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카드의 무라트 나지 초클루(튀르키예)와 사카이 아야코(일본). 혼합복식에서 두 선수는 4라운드 4번째 경기부터 붙박이로 나와 '5연승'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PBA 제공
하나카드의 무라트 나지 초클루(튀르키예)와 사카이 아야코(일본). 혼합복식에서 두 선수는 4라운드 4번째 경기부터 붙박이로 나와 '5연승'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PBA 제공

두 선수가 번갈아 치는 '스카치 복식전'은 개인전과는 완전히 다른 경기다. 한 사람만 잘해서는 결코 이길 수 없고, 그렇다 보니 선수 입장에서 매번 타석에서 받는 부담이 크다.

심지어 남녀 선수가 같이 치면 각자 입장에서 중압감은 더 커진다. 주로 리드하는 남자 선수는 더 잘해야 되고, 여자 선수 역시 쉬운 공을 놓치지 않고서 포지셔닝까지 해줘야 하는 압박에 시달린다.

프로당구(PBA) 팀리그는 이 남녀 스카치 방식의 혼합복식전으로 경기 중간 승부처에서 가장 중요한 승부를 벌인다. 혼합복식전을 잘하는 팀은 승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 4라운드에서는 가장 강력한 복식 듀오가 탄생했다. 지금까지 복식전에서 두각을 나타낸 팀은 대부분 한국의 남녀 선수가 나온 경우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식이 깨졌다. 일반적으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는 다른 국적의 선수를 혼합복식에 나올 경우 승부가 쉽지 않지만, 이번에 하나카드가 내세운 용병 선수의 혼합복식 조합이 제대로 통했다. 

하나카드의 무라트 나지 초클루(튀르키예)와 사카이 아야코(일본)가 찰떡 호흡으로 5전 전승을 거두며 4라운드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준 것.

8일 에스와이전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초클루와 사카이가 승리한 후 기뻐하는 모습.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8일 에스와이전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초클루와 사카이가 승리한 후 기뻐하는 모습.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두 선수가 혼합복식에 출전한 경기는 4라운드 8경기 중 5경기다. 초크루-사카이는 이 5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상대도 블루원리조트, NH농협카드 등 PBA 팀리그에서 혼합복식 최강자들을 보유한 팀이었는데, 전부 승리했다.

하나카드는 초클루와 김가영을 여러 차례 내보내 반전을 노렸지만, 4라운드에서도 4세트 연패를 당해 점점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러자 4일 차인 지난 8일 경기 에스와이전에 초클루-사카이를 내세워 황득희-이우경과 맞섰다. 3이닝까지는 승부가 쉽지 않았는데, 2:4로 지고 있던 4이닝에서 4점을 득점하더니 연이어 2점, 1점 등을 득점하며 6이닝 만에 9:4로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에서 하나카드는 4세트 승리로 2-2 동점을 만들고 5세트도 응우옌꾸옥응우옌(베트남)이 박인수를 이겨 3-2로 역전했지만, 6세트와 7세트를 내줘 3-4로 아쉽게 역전패했다.

아쉬움을 달래는 것도 잠시, 다음 날인 9일 블루원리조트전에 세트스코어 2-1에서 다시 4세트에 나온 초클루-사카이가 나왔다.

초클루-사카이는 에스와이전 승리 후 블루원리조트(강민구-스롱), NH농협카드(오성욱-김보미)을 연달아 꺾었다.  PBA 제공
초클루-사카이는 에스와이전 승리 후 블루원리조트(강민구-스롱), NH농협카드(오성욱-김보미)을 연달아 꺾었다.  PBA 제공

블루원리조트는 '최강 복식조' 강민구-스롱 피아비(캄보디아)가 4세트를 이기면 동점을 만들고 후반부에 역전하는 공식으로 주로 승리를 한 팀이다. 그런데 두 번째 경기를 치른 초클루-사카이의 호흡이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강민구-스롱을 넘어섰다.

하나카드는 초클루-사카이가 4세트에서 강민구-스롱을 6이닝 만에 9:3의 승리를 거두면서 3-1로 앞서 결국, 세트스코어 4-1의 승리를 거두며 3연패를 탈출했다.

