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투어부터 16강, 8강에 이어 4강에 연달아 오른 황형범. 사진=이용휘 기자
7차 투어부터 16강, 8강에 이어 4강에 연달아 오른 황형범. 사진=이용휘 기자

[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이 순서대로라면 월드챔피언십에서는 결승 진출이다. 7차 투어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16강에 진출한 황형범이 8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웰뱅 챔피언십' 8강에 이어 9차 투어 '크라운해태 챔피언십'에서 프로당구 PBA 투어 데뷔 이후 첫 4강 진출에 성공했다.

3일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시즌 마지막 9차 투어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 준결승전에서 튀르키예의 '작은 거인' 무라트 나지 초클루(하나카드)와 풀세트 대결을 벌인 황형범은 세트스코어 0-3으로 절벽 끝으로 몰렸으나 이후 4세트부터 6세트까지 세 세트를 연속으로 이기며 3-3 동점을 만들고 첫 결승 진출 청신호를 켰다. 하지만 황형범은 마지막 7세트에서 초클루에게 4:11(8이닝)로 패하고 말았다.

지난 2015년 포르토 세계3쿠션당구월드컵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한 황형범은 2018년 잔카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거둔 후 2019년 프로당구 출범 원년에 PBA로 이적했다.

금방이라도 PBA 강자로 이름을 올릴 것 같았던 황형범은 첫 시즌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16강에 올랐으나 이후 128강과 64강을 전전했다.

황형범.
황형범.

결국 2022-23시즌에는 드림투어(2부)로 강등됐고, 이번 2023-24시즌 큐스쿨을 통해 다시 1부 투어로 복귀했다.

이번 시즌도 처음부터 꽃길은 아니었다. 시즌 초반 32강까지 두 차례 올랐던 황형범은 다시 128강 탈락 후 한 계단씩 밟아 올라왔다.

7차 투어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16강에 오른 황형범은 8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웰뱅 챔피언십'에서 프로당구 데뷔 후 첫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9차 투어 '크라운해태 챔피언십'에서 4강에 오르며 한 단계 더 나아갔다.

황형범은 '빌리어즈앤스포츠'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주위에서 이 순서대로라면 월드챔피언십은 결승 진출이라고 하네요"라며 기분 좋게 웃었다.

다음은 황형범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16강에서 오태준과 뱅킹 중인 황형범.
16강에서 오태준과 뱅킹 중인 황형범.

한동안 소식이 뜸했는데, 어떻게 지냈나?

부산에서 당구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지냈다. 2019년에 당구대 4대로 첫 당구아카데미를 오픈했고, 작년 8월에 두 번째 아카데미를 열어서 지금 부산에서 두 개의 당구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9차 투어에서 오랜만에 당구선수 황형범으로서 실력 발휘를 했다. 준결승까지 간 소감이 어떤가?

7차 투어에서 32강부터 해서 한 단계씩 올라와서 16강, 8강, 4강, 이 순서대로 하면 곧 있을 월드챔피언십은 결승에 올라갈 차례하고 하는데, 모르겠다. (웃음)

이번에는 마지막까지 조금만 더 이기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이전에 계속 지기만 할 때는 '이거 또 안 되겠다' 이런 마음이 앞섰는데, 이번 시즌에는 조금씩 조금씩 올라오다 보니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게 마지막까지 힘이 된 것 같다.

무라트 나지 초클루와의 준결승전도 0-3으로 지고 있다가 3-3까지 따라붙었다.

내가 좋아하는 당구를 하는데 경기를 좀 더 오래 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으로 한 이닝이라도 더 오래 치고, 한 세트라도 더 치자는 마음으로 버텼다.

황형범은 16강전에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승리하며 4강까지 진출했다.
황형범은 16강전에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승리하며 4강까지 진출했다.

16강에서 한국 선수들이 다 떨어지고 8강부터는 황형범 선수만 남았는데,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

국가대표의 마음으로 열심히 해야 한다는 댓글도 있던데, 사실 부담은 없었다. 예전에도 월드컵이나 국제대회에서 이렇게 혼자 남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별로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번 투어 출전 전에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있었나?

