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에 한정된 메달을 캐롬 종목 세분화로 돌리지 말아 달라"
"적정한 상금 책정으로 포켓 선수도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 달라"
"3쿠션도 처음부터 지금처럼 잘나가지 않아...포켓볼도 환경 만들고 투자하면 가능"

사진=이용휘 기자
대한당구연맹이 포켓볼 선수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선수 간담회를 마련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대한당구연맹(KBF, 회장 박보환)이 5월 28일 풀투어 1차전 대회 직후 포켓볼 선수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동안 포켓볼은 상금 규모나 대회 개최 횟수, 방송 노출 등에서 캐롬 종목에 밀리며 쇠퇴의 길을 걸었다.

물론 그동안 포켓볼 선수들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2007년 드래곤프로모션이 많은 자금을 투자해 한국에서 포켓볼 투어를 시도하며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차유람을 당구 스타로 만드는 등 대중에게도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대한당구연맹이 연맹 규정과 생존권을 내세워 선수들의 투어 출전을 막았고, 잠시나마 붐이 일었던 포켓볼은 KBF의 방치 속에 길고 긴 암흑기를 겪어야만 했다.

이번 간담회는 박보환 집행부의 종목 간 균형 발전을 위한 첫걸음이다. 특히 2030년 도하아시안게임에 당구 종목이 재입성하며 아시안게임 10개의 금메달 중 가장 많은 4개가 걸려 있는 포켓볼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대한당구연맹에서는 신용진 전무이사와 박일균 경기위원장, 조필현 경기부위원장 등이 이번 간담회에 참석했으며, 포켓볼 선수로는 정영화, 장문석, 임윤미, 이우진, 권호준, 김수웅, 김범서, 권보미, 진혜주 등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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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볼 선수 간담회에 참석한 포켓볼 선수들. 포켓볼 종목에 대한 불평등과 불균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사진=이용휘 기자


"전국체전에 한정된 메달을 캐롬 종목 세분화로 돌리지 말아 달라"
"적정한 상금 책정으로 포켓 선수도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 달라"
"3쿠션도 처음부터 지금처럼 잘나가지 않아...포켓볼도 환경 만들고 투자하면 가능"

 

포켓볼 선수들의 요구는 명확했다. 포켓볼 선수들의 기회를 뺏지 말아 달라는 것.

장문석은 "3쿠션도 처음부터 지금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점점 활성화된 것이다. 포켓볼도 연맹에서 관심을 갖고 투자한다면, 당장 바뀌지는 않겠지만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말문을 열며, "전국체전에 배정된 포켓볼 메달을 캐롬 종목 세분화로 빼앗기고 있다. 국제대회 출전도 연맹에서 막아 못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수들의 권리를 지켜달라"고 토로했다.

정영화도 "포켓볼 종목에 걸려 있던 금메달이 캐롬 1쿠션 종목을 만들면서 하나 줄었다.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1쿠션 대회는 전국체전 외에는 전혀 열리고 있지 않은데, 굳이 1쿠션 종목을 전국체전에 넣어 포켓볼 메달을 줄였고 지금은 여자3쿠션 종목을 전국체전에 넣겠다고 한다. 결국 또 포켓볼이나 스누커의 메달을 빼앗아 거기 배정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표했다.

실제로 아시안게임에서 포켓볼에는 4개의 금메달이 배정되어 있지만, 캐롬 종목은 3쿠션에 1개가 배정되어 있다.

하지만 전국체전에서는 캐롬 종목이 세분되면서 포켓볼에 배정된 금메달 수가 줄어들며 포켓볼 남녀 선수가 딸 수 있는 점수가 1.5점인 것에 비해 캐롬 종목 선수 한 명이 딸 수 있는 메달의 수가 늘면서 2점의 배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또한 시도체육회에서 배점이 높은 3쿠션에만 투자하게 만드는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선수들은 방송에 있어서도 포켓볼이 소외된 것은 연맹의 투자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과거 포켓볼 방송을 하려면 돈을 달라는 방송국의 요구에 연맹이 '노(No)'하면서 결국 포켓볼 방송이 제외되고 3쿠션 방송만 하게 된 것이 지금의 불균형을 만들었다는 것.

결국 노출이 적은 포켓볼에는 후원사가 붙지 않았고, 후원사가 없는 포켓볼은 상금도, 대회 횟수도 적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포켓볼 선수들도 경쟁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어야 하는데, 200만원, 100만원의 상금으로는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안된다"며 선수로서 더 열심히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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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박일균 경기위원장(좌)과 신용진 전무이사(우).  사진=이용휘 기자

이우진은 "3쿠션으로의 전향을 고민한 적이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포켓볼 종목 자체가 죽을 것이다. 상금 규모를 올리든, 방송 노출을 하든, 뭐든 해야 한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특히 포켓볼 주니어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에 대해 선수들은 "주니어 선수들이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도 여전히 주목을 받지 못한다. 하다못해 연맹 홈페이지에 사진이라도 걸어달라. 포켓볼에 투자하면 더 빠른 시간 안에 세계를 재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혜주는 "외국대회 때 경험하는 라사지와 국내대회에서의 라사자의 구르는 느낌이 너무 다르다. 아시안게임을 겨냥해서라도 비슷한 수준으로 만든 라사지를 써야 한다. 심지어 어떤 대회는 쿠션 라사지와 바닥 라사지 색이 다를 정도로 포켓볼 당구대회 환경이 열악하다"고 꼬집었다.

선수들의 의견을 경청한 신용진 전무이사는 "이번 빌리어즈TV와 계약 당시 포켓볼이나 스누커도 방송하기로 합의를 했다. 아직 횟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최대한 할애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일균 경기위원장은 "포켓볼 선수들의 처절한 상황을 느끼고 있다. 새로운 집행부가 예년에 집행된 예산을 가지고 쓰다보니 올해도 좀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점점 나아질 것이다"고 전했다.

또한, 신 전무이사는 "이번 집행부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어 다음 집행부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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