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렌터카 LPBA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김가영이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이용휘 기자
SK렌터카 LPBA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김가영이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이용휘 기자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김가영(신한투자금융)이 6번째 도전 끝에 드디어 LPBA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여자 프로 당구 LPBA 투어 첫 대회부터 와일드카드로 대회에 참가해 온 김가영이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며 포켓볼 선수에서 프로 3쿠션 선수로 완벽하게 변신에 성공했다. 

자의에 의한 '3쿠션 프로’로의 전향이 아니었음에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김가영은 포켓볼에 이어 3쿠션까지도 제패하며 여자 당구선수로서 두 종목의 최정상 자리를 차지한 유일한 선수가 되었다. 

‘SK렌터카 LPBA 챔피언십’ 우승 직후 포켓볼 챔피언 김가영의 3쿠션 도전기를 들어보았다. 

 

우승 축하한다.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매우 기쁘다. 결승전에서 우승에 대한 기대보다는 긴장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서 행복하다. 
 

프로 당구 출범 이후 첫 우승이다. 6개월 이상이 걸렸는데, 포켓에서 우승했을 때와 비교하면 어떤 기분인가.

포켓에서 첫 우승을 했을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그때는 아무 문제 없이 시합만 잘하면 됐는데, 그에 비해 3쿠션 대회에 참가하면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부담을 안고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우승이 훨씬 기분 좋은 것 같다. 
 

첫 대회 때 4강에 오르고, 그 뒤에 2, 3차 대회 8강에 올랐다. 그 뒤로는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과도기를 겪는 것 같았는데.

사실 첫 대회에서 4강에 들었던 건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선무당 느낌이었다. 겁도 없었고, 아는 것도 없었다. 그냥 재밌게 놀다 가자 그런 느낌이었다.

이번 대회는 어쨌든 7개월 정도 훈련을 했고 기대감을 가지고 참가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훈련양은 많아졌고 기대도 그만큼 높아졌는데, 사실 뭔가를 기대하기에는 그동안 시간이 너무 짧았다. 

결승전 대결 중인 김가영.  사진=이용휘 기자
결승전 대결 중인 김가영. 사진=이용휘 기자

원래 3쿠션이나 4구로 당구를 시작했다고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포켓볼 선수로 활동하다가 다시 3쿠션을 치는 것이 오히려 더 힘들지는 않았나.

25~6년 동안 가지고 있던 습관들을 전부 바꿔야 한다는 게 어려웠다. 지금도 여전히 애를 먹고 있고, 아직도 다 바뀌지 않았다.

아마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그날까지도 완벽하게 고쳐질지 잘 모르겠지만, 3쿠션 선수로서 필요한 부분들을 몸에 익히려고 노력 중이다. 
 

포켓볼 선수로서 가지고 있는 습관 중에서 고치기 가장 어려운 것은 어떤 것인가.

시선이다. 눈이 수구를 봐야 하는데 자꾸 습관적으로 적구를 보게 된다. 스트로크의 길이라든지, 속도라든지 습관적으로 몇십 년 동안 몸에 배어 있는 것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움직이고 있는 것들을 내 의지로 바꿔야 하는 것 자체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포켓볼 선수로서 많은 국제대회에서 결승전을 치렀던 경험이 이번 결승전에서 도움이 되지는 않았나.

사실 그렇게 비슷한 점이 별로 없다. 포켓은 어쨌든 내가 완벽하게 준비가 돼서 나갔던 시합들이 많았고, 3쿠션은 아직까지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이 너무 많은데 경기는 계속 뛰고 있다 보니까 시합에 들어가는 마음 자체가 다른 것 같다.

주위에서는 여전히 카리스마가 있다고 말해 주는데, 정작 스스로 느끼는 마음속의 진정한 카리스마는 아직 없다. 
 

경기 도중에 실수할 때마다 어이없다는 듯 웃는 장면이 있었는데, 어떤 의미였나.

포켓을 칠 때도 두께와 당점, 힘 조절 이런 걸 맞춰서 쳐야 하고 3쿠션도 역시 회전과 속도, 두께 등 모든 조건이 전부 맞아야 득점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꼭 2개는 기억이 나서 그거를 생각하면 하나는 꼭 까먹고 치더라. 예를 들면, 두께와 당점은 생각했는데, 속도를 못 맞췄다라던가.

그러면 그 하나를 빠뜨린 자체가 너무 어이없어서 스스로 '너 이거밖에 안 되냐, 또 하나 까먹었냐' 이런 이야기를 속으로 하다 보니 그런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던 것 같다. 
 

