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를 당구 명문대학으로 만들고 싶어
학업과 운동 병행해 수명이 긴 선수로 육성할 것

숭실대학교 학생처장인 스포츠학부의 윤형기 교수(오른쪽)와 학부장 오세이 교수(왼쪽)을 만나 당구 특기생 선발에 대해 들어보았다.  사진=김민영 기자
숭실대학교 학생처장인 스포츠학부의 윤형기 교수(오른쪽)와 학부장 오세이 교수(왼쪽)을 만나 당구 특기생 선발에 대해 들어보았다. 사진=김민영 기자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숭실대학교가 지난 7월 초 올해 치러지는 2021년 입시전형부터 스포츠학부 예체능우수인재 전형으로 당구 특기생을 뽑는다고 밝혔다.

당구 특기생을 선발하는 대학으로는 한국체육대학교와 국민대에 이어 세 번째 학교다. 국민대가 2016년 이후 더이상 당구 특기생을 선발하지 않고 있어 한국체육대학교만이 유일하게 당구 특기생을 선발하는 상황에 학생 선수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2년 동안 당구 특기생을 선발에 관한 모든 절차를 마친 숭실대학교의 학생처장 윤형기 교수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자리에는 스포츠학부 학부장이자 한국대학당구연맹의 이사인 오세이 교수도 함께 참석했다. 

 

- 숭실대학교에서 당구 특기생을 선발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당구 특기생을 선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윤형기 학생처장(이하 윤) : 숭실대학교는 그동안 비인기 종목의 학생 선수들을 특기생으로 선발해 선수로서의 다양한 훈련과 지도자로서의 미래를 준비하도록 도와왔다. 2020년까지 오랫동안 골프 종목의 선수를 특기생으로 선발해왔는데, 최근 골프 선수들이 대부분 고등학교 때 프로 선수로 전향을 하다 보니 대학에서 골프 선수를 스카우트해서 키우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결국 종목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관심 있게 지켜보던 당구를 선택하게 되었다. 

오세이 교수 (이하 오) : 이전부터 숭실대에서는 컬링이나 펜싱, 볼링, 핀수영 등 비인기 종목 선수 선발을 많이 해왔다. 컬링 같은 경우도 오랫동안 학생 선수들을 선발해서 육성해 왔다. 특히 윤형기 학생처장님은 우리나라 컬링 초창기 멤버로 여자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하셨고, 현재도 SBS의 컬링 해설위원이시기도 하다. 이번 당구 특기생 선발도 학생처장님의 의지가 크셨다. 

 

-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 당구를 좋아한다. 특히 이번 특기생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구에 더 푹 빠지게 되었다. 겸임교수로 숭실대에서 강의하신 이장희 교수와 10년 전부터 당구 특기생을 뽑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눠왔다. 하지만 10년 전에는 섣불리 시작할 수 없었다.

특히 당구를 이용하는 시설인 당구장에서 흡연이 허용되는 것이나 당구장을 유흥시설로 분리하고 있어서 스포츠로 인식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제는 당구장 금연도 되고, 점점 스포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에 당구 선수를 뽑아서 육성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7년부터 수원의 매탄고등학교에서 당구 특기생을 뽑았다고 들었다. 어쨌든 대학에서 당구 특기생을 뽑아야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해당 스포츠의 저변이 확대될 수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당구 선수 육성에 동참하게 되어 기쁘다. 

 

- 캐롬 종목에서 1명만 선발하기로 했다. 포켓볼 전문 선수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아쉬움이 크다. 이유가 뭔가?

: 아직까지 당구 종목의 학생 선수 저변이 넓지 않기 때문에 우선 캐롬 종목에서 1명의 선수만 선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추후에 더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려고 한다. 단순히 입시를 위한 선수 선발이 되면 안 되기 때문에 우선은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캐롬 종목에서 남녀 구분 없이 1명의 선수만 선발할 예정이다. 몇 년 후부터는 인원수나 종목을 늘려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당구 종목의 특기생 선발을 10년이나 고민했다고 했는데, 이번 특기생 선발 준비는 얼마나 걸렸나?

: 10년 전부터 조금씩 준비는 하고 있었다. 당구장 금연과 당구 프로 투어가 생기면서 급물살을 탔다. 학교에서는 2년 전에 교과부에 당구 특기생 선발에 대해 알렸고, 그 2년 동안 학교 차원에서도 많은 준비를 했다. 

숭실대학교의 윤형기 교수.  사진=김민영 기자
숭실대학교의 윤형기 교수. 사진=김민영 기자

- 이번 당구 특기생 전형을 준비하면서 느낀 아쉬운 점이 있다면?

: 당구가 전국체전에는 포함되어 있지만,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 포함이 안 되어 있어서 그게 좀 아쉽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의 효자 종목들은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 그동안 숭실대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운영을 해왔다. 그러면서 골프나 컬링 같은 종목의 학생들을 통해 기대 이상의 결과도 얻었다.

이제는 그 기회를 당구에 주고 싶다. 1천만 명이 이용하는 스포츠라면 대중적이고 민족적인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민족학교인 숭실대학교에서 이런 종목의 학생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다면 올바른 스포츠 문화로 정착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 숭실대가 유난히 당구와 인연이 깊다고 하던데?

