점은 생태계 구축이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당구라는 큰 틀에서 연맹이 생태계를 구축하고, 그 생태계를 바탕으로 동호인과 선수, 그리고 프로 등이 구성되어야 한다. 탄탄한 기초를 다지기 위한 첫 시도가 디비전인 셈이다. 

또한, 디비전 리그는 당구를 잘 치는 사람만 참여하는 당구 말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당구를 만드는 데 의의가 있다.

상금 대회는 상금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 실력이 되는 사람들이 출전하지만, 디비전은 상금이 먼저가 아니라 순수하게 초심자들이 D5 리그부터 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 당구 제도권에서 만들어주는 환경을 경험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 목표다. 

 

생태계 구축은 시스템 정립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특히 당구는 동호인들 사이에 핸디 때문에 문제가 많다. 아직까지 정확한 핸디를 나눌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구축 안 됐기 때문이다. 이 디비전 리그를 통해 쌓이는 데이터가 핸디를 정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실업리그인 D2 레벨까지 올라가면 선수 수급 문제도 자연스럽게 원활해질 것 같다. 

물론이다. 디비전 리그를 통해 실력을 쌓고 실력을 검증받은 동호인들이 자연스럽게 실업리그에서 선수로 뛰기 시작할 것이다. 또 그걸 목표로 실력을 키우는 동호인들도 생길 것이다. 

 

올해는 포켓볼 리그가 추가로 운영된다. 몇 개 리그가 운영될 예정인가?

아직 참가 신청이 끝나지 않아서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지만, 포켓볼 종목은 수도권과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고 지방에서는 거의 전무하다고 본다. 지방에는 포켓볼 클럽도 많지 않아서 리그를 진행할 구장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시작했다는 게 중요하다. 포켓볼 리그도 자리를 잡으면 그로 인해 동호인 수가 더 늘 것이다. 

동호인 수가 많지 않은 포켓볼 리그는 D4부터 출발하고, 그 대신 애니콜 리그를 만들었다. 애니콜 리그는 당구에 관심은 있지만 대회에 출전할 수 없는 완전 초보자들을 위한 리그다. 가장 쉬운 애니콜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해 초보자들이 당구에 흥미를 느끼고 당구에 관심을 갖게 하려는 의도다. 그외 포켓볼 리그는 9볼 경기로 진행된다. 

 

올해는 언제부터 디비전 리그가 시작되나?

6월 26일 토요일에 시작해서 12월 말까지 진행된다. 한 달에 한 번만 시간을 내면 된다. 

 

디비전에 참가하고 싶어 하는 동호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지방으로 갈수록 고점자가 없고, 수도권에는 하점자가 없다. 이유는 수도권의 하점자들은 자신의 실력이 팀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리그에 참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 

D5, D4 리그는 우승보다는 다양한 사람들과 한 달에 한 번 만나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 매번 다니던 당구장에서 치던 사람들하고만 당구를 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람들과 당구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구에 대한 재미와 묘미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또한, 혼자 하는 당구가 아니라 팀에서 이끌어주고 이끌고 하는 팀워크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아무나 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턱이 낮은 디비전 리그다. 당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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