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NH농협카드 그린포스'가 플레이오프에서 하나카드에 1승 3패로 져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다. NH농협카드의 탈락 원인을 두고 팬들 사이에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NH농협카드 그린포스'가 플레이오프에서 하나카드에 1승 3패로 져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다. NH농협카드의 탈락 원인을 두고 팬들 사이에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14연승 대기록', '정규리그 30승', '최다 승률 0.750'.

프로당구 팀리그에서 이번 2023-24시즌에 숱한 기록을 이어갔던 NH농협카드가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정규리그에서 워낙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였기 때문에 이번 시즌 우승은 NH농협카드로 점철되는 듯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 이변이 일어나 포스트시즌행 막차를 탔던 하나카드에 1승 3패로 패하면서 NH농협카드의 파이널행이 좌절됐다.

NH농협카드의 탈락을 두고 그 원인에 대해 팬들 사이에서 설왕설래 말이 많다. 그중 다수는 3차전에서 대폭 변경한 오더와 오성욱이 혼합복식에서 빠진 4차전 오더를 지적했다.

NH농협카드는 지난주 토요일 밤에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만 해도 정규리그 종합우승의 포스를 한껏 보여줬다. 하나카드를 상대로 1세트부터 4세트까지 내리 승리를 거두면서 세트스코어 4-0의 완승을 거둔 것.

그러나 불과 하루가 안 돼 NH농협카드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일요일 오후 3시에 열린 2차전에서 반대로 세트스코어 0-4의 패배를 당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NH농협카드는 플레이오프 1차전을 4-0으로 승리하며 출발이 좋았다.
NH농협카드는 플레이오프 1차전을 4-0으로 승리하며 출발이 좋았다.
2차전을 0-4로 패하면서 NH농협카드의 위기가 시작됐다.
2차전을 0-4로 패하면서 NH농협카드의 위기가 시작됐다.

1차전에서 NH농협카드가 4세트까지 총 44점을 올리는 동안 하나카드는 21점을 득점했다. 득점 비율로 보면 하나카드는 NH농협카드가 올린 점수의 절반을 채우지 못했다.

그런데 2차전에서는 하나카드가 44점을 득점하고 4세트까지 승리하는 동안 NH농협카드는 단 15득점에 그쳤다. 단 한 번도 접전 승부가 벌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글자 그대로 NH농협카드의 완패였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2차전에서 세트마다 점수를 제대로 내지 못하면서 NH농협카드는 3차전 세트오더를 완전히 바꿨다. 2차전의 완패에서 위기를 느껴 3차전에 변화를 시도한 것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월요일인 22일 밤에 열린 3차전에서 NH농협카드가 세트스코어 3-4로 아깝게 패했다. 당시 경기에서 NH농협카드는 이번 시즌에는 처음으로 용병 마민껌(베트남)과 안토니오 몬테스(스페인)를 선봉에 내세웠다.

NH농협카드는 정규리그 40경기 중 30승을 거두는 동안 단 한 번도 이런 전략을 쓴 적이 없었다. 전반부에 조재호를 필두로 국내파를 배치했고, 후반부에 강력한 용병 두 명을 배치해 박빙의 승부가 벌어질 때마다 승리를 거뒀다.

3차전 1세트 남자복식에서 처음 기용된 마민깜과 안토니오 몬테스.
3차전 1세트 남자복식에서 처음 기용된 마민깜과 안토니오 몬테스.
몬테스는 정규리그 5세트와 7세트 단식에서 무려 17승이나 거두며 NH농협카드의 승리를 견인했다.
몬테스는 정규리그 5세트와 7세트 단식에서 무려 17승이나 거두며 NH농협카드의 승리를 견인했다.

특히, 몬테스는 5세트와 7세트에 나와서 활약이 컸다. 1라운드에서 NH농협카드가 거둔 7승 중 4승을 몬테스가 마무리했다. 이때부터 몬테스는 '특급 마무리'로 불리기 시작했다.

2라운드에서 몬테스는 5승 3패를 기록했고, NH농협카드는 5승 3패로 SK렌터카와 공동 2위에 머물렀다. 3라운드는 몬테스가 4차례 출전해 모두 승리를 거뒀고, NH농협카드는 '전승 우승'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작성했다.

4라운드는 몬테스가 2승 2패로 주춤했지만, 마민껌이 4승을 거두면서 활약해 NH농협카드의 6승 2패 성적을 뒷받침했다.

