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정은영.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한국 여자 3쿠션 당구선수 1세대인 정은영(47)이 이번 2023-24시즌 LPBA 투어에서 준결승까지 진출하며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프로당구 PBA 출범 원년부터 LPBA 투어에서 활약한 정은영은 초창기 투어에서 8강까지 오르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으나 대한당구연맹 시절 강자로 손꼽히던 정은영으로서는 아쉬운 성적이었다. 또한, 시즌이 거듭될수록 강자들은 계속 늘어났고, LPBA 여자 선수들의 수준 또한 일취월장했다.

그 와중에 박지현, 박수아, 이마리 등 아마추어 시절 같이 활약하던 여자 3쿠션 1세대 선수들이 활약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고, 정은영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을 터.

부산과 김해에서 경기도 일산을 오가며 대회에 출전해야 했던 그는 체력적인 부담을 줄이고자 이번 시즌 경기도 일산으로 거처를 옮겼고, 그녀의 선택은 탁월했다.

체력적인 부담과 시간 낭비를 줄인 덕분이었을까 이번 시즌 3차 투어 '하나카드 챔피언십'에서 준결승에 오른 정은영은 4차 '에스와이 챔피언십'에서도 8강에 진출했으며, 6차 'NH농협카드 챔피언십'에서도 8강에 올랐다.

결국 이번 시즌 상금 랭킹 15위를 차지한 정은영은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LPBA 월드챔피언십 2024' 시드를 손에 넣었다.

정은영
정은영

이번 시즌 '정은영'이라는 이름을 당구 팬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만족하나?

선수로서의 목표는 항상 1등이기 때문에 아직 더 올라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 어느 정도는 만족스럽지만, 욕심을 더 내보고 싶다.

이번 시즌에 처음 준결승까지 올랐다.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었던 이유가 있나?

부산과 김해에 있었는데, 이번 시즌에 대회장 근처인 일산 쪽으로 아예 올라왔다. 멀리서 일산까지 대회 때마다 오다 보니 거리상 이동하면서 몸의 피로도가 너무 많이 쌓여서 경기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앞 대회에서 떨어지고 김해까지 가서 다음 대회를 준비하기까지 피로가 너무 쌓이다 보니 준비하는 과정도 힘들고, 또 다음 대회에서도 피로감 때문에 경기를 잘할 수 없었다.

장거리가 너무 힘들어서 그냥 한번 올라와 보자 했는데, 이게 도움이 많이 됐다. 그리고 이쪽으로 와서 대회장 바로 옆에서 여러 선수들이랑 동호인들 옆에서 보고 배우는 게 많다.

언제 올라온 건가?

작년 6월에 시즌 개막하고 나서 왔다. 확실히 체력적인 부담감이 줄었다. 그리고 일산으로 오기 전에 경기도 남양주에 두 달 정도 있었는데, 그 두 달 동안 지금 후원받고 있는 회사의 박재우 이사님한테 짧은 기간이지만 되게 많이 배웠다. 지금도 그때 배운 것들을 많이 되새기고 연습하고 있다.

이번 투어에서 가장 아쉬웠던 경기가 있다면?

모든 경기가 지면 다 아쉽다. 물론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조금 더 아쉬운데, 첫 경기에서 떨어지면 너무 허무하다. 몇 라운드 더 올라가서 떨어지는 것보다 첫 라운드에서 탈락하면 그 허무함과 허탈함이 너무 크다. 아마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이고, 똑같은 마음일 것 같다.

정은영
정은영

처음에 어떻게 여자 3쿠션을 시작했나?

LPBA 투어에서 뛰고 있는 나랑 오경희, 허정한 선수의 아내가 된 정문영, 그리고 지금은 당구를 안 치고 있는 김은정, 또 한 명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이렇게 5명이 처음 만들었다. 서울에서 5명이 만나서 공문을 만들고 각자 뿌리고 다니면서 선수들을 모았다. 그때 박수아 선수부터 싹 다 들어온 게 여자 3쿠션의 시작이었다.

한국 여자 3쿠션 1세대 선수로서 요즘 PBA와 LPBA 투어를 보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너무 기분 좋다. 옛날에는 주변에서 같이 당구 치는 남자선수들마저도 여자는 3쿠션 안 된다는 소리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사람들 관심이 어마어마하다. 당구로 진학을 할 수도 있고, 완전히 문화가 바뀐 것 같다.

사실 요즘은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예전에는 희망도 안 보이는데, 그 와중에 우리가 뚫고 나가는 거였다면, 지금은 주변에 잘하는 사람도 너무 많아서 뿌듯하다.

투어 시청자들과 팬들도 어마어마하게 많아져서 길을 가다가도 아는 척을 해주는 분들이 있다. 내가 준연예인이 된 것처럼. 정말 깜짝 놀랐고, 너무 행복했다.

LPBA 투어에서의 목표는?

무조건 우승하고 싶다.

3차 투어 준결승에서 떨어진 아쉬움이 크겠다.

아니다. 그 경기는 거기서 끝났다. 끝난 시합을 뒤돌아보고 아쉬워하지는 않는다. 그건 어차피 끝났기 때문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다음 경기에 대한 생각이 많은 편이어서 그때 아쉬운 걸로 끝이다. 어쨌든 우승을 아직 못했다는 것. 그 빈자리를 채우고 싶다.

결승에서 어떤 선수를 만나고 싶은가?

잘하는 사람과 만나고 싶다. LPBA 톱 누구라도 결승에 올라올 수 있기 때문에 누구 한 사람을 꼽을 수는 없다.

평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나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나?

사실 나는 스트로크가 좀 서툴다. 샷이 너무 빠르다 보니 그만큼 빈틈이 많다. 보는 사람은 시원하게 잘 친다고 생각하겠지만, 반면에 놓치는 부분도 있다. 파워나 속도는 좋지만, 느리게 치는 게 좀 약해서 힘 빼고 느리게 치는 걸 연습하는 중이다.

정은영
정은영

이번은 왕중왕전 월드챔피언십이다. 각오가 평소 대회보다 남다를 것 같은데?

설렌다. 긴장도 많이 되고. 그런데 문제는 제주도에서 하는데, 내가 비행기를 못 타서 걱정이다. 대회보다도 지금 그 걱정이 크다.

가족들도 응원을 많이 해주나?

고1 올라가는 딸이 있는데, 본인은 당구에 관심이 없지만 엄마가 당구선수라는 걸 되게 자랑스러워한다. 항상 우승하라고 응원해 준다.

월드챔피언십이 끝나면 또 PBA 시상식이 바로 열리는데, 만약 PBA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다면 어떤 상을 받고 싶은가?

핫이슈상이 있다면 받아보고 싶다. 다른 여자 선수들보다 시원하게 친다는 말도 많이 듣고, 또 핫이슈 상은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나에게 많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 같아서 그런 상을 받아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정은영 선수를 응원하고 있는 팬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못해도 질책보다는 응원과 칭찬을 많이 부탁드린다. '잘 한다, 잘 한다' 해주시면 더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반면에 '이것도 못 치냐'고 하면 기죽어서 할 수 있는 것도 못 하게 된다. 이왕이면 잘 한다는 말로 응원해 주시면 더 잘 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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