: 대한당구연맹 전무이사와 감독을 하신 이장희 교수가 겸임교수로 강의를 하셨고, 임윤수 선수와 류지원 심판이 숭실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했다. 또 오세이 학부장님은 한국대학당구연맹 이사로 일찍부터 당구와 인연을 맺어 오셨기 때문에 당구에 대한 애정이 크다. 

 

- 당구와 함께 어떤 종목 선수들이 특기생으로 선발되나?

: 볼링과 펜싱이 당구와 함께 특기생을 뽑는다. 

 

- 당구 종목 선수 선발 기준은 무엇인가?

: 2019년부터 2021년 고등학교 졸업자 중 당구는 대한체육회장배, 대한당구연맹회장배, 국토정중앙배, 이렇게 3개의 대회의 3위 이내의 입상 성적이 있어야 한다. 

: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1명의 선수만 선발하게 되는데, 내정자 없이 입상 성적 등의 객관적인 자료와 면접을 통해 선발하게 된다. 다른 종목의 경우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지원하는데, 그만큼 공정하다는 의미다. 

 

- 숭실대학교에서 당구 선수들은 어떤 걸 배우게 되나?

: 선수들의 가장 큰 목표는 프로에 가서 이름을 날리는 것일 테지만, 결국 최종 도착지는 지도자다. 주먹구구식의 지도자가 아닌 체계적인 교육으로 선진시스템을 도입해 후배들을 양성할 수 있는 지도자를 배출하는 게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선수들이 대학교 4년 동안 그런 시스템을 배우길 원한다. 또한, 멘탈 훈련이나 다양한 훈련 방법을 통해 더 좋은 선수로 수명이 긴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그 밑받침을 우리가 만들어 주고 싶다. 

특히 지난해 브라보앤뉴와 MOU를 맺고 대학원생들과 스포츠마케팅과 관련해서 연구를 기획하고 있다. AI를 접목한 스포츠IT 등 당구 경기력이나 대중화, 보급화 등에 대해서도 연구할 예정이다. 

오세이 교수.  사진=김민영 기자
오세이 교수. 사진=김민영 기자

- 일부 학생 당구 선수들은 당구에 전념하기 위해서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중퇴하기도 하고, 대학교 교육이 꼭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선수들도 있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 선수가 선수만 하는 시대는 끝났다.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스포츠 선수가 정치도 하고, 교수도 하고, 심지어 의사도 한다. 선진국처럼 학문과 스포츠를 함께 해야 하는 시대다. 그뿐만 아니라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선수들의 수명이 훨씬 길다.

운동 기술뿐 아니라 멘탈이나 과학적 원리, 응용, 깨달음 등도 굉장히 중요하다. 학교에서 배우고 훈련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의 훈련을 도입한다면 더 좋은 선수, 그리고 나중에는 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종목의 선수들을 육성하면 좋은 결과를 많이 얻었다. 당구 종목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선수와 차별화되게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선수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 숭실대학교에서는 어떤 학생 선수들이 숭실대에 지원해주길 원하나?

: 선수라고 운동만 하는 건 없다. 100% 학업과 병행해야 한다. 우리는 말 그대로 스포츠학부의 장학생을 육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등록금도 지원하고 소정의 물품도 지원해주는 것이다. 

: 우리는 공부는 안 하고 운동만 하는 학생을 원하지 않는다. 운동선수는 해당 종목의 선수밖에 친구가 없다. 대학에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넓은 시야를 넓혀줄 것이다. 대학에 진학하는 이상 대학 공부에 최선을 다해줄 선수가 지원해주길 원한다. 꼭 프로로 가지 못하더라도 다른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다.  숭실대에서는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만들기 위해 축구 같은 경우 학점이 안되면 6개월 동안 시합을 못 뛰는 룰도 있다. 

 

- 당구 특기생 선발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 대학에서 특기생을 선발하면 중고등학교 학생 선수들이 확산된다. 이를 통해 기존 어른들의 당구에 대한 인지도나 인식도 변화될 것이다. 아직까지도 당구를 스포츠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구 문화가 올바로 갈 수 있도록 대학에서 도와야 한다. 다행히 당구는 전문 채널도 있고, 시청률도 좋다. 국민적으로 관심이 많은 스포츠라는 방증이다.

대학에서 스포츠 선수를 육성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소신을 가지고 사명감으로 당구 선수를 육성하려고 한다. 이제 첫 시작이다. 선수들을 잘 뽑아서 잘 육성하려면 어쨌든 좋은 학생 선수들이 많이 지원을 해줘야 한다. 우리도 선수들을 위해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 

: 숭실대학교를 당구의 명문으로 만들고 싶다. 신입생이 들어오면 학교 안에서 연습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할 예정이고, 크게는 스포츠 컴플렉스도 계획 중이다. 신임 교수님으로 당구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갖고 계신 분도 뽑았다. 당구 쪽으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다. 단시간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당구 종목에 지원하고자 한다. 좋은 선수들이 숭실대를 선택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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