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챔피언십 2연패에 성공한 '슈퍼맨' 조재호. 사진=제주/이용휘 기자
월드챔피언십 2연패에 성공한 '슈퍼맨' 조재호. 사진=제주/이용휘 기자

[빌리어즈앤스포츠=제주/김민영 기자] '디펜딩 챔피언' 조재호(NH농협카드)가 프로당구 왕중왕전인 월드챔피언십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17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PBA 월드챔피언십 2024' 결승전에서 '초대 월챔 챔피언' 다비드 사파타(스페인, 블루원리조트)를 세트스코어 5-4로 꺾은 조재호는 타이틀 방어와 함께 월드챔피언십 통산 2승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작성했다.

9세트의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조재호와 사파타는 한 세트씩 주고받으며 8세트까지 4-4의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특히 사파타가 8세트 1이닝에 15점을 한 큐에 득점하며 페퍽트큐까지 기록해 후반 기세를 올렸지만, 9세트에서 사파타의 단 한 번의 실수를 놓치지 않은 조재호는 마침내 우승까지 차지할 수 있었다.

빌리어즈

우승한 소감이 어떤가?

우승했는데, 사실 잘 믿어지지 않는다. 처음 올 때부터 예선 통과만 하자고 생각하고 왔는데, 이렇게 마지막에 우승을 할 수 있어서 너무 기분 좋고 감사하다.

이번 시즌에는 팀리그 우승을 먼저 하고 싶다고 했는데, 월드챔피언십에서 두 번째 우승을 했다. 그래도 서운한 마음은 없어졌을 것 같은데.

시합 전에는 이거 우승하면 무조건, 기필코 팀리그도 우승한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도 또 우승하게 될 줄은 몰랐다. 다비드 사파타 선수가 워낙 잘 쳤고, 나는 컨디션이 조금 안 좋았는데, 마지막 세트에 집중력이 좀 발휘되고, 공도 잘 서줘서 우승을 또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 시즌은 더 열심히 해서 팀리그 우승에 도전해 보겠다.

8세트에서 사파타 선수가 퍼펙트큐를 쳤다. 기다리느라 오래 앉아 있었는데, 그때 어떤 생각을 했나?

'기왕 퍼펙트큐가 나올 거면 이번 세트에 나와라. 그럼 다음 세트에 연달아 나오기는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게 주효했다.

결승전 후 다비드 사파타와 손을 맞잡은 조재호.
결승전 후 다비드 사파타와 손을 맞잡은 조재호.

퍼펙트큐를 맞았을 때 압박감을 느끼지는 않았나?

이렇게 퐁당퐁당 세트를 가져가니까 마지막 세트에 기회가 무조건 올 거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세트에 공이 오는 한 큐만 정확하게 집중을 한 번 해보자라고 다짐을 하고 있었다.

앞선 여자부 LPBA 결승전에서 NH농협카드의 김보미 선수가 아깝게 우승을 놓쳤다. 팀 분위기나 마음이 어땠는지?

숙소에서 경기를 봤다. 4 대 1로 이기면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켜봤는데 그 세트에서 좀 아쉽게 공이 빠졌다. 서울에서 관계자분들도 많이 오시고 제주 농협 지점장님도 오셔서 응원하셨는데, '결승전 두 경기 중 그래도 한 경기는 이겨야 하지 않나' 하는 압박감이 있어서 사실 더 열심히 쳤다.

지켜보는 사람들도 긴장감 넘치는 세트가 있었는데, 선수들도 그런 긴장감을 느끼나?

선수 본인들이 제일 많이 느낄 거다. 나도 엄청난 부담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세트가 끝날 때마다 팔을 계속 주무르고 했던 게 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샷을 계속하니까 팔에도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더라. 그래서 세트 끝날 때, 중간에 앉아서 쉴 때 계속 팔만 풀어놓자는 생각으로 계속 팔을 주물렀다. 그게 잘 통했다. 나중에 팔을 잘 컨트롤할 수 있도록 미리 계속 풀어놔서 결정적인 순간에 샷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빌리어즈

예선 통과만 하자는 마음으로 이번 월드챔피언십에 출전을 했다고. 굳이 왜 예선이 목표였나?

두 번 연속으로 우승할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다. 하지만 두 번 연속한 사람이 없고, 일단 한 번 기록을 세우면 깨지려면 2년 이상 걸릴 테니까 기록을 좀 세우고 싶긴 했다. 또 전 대회 우승자인데 예선에서 탈락하면 사람들이 안 좋게 생각할까 봐 일단 16강은 통과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사실 예선전이 가장 힘들었다.

32강 통과한 후 컨디션이 더 올라온 건가?

