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아.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서서아.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올 한해는 ‘서서아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서서아(전남)는 올 1월 ‘2023 카무이 세계여자9볼선수권대회’에서 ‘세계랭킹 1위’의 디펜딩 챔피언 켈리 피셔(잉글랜드)를 9-8로 꺾고 4강에 진출해 11년 만에 여자 포켓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공동3위에 올랐다.

비록 준결승전에서 우승자인 저우제위(대만)에게 7-9로 패해 아쉽게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오랜만에 포켓볼 종목 세계선수권에서 입상하며 한국 여자 포켓볼의 존재를 다시 한번 세계에 알렸다.

이후 서서아는 한 달 만에 미국에서 열린 라스베이거스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김가영-차유람에 이어 한국의 역대 세 번째 세계대회 우승자로 이름을 올리고 한국 여자 포켓볼의 새 역사를 썼다. 이후로도 ‘2023 위스콘신 여자 오픈(10볼)’ 8강, ‘2023 WPBA 소어링 이글 마스터스’ 8강 등 쾌조의 성적을 이어갔다. 급기야 지난 9월 독일 풀다에서 열린 ‘2023 유럽피언 오픈 풀 챔피언십’에 출전한 서서아는 세계 정상급 남자 선수들과 핸디캡 없이 겨뤄 패자 결승까지 진출했다. 3명의 여자 선수 중 유일하게 패자 결승까지 오른 서서아는 8-8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브레이크샷에서 큐볼이 포켓에 들어가는 불운으로 아쉽게 8-9로 패하고 말았다.

이렇듯 ‘대세 중의 대세’, ‘제2의 김가영’, ‘차세대 포켓볼퀸’ 서서아를 <빌리어즈>가 만났다.

서서아.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서서아.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요즘 가장 ‘핫’한 포켓볼 선수다. 대단한 기록을 계속 세우고 있는데, 포켓볼에 재능이 있다는 걸 언제 알았나?

사실 이전에는 없다. 요즘에서야 내가 포켓볼에 재능이 있나 보다 싶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히려 재능이 없는 건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했다. 남들보다 더 많이 연습을 하기 때문에 성적을 잘 낸다고 생각했지, 특별히 재능이 있어서 잘한다는 생각은 안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꾸준히 연습을 해왔던 게 재능이라면 재능이 아니었을까 싶다. 남들이 쉴 때도 쉬지 않고 꾸준히 계속 연습을 해왔던 것.

12살 때부터 포켓볼을 쳤다. 일찍부터 포켓볼 선수로 진로를 정한 이유가 있나?

엄마 아빠가 운동을 시키고 싶어 하셨다. 어렸을 때부터 끈기나 열정 이런 게 남달라 보여서 운동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는데, 개인 종목 중에서 어떤 종목이 좋을지 고민하다가 아빠가 당구를 좋아하셔서 아빠 때문에 시작하게 됐다.

아빠가 포켓볼을 좋아하셨나?

아니다. 아빠는 3쿠션을 좋아하시는데, 그 당시에 김가영, 차유람 선수가 한창 전성기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2010년대 초반이라 3쿠션을 치는 여자 선수도 별로 없어서 자연스럽게 포켓볼을 시작하게 됐다.

당구선수로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꼽자면?

18살 때 김가영 선수의 아카데미로 옮겼을 때가 내 당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광주에 있으면서 포켓볼 선수들도 별로 없고, 그냥 ‘이 정도면 됐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18살, 그때도 나름 성적도 잘 나오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김가영아카데미로 가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박살 났다.

선수들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선수도 만나고, 새로운 것들도 배우면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얼마나 더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서서아.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서서아.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당구선수로서 롤모델이 있나?

김가영 선수다. 김가영 선수가 세운 기록들을 하나하나 내가 깨뜨리는 게 목표기도 하다.

반면,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는?

솔직히 지금 내 또래 중에서는 사실 그렇게 위협이 되는 선수는 없다. 그렇다고 한참 위의 선배들을 라이벌로 삼을 수도 없어서 앞에서도 말했지만, 김가영이나 앨리슨 피셔, 켈리 피셔 같은 선수들이 세운 기록들을 하나씩 갈아엎는 게 목표다.

당구선수로서 좋은 점과 힘든 점은 어떤 게 있나?

일단 해외를 많이 다닐 수 있다는 건 좋은 점인 것 같다.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니까 새로운 경험을 진짜 많이 쌓을 수 있어서 좋다. 단점은 당구는 1대 1 스포츠다 보니까 꼭 누군가는 지는 경기다. 내가 항상 이길 수 없는 것도 당연하고. 근데 그 스트레스를 매번 받아야 하는 게 제일 힘든 점인 것 같다.

힘들 때는 어떻게 극복하나?