몬테스는 5라운드에서 3승 3패, 마민껌은 2승 3패를 거뒀고, NH농협카드는 4승 4패로 이번 시즌에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NH농협카드는 경기 전반부 4세트까지 복식전 세 경기와 3세트 조재호의 활약으로 7차례 4-0으로 승리했다. 나머지 23승은 후반부에 승리를 거뒀는데, 몬테스는 3세트 승리 한 차례를 제외하고 무려 17승이나 5세트와 7세트에 거둬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이처럼 단식전에서 30승 13패로 팀리그 1위에 오른 주장 조재호를 뒷받침하고, 위기의 순간에 승부를 이어가거나 직접 마무리를 한 몬테스의 활약은 이번 시즌 NH농협카드의 기록에 결코 빼놓을 수 없다.

NH농협카드는 팀리그 경기 중 3세트와 5세트, 7세트에 벌어지는 남자 단식전 3승 중 2승을 따내면서 역대 최고 승률을 기록하며 정규리그 종합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3차전 1세트를 승리한 하나카드.
3차전 1세트를 승리한 하나카드.
3차전 4세트에서 오랜만에 출전한 조재호-김민아 혼합복식팀.
3차전 4세트에서 오랜만에 출전한 조재호-김민아 혼합복식팀.

그런데 3차전 세트오더에서 몬테스를 전진 배치하면서 후반부에 비교적 단식전 경험이 적은 국내파 선수들로 구성한 것이 끝내 아쉬운 결과를 만들었다.

복식전 경험이 전무한 몬테스와 오랜만에 복식전에 나온 마민껌은 3차전 1세트를 하나카드의 응우옌꾸옥응우옌(베트남)-김병호에게 7:11(5이닝)로 패했다. 하나카드의 1세트 붙박이 응우옌꾸옥응우옌이 이 중요한 순간에 천금 같은 하이런 8점을 포함 혼자 10득점을 내며 맹활약했다.

NH농협카드는 2세트도 내주면서 0-2로 끌려갔고, 3세트에 나온 조재호마저 무라트 나지 초클루(튀르키예)에게 7이닝 만에 8:15로 패해 2차전에 이어 0-3으로 끌려갔다.

다행히 4세트 혼합복식에서 조재호-김민아 카드가 성공했고, 5세트에 나온 김현우와 6세트에 김보미가 승리를 거두면서 극적으로 3-3을 만들었다. 그러나 7세트에서 오성욱이 6:11(6이닝)로 응우옌꾸옥응우옌에게 지면서 3-4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이번 시즌에 오성욱은 혼합복식과 남자복식에 주로 나와 26승 15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오성욱의 활약으로 4세트 전력이 더 단단해지면서 NH농협카드의 정규리그 종합우승이 가능했다.

그러나 단기전인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단식전에 한 번도 기용하지 않았던 오성욱을 부담이 큰 7세트에 출전시켜 하나카드의 마무리 주 전력인 응우옌꾸옥응우옌과 맞붙게 된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3차전을 아깝게 내준 NH농협카드는 1승 2패가 되면서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4차전에서 NH농협카드는 다시 전반부를 국내파로 채웠다.

그러나 1세트를 패한 뒤 2세트를 8:7에서 8:9(10이닝)로 패하면서 1차 위기가 찾아왔고, 3세트를 조재호가 승리했지만, 4세트 혼합복식을 패해 세트스코어 1-3으로 탈락 일보 직전에 놓이게 됐다.

오성욱은 이번 시즌에 1세트 남자복식에서 조재호와 나오거나 4세트 혼합복식에 김보미와 함께 출전해 NH농협카드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했다.
오성욱은 이번 시즌에 1세트 남자복식에서 조재호와 나오거나 4세트 혼합복식에 김보미와 함께 출전해 NH농협카드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했다.
4차전에서 패한 뒤 탈락한 NH농협카드의 벤치 모습.  사진=PBA 제공
4차전에서 패한 뒤 탈락한 NH농협카드의 벤치 모습.  사진=PBA 제공

이날 4세트에서는 김보미와 찰떡 호흡을 보였던 오성욱 대신 김현우를 기용했는데, 5이닝 동안 무득점에 그치며 크게 무너졌고, 초클루-사카이에게 0:9(6이닝)로 패했다.

그래도 5세트에 나온 몬테스가 4이닝까지 9:2의 리드를 지키면서 풀세트 역전승을 노려볼 만했다. 그런데 4이닝 후공에서 하나카드 신정주의 극적인 끝내기 9점타가 터지면서 9:11로 5세트도 패해 결국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P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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