4강전도 나쁘지 않았다. 레펀스 선수가 인터벌이 조금 긴 편이기 때문에 몸이 많이 다운된다고 생각해서 내 템포를 가지고 가는 게 중요했고, 엄상필 선수와의 8강은 너무 잘 맞아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챔피언 포인트가 눈 앞에 보이면 부담이 정말 클 것 같다. 어떻게 극복했나?

연습량이다. 마지막 2점 남았을 때 포지션을 할 수 있는 공이 섰는데, 키스 타이밍을 포지션 하기 위해서 공을 치려고 보니 미세하게 키스가 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적구가 빅볼이라 힘 빼고 얇게 커트만 잘 시키며 포지션도 되겠다 해서 쳤는데, 키스가 살짝 났다. 그 후에 안으로만 들어가면 무조건 맞는 공이 섰길래 '이건 됐다'고 생각했다.

빌리어즈

상대가 너무 강적이었고, 큰 경기라서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오늘의 경기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거의 12일을 제주도에 있었는데, 그 12일 동안 거의 똑같은 삶을 살았다. 아침에 눈 뜨는 시간, 첫 끼 먹는 시간, 연습하러 가는 시간, 낮잠 자는 시간까지 12일 동안 똑같이 하고 대회 4시간 전에 도시락으로 식사하는 루틴을 정확하게 지켰다.

굳이 도시락으로 식사했던 이유가 있나?

사실 시합 때는 화장실도 이긴 경기에서 갔던 자리만 가고, 식사도 '백합' 먹었을 때는 조금 안 맞길래 '진달래'를 먹었을 때 잘됐으니까 그것만 먹었다. 심지어 오늘은 매일 가던 지점이 휴무라 다른 지점까지 가서 사 왔다.

오늘 결승에서 아깝게 진 팀원 김보미 선수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

보였던 공이 있었다. 그런데 심적으로 스트로크가 정확하게 안 나갈 것 같은 특정 공이 있는데, 그럴 때는 그립법 자체를 좀 바꿔야 한다. 손목 스냅을 없애고 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좀 잡아 주면 다음에는 더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시즌은 정규 시즌 2회 우승, 월드챔피언십 우승에 PBA 시상식에서 대상까지 받았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서 이번 시즌 점수를 매기자면?

지난 시즌이 200점이었다면, 올 시즌은 300점 같다. 훨씬 큰 부담을 안고 시작했는데,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해서 100점, 새로운 선수들과 경합해야 했는데, 다행히 우승을 해서 그게 기본은 했다고 생각한다. 오늘 월드챔피언십 우승도 해서 200점 보태서 300점이라고 생각한다.

빌리어즈

지난 시즌과 비교해서 본인의 기량이 나아졌다고 평가하나?

기량은 잘될 때, 안 될 때 똑같다. 이번에는 루틴을 잘 지킨 게 가장 중요했고, 시합을 점점 더 많이 경험을 하니까 시합이 안 풀릴 때 대처 능력이 조금씩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오늘은 경기 중간에 상대를 교체했다. 무슨 문제가 있었나?

승부수를 던진 거다. 소위 말하는 '문대지는 큐미스'라고 그러는데, 화면상이나 소리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한 0.1~0.2mm 정도 비틀어지는 거다. 실제로 팁 앞을 보면 그 자리만 살짝 색깔이 변해 있다. 치는 사람만 알 수 있는 큐미스다. 메인으로 쓴 상대로 경기를 너무 많이 해서 팁이 너무 많이 압축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팁도 낮아지고, 미끄러짐 현상이 4강 때부터 조금 있었는데, 결승까지는 쓸 수 있겠지 했는데 그게 연달아서 큐미스가 나오길래 빨리 교체해서 승부를 보자는 생각을 했다. 지더라도 큐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말자 해서 교체를 했다. 당시 서브로 가지고 있던 상대로 메인으로 쓰려고 연습을 많이 해놨던 거라서 당장 칠 수 있는 상태였다.

시합에서 수비도 많이 신경 쓰는 편인가?

항상 수비를 생각하고 친다. 공이 상대방에게 열리는 경우는 공격하다 미스했을 때 공이 풀리는 거다. 그건 사파타 선수도 마찬가지다.

누적 상금이 8억을 넘어섰다. 현재까지는 프레데릭 쿠드롱 선수가 9억이 넘는데, 10억을 누가 먼저 돌파하느냐 이제 그게 또 핫이슈가 될 것 같다.

선수에게 상금은 굉장히 중요하고, 만약 당구선수가 누적 상금 10억을 넘겼다고 하면 당구를 치려는 어린 선수들이 더 당구를 치고 싶어 하고 당구선수를 하고 싶어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그렇게 만들고 PBA를 활성화시키는 것도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을 한다. 또 최초의 누적 상금 10억을 돌파한 선수가 되면 그것도 기록으로 남고 이름을 남기고 싶은 게 사실 제일 큰 목표기도 하다.

(사진=제주/이용휘 기자)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