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스누커에 미쳐 있는 중국에 3쿠션을 보급하면 아시아는 3쿠션의 중심이 된다.

3쿠션의 중심이 동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만약 앞으로 중국이 움직인다면 3쿠션 판도는 완전히 아시아권으로 기울 수도 있다. 중국이 3쿠션에 가세한다면 이것은 3쿠션이 부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과연 3쿠션 종주 대륙 유럽은 이 기회를 어떻게 해야 할까? 
 
중국 광저우에서 열렸던 아시안게임 경기장 전경 <빌리어즈 자료사진>
2014 이스탄불 월드컵에서 역사적인 일이 일어날 뻔했다. 4강에 한국 선수들이 모두 진출해 준결승전 네 자리를 한국 선수들이 모두 채울 뻔했던 것이다. 하지만 에디 멕스가 그것을 저지했다.
 
여태까지 4강전의 3자리를 한 나라의 선수들이 채운 적이 있었던가? 그건 매우 드문 일이다. 한국 선수가 3명이나 준결승전에 오르다니. 역사상 결코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이었다.
 
상 리(이상천)가 심은 씨앗이 드디어 열매를 맺은 것이다. 한국 선수들은 지금 누구라도 세계 톱 랭킹에 올라갈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몇 년 전, ‘빅가이’ 김경률이 농담처럼 말하는 것을 들었다. 지금 자신의 세계 랭킹이 4위인데, 한국 랭킹은 6위라고 말이다.
 
그 당시만 해도 우리에게 알려진 한국 선수는 김경률과 최성원 정도였다. 김재근, 이충복, 허정한, 강동궁, 황형범, 조재호 같은 선수들을 자주 보지 못할 때였다. 지금은 이 8명의 선수 모두 월드 클래스가 되어 있다.
 
더 놀라운 것은 한국에는 이들 말고도 아직 더 많은 풍부한 자원이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에 나는 엄상필이라는 한국 선수를 봤다. 그는 단 한 번도 국제대회에 출전하거나 입상한 경험이 없던 생소한 선수였는데, 그런 그가 7이닝 만에 30점을 가볍게 만들었다.
 
한국에는 훌륭한 기량을 갖춘 선수가 얼마나 많이 있는 것일까?  3쿠션의 중심지가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움직임은 동쪽을 향하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는 여전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고 남아메리카의 콜롬비아에는 좋은 선수들과 새로운 당구용품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아직 그들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
 
3쿠션의 전통적인 중심지는 유럽이었다. 그러나 유럽의 스타 플레이어들은 40대와 50대다. 그런데 지금 아시아는 한국뿐 아니라 베트남의 젊은 3쿠션 선수들까지 주목받고 있다. 현재 베트남이 벨기에보다 톱 50위에 얼마나 더 많은 선수를 올려 놓았는지 살펴본 적이 있는가?
 
톱 50위 안에 가장 많이 올라 있는 나라가 어디인지 알고 있는가? 2015년 4월 4일에 발표된 세계 랭킹을 살펴보면 톱 50위 안에 유럽은 23명, 아시아 15명, 판아메리카 8명, 아프리카 4명이 올라 있다. 한국은 9명으로 가장 많은 선수가 올라 있고, 벨기에와 베트남이 각 5명, 이집트와 터키가 각 4명, 네덜란드가 3명 올라 있다.
 
유럽은 톱 랭커들의 연령대가 높은 반면, 한국과 베트남 등의 아시아는 20, 3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에는 중국이라는 아주 큰 나라가 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중국은 이미 스누커에 미쳐 있다. 새로운 스포츠의 가치에 큰 애정을 보이고, 당구에 대한 과학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그 거대한 나라에서 3쿠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들은 3쿠션을 하기에 분명히 좋은 자원과 잠재력을 갖고 있다. 나와 내기를 해도 좋다. 지금의 한국과 베트남에 중국까지 3쿠션을 시작한다면, 3쿠션의 중심은 아시아로 완전히 이동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유럽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전통과 기득권을 내세워 이들 위에 군림할 방법을 찾지 말고, 아시아와 함께 발전하여 3쿠션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도록 많은 정책을 변화해야 한다. UMB 세계 랭킹 시스템부터 이런 변화에 맞춰 실력 있는 젊은 선수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바뀌어야 한다.
 
