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에 출범한 프로당구(PBA) 투어가 캐롬 3쿠션 종목에서 사상 처음 '우승상금 1억원'을 내건 투어를 개최하면서 당구는 전 종목 프로스포츠 진입이 시작됐다. 사진은 첫 번째 PBA 투어 결승전에서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가 우승하는 순간.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지난 2019년에 출범한 프로당구(PBA) 투어가 캐롬 3쿠션 종목에서 사상 처음 '우승상금 1억원'을 내건 투어를 개최하면서 당구는 전 종목 프로스포츠 진입이 시작됐다. 사진은 첫 번째 PBA 투어 결승전에서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가 우승하는 순간.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꿈의 상금'으로 불렸던 1억원이라는 돈을 우승자에게 지급하는 대회가 점점 늘어나 전 세계에서 열리는 당구대회에 '우승상금 1억원'이 간판처럼 걸리고 있다.

영국의 프로스누커 '월드 스누커 투어(WST)'에 이어 캐롬 3쿠션 종목도 한국의 프로당구(PBA) 투어가 출범한 지난 2019년부터 '우승상금 1억원'을 지급하고 있고, 포켓볼은 최근 대회에서 '7만5000달러(약 1억원)'를 우승상금으로 걸고 대회를 개최했다.

오래전인 80년대에 프로화의 기틀을 완성한 스누커에 이어 최근 캐롬과 포켓볼까지 프로스포츠로 진입하면서 당구는 전 종목의 상금이 '1억원'을 넘어서게 됐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프로스포츠로 발전한 스누커는 과연 언제부터 우승상금이 1억원이 됐을까.

당구 종목에서 가장 처음 우승상금 1억원이 걸린 대회는 지금으로부터 38년 전인 1985년 영국에서 열린 '스누커 월드챔피언십'이다. 당시 역사상 처음으로 6만파운드, 현재 환율로 약 1억원의 우승상금을 걸고 대회가 열렸다.

프로스누커 선수 데니스 테일러(북아일랜드)는 결승에서 '스누커 전설' 스티브 데이비스(잉글랜드)를 프레임스코어 18-17로 꺾고 당구 역사상 첫 상금 1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스누커의 역사적인 순간을 돌아볼 때 가장 첫 번째 손가락에 꼽히는 이 대회는 최고 상금 규모 당구대회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당구 종목에서 최고 상금 규모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대회는 또 있다. 이 역시 스누커 월드챔피언십이다. 지난 2019년에 영국에서 열린 스누커 월드챔피언십은 우승상금 50만파운드(약 8억원)가 걸려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 있다.

스누커 월드챔피언십은 1927년에 처음 시작돼 1969년 대회부터 3500파운드(약 570만원)를 걸고 상금을 나누기 시작했다. 당시 우승자인 존 스펜서(잉글랜드)가 1300파운드(약 211만원)를 받은 이 대회를 현대 스누커 시대의 첫 번째 대회로 간주한다.

70년대 후반에는 우승상금이 1만파운드(약 1600만원)를 넘어섰고, 1983년까지 매년 5000파운드씩 올라가 3만파운드(약 4900만원)로 증액됐다. 그러다가 1984년 열린 월드챔피언십에서 4만4000파운드(약 7200만원)로 오른 다음 1985년에 6만파운드(약 1억원)까지 상승했다.

이후에도 스누커 월드챔피언십은 우승상금이 매년 1만파운드에서 2만5000파운드까지 증액돼 90년대 말에는 23만파운드(약 3억7000만원)까지 올라갔다. 이때부터 스누커 선수들은 상금만으로도 부를 쌓을 수 있게 됐다.

당구 역사상 첫 우승상금 1억원의 주인공인 데니스 테일러(북아일랜드).  사진=WST 제공
당구 역사상 첫 우승상금 1억원의 주인공인 데니스 테일러(북아일랜드).  사진=WST 제공

90년대에 스누커 월드챔피언십을 7회나 우승한 '스누커 황제' 스티븐 헨드리(스코틀랜드)는 상금으로 879만파운드를 벌어 우리돈으로 약 143억원을 획득했고, 스티브 데이비스는 562만파운드(약 91억원)를 상금으로 벌었다.

당시 선수들의 수입원은 상금이 전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현재 데이비스의 총자산은 3370만달러(약 442억원), 헨드리는 3240만달러(약 425억원), 첫 우승상금 1억원의 주인공인 테일러는 2320만달러(약 304억원) 등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져 있다.

WST는 지난 1997-98시즌에 정식으로 출범해 연간 20~30회의 투어를 개최해왔다. 월드챔피언십 우승상금도 매년 1만파운드 이상 증액돼 지난 2019년에는 50만파운드까지 올라갔다. 총상금도 239만5000파운드(약 39억원) 규모로 더 늘어났다.

역대 스누커 선수 중 가장 많은 상금을 받은 선수는 총 133만파운드(약 216억원)를 획득한 로니 오설리반(잉글랜드)이다. 2위는 존 히긴스(스코틀랜드)로 953만파운드(약 155억원)를 받았다. 1975년생 동갑내기인 이 두 선수는 지금도 현역으로 뛰며 매년 획득 상금이 증가하고 있다.

