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남매 팀으로 'KBF 디비전 리그' 포켓 D3 리그에 출전한 박은지-박규서. 사진=김민영 기자
유일한 남매 팀으로 'KBF 디비전 리그' 포켓 D3 리그에 출전한 박은지-박규서. 사진=김민영 기자

여기 '찐' 당구 DNA를 가진 남매가 있다.

박은지(35)-박규서(32) 남매로, 누나 박은지는 국내 톱 랭커로 활약 중인 충남체육회 소속의 포켓볼 선수이고, 동생 박규서는 한때 포켓볼 선수였으나 현재는 동호인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 둘의 아버지는 캐롬, 포켓볼, 스누커, 잉글리시빌리어드 등 당구 전 종목에서 선수로 활약한 박승칠이다.

박은지와 박규서는 이번 시즌 'KBF 당구 디비전 리그' 포켓 D3 리그에 허세양, 김범서와 함께 충남당구연맹 A팀에서 같이 호흡을 맞췄다.

포켓볼 선수인 누나 박은지는 충남체육회 소속으로 국내 여자 포켓볼 선수 톱 랭커 중 한 명이다. 사진=김민영 기자
포켓볼 선수인 누나 박은지는 충남체육회 소속으로 국내 여자 포켓볼 선수 톱 랭커 중 한 명이다. 사진=김민영 기자

유일한 남매 팀으로 이번 디비전 리그에 참가했다. 디비전 리그 출전 제안은 누가 했나?

박은지(이하 은지) : 디비전 리그가 있다는 말은 내가 먼저 했던 것 같다.

박규서(이하 규서) : 누나가 이런 디비전 리그가 있는데, 누나네 충남 팀 선수가 1명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러면 내가 같이 해도 괜찮겠냐고 제안했다. 오래 쉬어서 좀 부족하기는 하겠지만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다.

 

특별히 출전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나?

규서 : 생업 때문에 당구선수는 그만뒀지만, 당구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였다. 항상 당구가 치고 싶었다. 특히 이번 디비전 포켓 D3 리그는 동호인과 선수가 함께 출전할 수 있는 대회라서 기회가 좋다고 생각했다.

 

원래 당구선수로 활동을 했다.

규서 : 맞다. 당구선수인 아버지가 당구아카데미를 운영하고 계셔서 나와 누나도 자연스럽게 당구를 접할 수 있었다. 14살 때부터 당구를 치기 시작해서 17살에 본격적으로 당구선수를 목표로 준비했다.

 

선수로는 얼마나 활동한 건가?

규서 : 22살 때부터 29살 때까지 7, 8년 정도 한 것 같다.

 

아버지와 누나의 영향이 컸을 것 같다.

규서 : 처음에 당구선수를 꿈꿨던 이유가 당구 전 종목을 섭렵한 아버지가 너무 멋있어 보여서였다. 하지만 3년 선배인 누나가 당구선수로 자리 잡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쉽지 않은 일임을 알았다.

특히 누나의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전 종목을 석권한 아버지가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데, 그 결과가 안 나오면 그 여파가 너무 커서 이게 쉬운 길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동생이 당구선수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누나로서는 어땠나?

은지 : 엄청 아쉬웠다. 내 생각에는 동생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고, 지금도 같이 연습하다 보면 재능있는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 동생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깊게 이야기해 보지 않았지만, 본인도 아쉬움이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때 차유람-차보람 같이 자매나 형제가 같이 활동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내심 같이 다니면서 서로 의지도 많이 되고, 공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그런 것들이 한순간에 없어지니까 약간 헛헛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KBF 디비전 리그' 포켓 D3 리그 마지막 라운드 경기 중인 박규서. 사진=김민영 기자
'KBF 디비전 리그' 포켓 D3 리그 마지막 라운드 경기 중인 박규서. 사진=김민영 기자

이번에 동생과 다시 같은 팀으로 디비전 리그에 참여했다. 기대한 만큼 재미있었나?

은지 : 재미있었다. 동생하고 팀을 이뤄서 하다 보니 새롭기도 하고, 같이 연습하면서 공에 대해 공유하는 것도 좋았다. 특히 공을 치는 내 모습을 내가 볼 수 없는데, 옆에서 동생이 지켜보면서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조언해 주고, 나 또한 동생에게 조언해 주면서 오히려 내 것을 찾아가고 또 배우는 시간이었다. 이런 점 때문에 같이 연습하는 게 되게 재미있었다.

혼자 연습하는 것도 좋지만 대화가 되고 잘 맞는 사람하고 같이 연습을 하니 연습도 재미있고, 또다시 욕심이 좀 생기기도 했다.

 

디비전 리그 연습을 같이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많이 느낀 것 같은데, 성적은 어땠나?

은지 : 생각보다 괜찮게 나왔다. 동생이 조금 늦게 합류한 데다가 오랫동안 쉬었다 보니 원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중요한 순간에 잘해줬다.

 

디비전 리그는 팀 리그지만, 개인전 성적으로 팀 성적이 결정돼서 서로 부담이 컸을 것 같은데.

은지 : 팀 성적보다 내 개인 성적에 더 집중했다. 내 성적이 잘 나오면 팀 성적도 좋은 거니까. 하지만 만약 내가 못 해도 우리 팀 다른 선수들을 믿고 있어서 큰 부담은 없었다.

규서 : 오히려 내가 속앓이를 많이 했다. 팀에서 내가 한 명의 역할을 못 하면 다른 팀원들의 부담이 더 가중된다는 생각에 이게 '잘해야 되는데'라고 부담이 되니까 오히려 더 안되더라.

내가 그런 부담을 갖고 있는 걸 안 누나가 "너무 부담 갖지 마라, 다 각각 자기 게임을 하는 거다. 그중에 두 명만 이기면 되는 거다" 이렇게 말해줘서 그 말을 듣고 첫 승을 했다.

 

내년에도 디비전 리그에 참가할 의향이 있나?

규서 : 나는 무조건 하고 싶다. 하지만 이번 시즌 승률이 너무 안 나와서 팀에서 좋은 카드라고 생각할지.(웃음) 그건 누나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전문 선수로서 디비전 리그에 어떤 기대를 하고 있나?

은지 : 이번에 동호인과 같이 팀을 꾸리고 또 대결을 하면서 굉장히 색다른 경험을 했다. 동호인들에게도 디비전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은 선수들은 선수끼리만, 동호인들은 동호인들끼리만 대회를 해왔다. 이번에 디비전에서 선수와 동호인이 함께 하면서 뭔가 더 발전하고 더 좋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디비전을 하면서 동호인들의 실력이 느는 게 보이더라. 선수들 역시 이 안에서 좋아지는 게 보였다. 그게 이 D3 리그의 매력인 것 같다. 여기 안에서만 할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반면, D2나 D1으로 리그가 확장되면 선수들끼리 대회에서 어차피 복식전을 매번 하고 있는데, 뭔가 색다른 경기 방식이라든지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그런 점에서 D3 리그가 굉장히 매력적인 리그인 것 같다.

 

포켓볼 선수로서의 앞으로 목표는?

은지 : 한동안 계속 몸도 그렇고, 정신적으로도 힘든 일이 많았다. 그동안 떨어진 랭킹 올리는 게 당장 지금의 목표다. 그리고 포켓볼 선수를 하면서 계속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목표는 세계대회에서 우승해 보는 거다. 나이가 더 들더라도 꼭 한 번은 세계대회 우승을 해보고 싶다. 그게 나의 한계치라고 해야 할까. 그 한계를 한 번 넘어보는 쾌감을 느껴보고 싶다. 

(사진=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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