1994년, 2004년, 2014년 사이에 3쿠션의 변화를 비교하기 위해 세계 랭킹 50위까지 찾아보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좋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 목록을 아래로 내리면, 선수들의 실제 실력과 랭킹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1994년부터 10년 단위 UMB 랭킹 분석 결과 <자료출처 빌리어즈, UMB>
UMB 세계 랭킹 리스트의 70위 혹은 90위 선수들 중에 국내 대회 성적으로 랭킹 포인트 30점을 획득한 선수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어떤 월드컵에서도 본 적이 없다. 세계 랭킹에 이들의 이름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그들의 애버리지는 1.1 정도거나 0.7 정도의 수준이다. 그리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고 당구를 좋아해서 여행 삼아 모든 월드컵에 출전하며 랭킹 포인트를 쌓은 선수들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매 대회에서 출전 랭킹 포인트로 3점 혹은 4점의 포인트를 받게 된다. 이들의 실력은 애버리지 0.6 혹은 그 이하다.
 
실력이 우선이어야 할 스포츠 세계 랭킹 시스템이 그 외적인 요소에 의해 순위가 매겨지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물론 1위부터 30위, 혹은 40위까지의 UMB 세계 랭킹의 신뢰도는 꽤 높은 편이다. 허나 60위 아래는 위와 같은 이유로 신뢰도가 매우 낮다.  
 
나는 몇 년 전 랭킹 포인트 문제로 UMB 관계자와 몇 차례 논쟁을 벌이다가 듀퐁 전 회장에게 이 문제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나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2015년부터 랭킹 포인트 시스템이 8개 대회 합산에서 6개 대회 합산으로 바뀌었지만, 본질적인 랭킹 포인트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그 자리에 올라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먼저 국내 대회 성적에 의해 주어지는 30점의 랭킹 포인트는 실력에 관계없이 세계 랭킹에 더 높이 오르게 만들고 있다. 일괄적으로 80점씩 주어지는 대륙별 선수권대회 랭킹 포인트 역시 마찬가지다. 판아메리카의 80점과 유럽의 80점이 같을 수 있을까?
 
아프리카연맹은 이집트가 머리, 몸, 팔다리나 다름 없다. 이집트 외에 다른 나라는 3쿠션 선수가 거의 없다. 이집트 국내 랭킹 1위에 오르면 다른 대륙에 비해 쉽게 대륙선수권자가 되어 랭킹 포인트 110점을 무조건 받게 된다. 비슷한 실력에 있는 유럽과 아시아 선수가 110점을 획득하려면 월드컵 본선에 몇 번이나 출전을 해야 하나? 이것은 불공정한 랭킹 시스템이다.  
 
이 랭킹 시스템은 유럽이 3쿠션 선수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다. 2000년대 초반까지 활발하게 활동했던 덴마크 선수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넬린과 학스는 반 은퇴 상태이고, 로시는 그나마 리스트에 있다. 칼센, 안데르센, 한센, 크누센은 어떤가? 이들은 충분히 톱 50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실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독일 역시 프링거, 에거, 린더만, 크리스토둘리디스 같은 유능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유럽의 전통 강호들, 아시아의 신흥 강호들과 경쟁을 벌이게 된다면 3쿠션은 더 재미있는 스포츠가 될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중국이 3쿠션 월드컵에 합류하는 날이 와서 유럽의 전통과 아시아의 신흥 강자들이 대결하는 구도가 짜인다면 3쿠션은 더욱 멋진 스포츠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지금 UMB와 세계 3쿠션계는 이것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베르트 판 마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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