어떤 연습을 주로 하나.

개인 연습으로는 3쿠션다운 스트로크를 하려고 연습 중이다. 아직도 모르는 공이 너무 많고, 쳐보지 못한 공도 너무 많다.

많은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모니터하고 배우려고 노력 중이다.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경험하고 싶다. 

우승이 확정되자 김가영이 상대 선수인 류지원을 뜨거운 포옹으로 위로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우승이 확정되자 김가영이 상대 선수인 류지원을 뜨거운 포옹으로 위로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이번 투어에서 경기력이 많이 좋아졌다. 점점 늘고 있다고 느껴지나.

지난 5차 투어도 준비를 잘했다. 컨디션도 좋았고, 경기력도 나쁘지 않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준비를 잘했다고 해서 모든 결과가 좋은 건 아니구나 느껴서 이번 대회에서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계속 실력이 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아버지가 오랜만에 경기장에 오셔서 직접 경기를 지켜보셨다. 경기를 위해 어떤 말을 해주었나.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오히려 '얘가 왜 우승을 했지?' 이런 느낌이다. 집에 가면, "수고했다" 정도 말씀해주실 것 같다.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마다 가장 의지가 되는 분이 아버지다. 
 

기록적으로 경기마다 꾸준히 애버리지가 올라갔다. 

연습 때부터 좋은 애버리지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습 때는 그렇더라도 시합에서 그 실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은데, 그 부분은 그동안 많은 대회를 경험하면서 극도의 긴장되는 상항에서도 내 것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어느 정도 몸에 익어 있는 것 같다.

지난번 대회는 테이블에 겁을 먹어서 아무것도 못 했던 대회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떻게 하면 테이블 파악을 빨리하고, 어떻게 내가 그 안으로 빨리 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준비를 많이 했다. 그 부분이 통했던 것 같다. 
 

점점 3쿠션 선수로 업그레이드되어 가는 거 같은데, 포켓볼을 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다. 평생을 해왔던 거고, 여전히 매일 포켓볼 치는 학생들이랑 같이 지내고 있다.

이번 대회 결승전이 열리던 같은 날 포켓볼 선수권대회를 중국에서 하고 있었다. 나랑 가장 친한 영국의 캘리 피셔 선수가 결승에 올라갔다. 기분이 좀 이상하다. 

우승 후 인터뷰 중인 김가영.  사진=이용휘 기자
우승 후 인터뷰 중인 김가영. 사진=이용휘 기자

포켓볼 선수들이 응원을 많이 왔던데. 힘이 되었나.

엄청난 힘이 되었다. 종목에 대한 편견 없이 좋은 동료로 응원해줘서 너무 감동적이고 감사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려웠던 경기는 어떤 경기였나.

세트제 첫 경기인 8강 경기. 계속 서바이벌 통과를 못 해서 연습을 주로 서바이벌 위주로 해왔다. 그랬더니 세트제에 들어가니 11점이 너무 짧다는 느낌이 들어서 긴장을 많이 했다. 
 

결승전 마지막 세트에서 점수가 좀처럼 나지 않아서 답답했을 거 같은데, 그런 때는 어떤 생각을 하나.

막 화가 나다가도 '아직 니가 그 수준이야, 너의 실력을 과대평가 하지마, 실수 할 수 있어 충분히, 다음에 잘하면 돼'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해준다. 

가족을 비롯해 친구, 포켓볼 동료 선후배 선수들, 후원사 등 많은 사람들이 현장을 찾아 직접 김가영의 우승을 축하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가족을 비롯해 친구, 포켓볼 동료 선후배 선수들, 후원사 등 많은 사람들이 현장을 찾아 직접 김가영의 우승을 축하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본인이 만족할만한 수준이라 하면.

선수로서는 평생 만족 못 할 것 같다. 포켓에서도 그랬기 때문에. 그래도 애버리지가 1점 이상이 되니까 3쿠션이 재밌어지더라. 
 

프로 선수 외에 꿈꾸는 것이 있나.

어떻게 해야 테크닉을 향상 시킬수 있는가 하는 게 요즘 제일 큰 관심사다. 당분간은 먼 미래의 내 꿈이나 이런 것보다 당장 내 눈앞에 있는 내 제자들 잘 챙기고 그 친구들이 바른길로 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그리고 나 자신도 3쿠션 선수로서 옳은 길을 갈 수 있게 잘 컨트롤하는 게 당장의 일인 것 같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로 계속해서 당구 팬들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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