사실 내가 사람한테 의지를 진짜 많이 한다. 조금만 힘든 일이 있으면 달려가서 ‘내가 이게 힘들다’ 많이 이야기하는 편인데, 얼마 전에 김가영 선수가 너는 코치가 옆에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외 시합도 너 혼자 다니는데 너 스스로 너를 좀 관리해 보라고 조언해 줬다. 너 스스로 코치도 돼보고, 네가 자세히 보면 네 문제도 다 보일 텐데 굳이 남한테 찾아달라고 하지 말라고. 그래서 요즘은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나 스스로 내 문제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 당구선수로서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감이 되게 많이 올라와 있었는데, 또 이 당구라는 게 항상 그렇지만, 올라가면 다시 내려가고, 올라가면 다시 내려가고 한다. 다시 내려갔는데, 이제 뭔가 나는 타이틀도 있고, 지켜야 할 게 더 많아졌다.

이 내려가는 시기를 어떻게 빨리 극복해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덤덤히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하고, 졌을 때 승부도 받아들일 줄 아는 선수가 돼야 하는데, 아직은 조금 어려운 것 같다.

서서아.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서서아.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서서아의 22살 인생 중 가장 운이 좋았던 하루를 꼽자면?

켈리 피셔가 9번 공을 실수했을 때. 세계선수권대회 8강에서 켈리 피셔가 그걸 실수해서 내가 메달까지 딸 수 있었다. 그날 전반적으로 나에게 운이 나빴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면 운이 좋았던 경기다.

올해 유독 경기력이 좋았던 이유가 있을까?

준비를 꾸준히 해왔던 것 같다. 당구는 어는 순간 확 늘고 그러다가 조금 떨어지고, 또 확 늘고 이러는데, 정체되어 있는 시기가 가장 힘들다. 안 느는 것 같으니까 연습도 하기 싫어지는데, 그 타이밍에 김가영 선수 옆에서 연습량을 엄청 늘렸다. 코로나 시기에 연습에만 집중했는데, 그 결과가 지금 이렇게 나오는 것 같다.

그동안 국내에서만 활동을 하다가 세계적인 선수들과 대결할 기회가 많아졌다. 어떤 점이 다른가?

일단 압박감이 엄청 다르다. 해외 시합을 나가면 관중도 엄청 많고, 관심도 많이 가져주고, 또 내 실력을 100% 발휘해도 이길까 말까 한 남자 선수들이랑 하는 시합도 많아서 압박감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내가 잃을 건 없는 시합이었다. 남자랑 하는 경기고, 나는 어리고, 아직 배우는 단계니까 오히려 잃을 것 없는 시합이라는 생각에 더 재밌게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서서아가 꿈꾸는 앞으로의 삶은 어떤 모습인가?

요즘은 한 40대쯤 은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너무 어렸을 때부터 당구를 시작했고, 만약 40대를 넘어서까지 당구를 친다고 생각하면 2~30대를 더 의미 있게 쓰지 못할 것 같다. 어차피 시간이 많으니까 좀 나중에 해도 되겠지 이런 생각으로 살 것 같아서 40대에 은퇴한다는 생각으로 2~30대에 정말 실컷 당구를 치고, 할 수 있는 것 다 해보고 싶다.

서서아.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서서아.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올 한 해 바빴던 이유 중 하나로 ‘KBF 디비전 리그’를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처음으로 포켓볼 D3리그가 신설돼서 많은 포켓볼 선수들이 참가했는데, 참가해 본 소감이 어떤가?

시작 전에는 기존에 선수들만 참가하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막상 시작해 보니 동호인 선수들이 많이 참가했다. 디비전 때문에 쉬다가 다시 포켓볼을 시작한 선수도 많이 있었다. 디비전 리그처럼 동호인과 선수가 함께 참가할 수 있는 뭔가가 생기면 동호인 선수들의 참여율도 올라갈 것 같다. 그러면서 선수들도 조금씩 더 생기면 앞으로 포켓볼도 발전할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동호인 선수들과도 경쟁해야 했는데, 선수로서 부담감은 없었나?

즐거웠다. 사실 여자 선수가 많지 않다. 항상 똑같은 선수들끼리 치면 긴장감은 있지만, 새로운 느낌이 없다. 디비전 리그에서는 동호인 선수들과 치고, 남자 선수들과도 경쟁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

이제 2023년도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내년 2월까지 계속 시합이 있어서 그 시합을 잘하는 게 지금의 목표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포켓볼’ 하면 ‘서서아’가 바로 생각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또 인격적으로도, 실력적으로도 ‘정말 멋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어떨 때는 장난스럽지만, 어떨 때는 진지한 양면성이 있는 사람. 장난스럽다가도 당구칠 때는 한없이 진지하고, 또 말을 잘하면서도 어떤 때는 어리숙한 면이 보이는 그런 다양한 매력을 가진 선수이고 싶다.

마지막으로 서서아의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요즘 관심을 많이 받고 있어서 기쁘고, 챔피언 타이틀을 하나 땄지만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팬들도 즐거울 것 같다. 나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봐 주고, 또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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