4라운드 6일 차인 10일에 만난 세 번째 상대는 NH농협카드. 당시 NH농협카드는 3라운드 8연승과 4라운드 4연승으로 '대기록 12연승'을 작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13연승 상대로 하나카드를 만나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하나카드는 1세트와 2세트를 내줘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3세트에서 초클루가 NH농협카드의 주장 조재호를 꺾고 4세트 혼합복식을 승리하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NH농협카드의 혼합복식팀 오성욱-김보미는 '대기록 12연승'의 큰 공을 세울 만큼 승률이 좋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초클루-사카이가 2이닝에서 대거 8점을 합작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3이닝 만에 9:1로 승부가 끝났고, 세트스코어 2-2가 되면서 풀세트까지 치열한 승부가 이어지게 됐다.

결과는 2점 차의 극적인 역전승으로 NH농협카드가 이겼지만, 7세트 하나카드의 주장 김병호와 NH농협카드의 마민껌(베트남)의 승부에서 9:5까지 앞선 하나카드가 연승 행진을 끊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초클루는 세계 무대에서 활약했던 오랜 경험을 살려 플레이를 리드하며 사카이와 연속 승리를 거뒀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초클루는 세계 무대에서 활약했던 오랜 경험을 살려 플레이를 리드하며 사카이와 연속 승리를 거뒀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사카이는 이번 시즌 LPBA 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활약했고, 팀리그 4라운드 혼합복식에서도 5경기 연속 승리를 거뒀다.  PBA 제공
사카이는 이번 시즌 LPBA 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활약했고, 팀리그 4라운드 혼합복식에서도 5경기 연속 승리를 거뒀다.  PBA 제공

하루 경기를 쉬고 다음 날 12일 열린 휴온스전에 재출격한 초클루-사카이는 세트스코어 2-1에서 하비에르 팔라존(스페인)-장가연을 7이닝 만에 9:4로 꺾으며 4경기 연속 승리를 거뒀다. 하나카드는 4-1로 휴온스를 꺾고 4라운드에서 3승을 올려 최하위를 탈출할 수 있었다.

4라운드 마지막 날인 13일에 SK렌터카전에서도 초클루-사카이의 활약은 이어졌다. 두 선수는 세트스코어 1-2로 뒤진 가운데 출전해 조건휘-강지은을 상대로 4점, 5점 등 두 방을 앞세워 4이닝 만에 9:3으로 승리했다.

세트스코어 2-2 동점을 만들고 초클루-사카이가 퇴장했고, 다음 선수들이 5세트와 6세트를 패하면서 아쉽게 2-4로 패했지만,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마지막 경기까지 5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며 꺼져 가는 불씨를 살려내는 투혼을 발휘했다.

사카이는 4라운드를 마친 후 이번 혼합복식전 5연승에 대해 "초클루는 나와 비슷한 셋업을 갖고 있어서 우리는 팀원으로 밸런스가 좋다고 생각한다"며 "서로의 플레이를 신뢰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초클루는 항상 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너는 할 수 있다'라고 말해 경기할 때 마음이 편해진다"고 덧붙였다.

이번 4라운드까지 하나카드는 13승 19패(승점41)로 정규리그 순위 7위에 머물러 성적이 좋지 않다. 1, 2라운드에서 3승 5패에 그쳤다가 지난 3라운드에서 4승 4패로 반짝 올라올 기미를 보였는데, 4라운드 역시 3승 5패로 마쳐 플레이오프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나카드는 4라운드까지 3승 5패로 부진했지만, 4라운드 '초클루-사카이 반전'을 앞세워 5라운드에서 포스트시즌행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PBA 제공
하나카드는 4라운드까지 3승 5패로 부진했지만, 4라운드 '초클루-사카이 반전'을 앞세워 5라운드에서 포스트시즌행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PBA 제공

남은 두 장의 티켓을 노리는 중위권 웰컴저축은행, 블루원리조트, SK렌터카와 4점 차로 벌어져 있지만, 마지막 5라운드에서 우승을 할 수도 있고 3라운드의 잔여 티켓 한 장을 노리지 않을 이유는 없다.

더군다나 4라운드 혼합복식전에서 5연승을 거둔 초클루-사카이가 살아났기 때문에 가능성은 더 커졌다.

오는 1월 6일에 재개되는 5라운드에서 과연 하나카드가 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초클루-사카이는 연승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P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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