그냥 '좀 더 집요하게 치자' 이런 마음으로 대회에 나왔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더 집요하게, 공 하나하나 아깝게 생각하고 치자 그런 마음이었다.

이번 시즌 7차 투어부터 16강, 8강, 4강 점점 성적이 좋아졌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원래 운영 중이던 당구아카데미에 당구대가 4대 밖에 없었는데, 새로 하나 더 오픈하면서 PBA 테이블 8대를 설치했다. 그 테이블에서 주로 연습하면서 테이블이 눈에 익다 보니 그 영향이 좀 큰 것 같다.

그리고 최근에 큐를 바꿨다. 롱고니에 내 이름으로 출시된 큐가 있었는데 단종되면서 큐를 새로 바꿨다. 예전에 쓰던 큐보다 힘이 더 좋아서 좀 더 편안하게 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다.

예전에는 경기를 하면 '이번에도 또 질 것 같다' 이런 자신감 없는 느낌이 좀 있었는데, 요즘에는 계속 올라오다 보니까 '이번에도 한 단계만 더 올라가 볼까' 이런 마음으로 대회에 임했다. 근데, 그게 말대로 됐다.

2015년에 포르토에서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하고 2018년에 잔카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한 후에 정말 오랜만에 사람들에게 황형범 선수의 이름을 알렸다.

잠깐 공백이 있었던 거지 선수로서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알리는 기회가 된 것 같다.

황형범
황형범

그러고 2019년에 PBA로 이적하면서 금방이라도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오랫동안 성적이 안 나왔다.

당구를 더 많이 쳐야 하는 데 가르치는 데 전념하다 보니 정작 내가 연습할 시간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또 사실 나는 빈쿠션 치는 걸 선호하지 않는 스타일이라서 뱅크샷 2점제 PBA 룰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다. 경기 중에 2점짜리 뱅크샷을 맞으면 당황도 되고, 나는 계속 안 되는 것 같으니까 계속 안 되더라.

또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내가 그동안 쳐온 당구를 가르치고 있는데 PBA에서 쳐야 하는 당구가 다르다 보니 혼란이 왔다. 이제는 그걸 넘어서서 예전의 스타일도 추구하면서 이제 내가 어떻게 당구를 쳐야 하는지 정리가 잘 된 것 같다.

지난 시즌에 2부로 내려가면서 자존심도 상했을 것 같고, 또 설욕해야겠다는 의지가 있었을 것도 같은데?

2부로 내려갔을 때는 그냥 이렇게도 경험해 보는구나 했다. 그냥 계속 꾸준히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대회에 나갔다. 대신 아카데미 선생님들한테는 좀 창피한 부분도 있고, '이제 선수가 아니라 지도자의 길로 가냐' 이런 말을 들으면서 생각이 많았다.

이번에 준결승전까지 올라가서 이제 그런 소리는 더 이상 안 들을 것 같다.

이번에는 수고했다, 축하한다는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다. 평소에 잘 연락을 못 했던 분들도 축하한다고 연락을 많이 주셨다.

황형범
황형범

이번 준결승 진출로 월드챔피언십 출전도 확정됐다. 기분이 어떤가?

9차 투어 전까지만 해도 확정이 아니었다. 16강까지는 가야 월드챔피언십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일단 월드챔피언십은 기본 상금이 있으니까 선수로서 대우받고, 초청받아서 가는 느낌이라 좀 뿌듯하고 기분 좋다.

어떤 각오로 임할 생각인가?

월드챔피언십은 첫 출전이라 크게 욕심 안 내고 일단 예선 통과가 목표다. 월드챔피언십에 나오는 선수들은 PBA에서도 상위 랭커들이기 때문에 잘 치는 선수들과 같이 큐를 섞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겠다. 그래도 예선 통과를 하고 나면 한 단계씩 한 단계씩 욕심을 내보는 걸로 하겠다.

다음 시즌도 지금의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을까?

새 큐를 사용한 지 이제 한 달 정도 됐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이 완벽하게 될거니까 다음 시즌에는 꼭 한 번은 우승 트로피를 드는 걸 목표로 삼겠다. 

 

(사진=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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