두 선수 외에도 760만파운드(약 124억원)를 받은 마크 셀비(잉글랜드)와 740만파운드(약 120억원)를 받은 마크 윌리엄스(웨일스), 694만파운드(약 112억원)를 획득한 주드 트럼프(잉글랜드), 534만파운드(약 87억원)의 숀 머피(잉글랜드) 등도 여전히 현역에서 획득 상금을 늘리고 있다.

비유럽권 선수 중에서는 호주의 닐 로버트슨이 653만파운드(약 106억원), 중국의 딩준후이가 440만파운드(약 71억원)의 상금을 받아 역대 상금랭킹 상위권에 올라 있다. 이 선수들 역시 상금 외에 연간 수억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스폰서 수익을 얻고 있고, 획득 상금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누커에 이어 지난 2019년에 한국에서는 캐롬 3쿠션 종목 프로당구 투어 'PBA'가 출범하면서 '우승상금 1억원'이 걸린 정기 대회가 개최되기 시작했다. 과거 포켓볼은 미국에서 잠시 열린 '인터내셔널 풀 투어(IPT)'에 우승상금 20만달러(약 2억6000만원)와 50만달러(약 6억5600만원)를 걸고 2005년과 2006년에 대회를 연속으로 개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회는 스폰서 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이후 포켓볼은 우승상금은 5, 6만달러 규모로 전 세계에서 연간 30회가량 오픈 대회가 열리는 형태로 발전했다. 

캐롬은 같은 시기에 '3쿠션 당구월드컵'이 우승상금 5500유로(약 770만원)를 걸고 개최되다가 한국의 스폰서가 참여하면서 8000유로로 오르게 됐다. 지난 2018년부터는 1만6000유로(약 2100만원)으로 두 배 증액되기도 했다.

연간 4~6회 개최되는 '3쿠션 당구월드컵'은 캐롬 종목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투어지만, 소속 선수들이 프로처럼 투어에 전념하면서 활동하기에는 상금이 많지 않아 프로화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PBA가 우승상금 1억원을 지급하는 개인투어를 시즌마다 6~8회 개최하고, 팀리그를 비롯해 월드챔피언십에 우승상금 3억원(현재 2억원)을 걸게 되면서 WST 이후 당구 종목 중 처음으로 정식 프로스포츠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단일 토너먼트로는 PBA가 태동하기 한참 전에 유럽에서 열렸던 '아지피 빌리어드 마스터스'가 우승자에게 2만2400유로(약 3150만원)를 지급해 가장 규모가 큰 대회였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3년 열린 잔카세이프티배에 우승상금 3000만원을 처음 걸었다.

2015년에는 LG유플러스에서 캐롬 종목 당시 역대 최대 규모인 우승상금 5000만원을 걸었고, 2017년에는 8000만원까지 올렸다.

'스누커 월드챔피언십'은 1985년에 당구 역사상 최초로 6만파운드(약 1억원)의 우승상금이 걸린 대회가 개최됐고, 현재는 50만파운드(약 8억원)의 우승상금을 지급한다. WST는 2023-24시즌 동안 열리는 23회 투어에 총 250억원의 상금이 걸려 있다. 사진은 중국에서 최근에 개최된 상하이 마스터스. 사진=WST 제공
'스누커 월드챔피언십'은 1985년에 당구 역사상 최초로 6만파운드(약 1억원)의 우승상금이 걸린 대회가 개최됐고, 현재는 50만파운드(약 8억원)의 우승상금을 지급한다. WST는 2023-24시즌 동안 열리는 23회 투어에 총 250억원의 상금이 걸려 있다. 사진은 중국에서 최근에 개최된 상하이 마스터스. 사진=WST 제공
스누커와 캐롬에 이어 포켓볼도 우승상금 1억원(7만5000달러)이 걸린 8볼 월드챔피언십이 개최됐다.   사진=PBS 제공
스누커와 캐롬에 이어 포켓볼도 우승상금 1억원(7만5000달러)이 걸린 8볼 월드챔피언십이 개최됐다.   사진=PBS 제공
지난 4월에 중국에서 열린 '헤이볼 마스터스 그랜드 파이널'을 우승한 정위보가 시상식에서 상금 500만위안, 우리돈으로 약 10억원의 우승상금을 마대에 담고 있다. 이 대회는 당구 역사상 가장 많은 우승상금 대회로 기록됐고, 오는 2024년에도 같은 규모로 개최될 예정이다.   사진=IHPA 제공
지난 4월에 중국에서 열린 '헤이볼 마스터스 그랜드 파이널'을 우승한 정위보가 시상식에서 상금 500만위안, 우리돈으로 약 10억원의 우승상금을 마대에 담고 있다. 이 대회는 당구 역사상 가장 많은 우승상금 대회로 기록됐고, 오는 2024년에도 같은 규모로 개최될 예정이다.   사진=IHPA 제공

PBA 출범 1년 전인 2018년 미국에서는 '대부호'로 알려진 로버트 머서가 수십억원을 후원하고 직접 대회를 열어 3쿠션 역사상 최고 규모 기록을 세웠다. 일명 '맥크리리 대회'로 알려진 이 대회는 총상금 60만8000달러(약 8억원)와 우승상금 15만달러(약 2억원)를 걸고 개최됐다. 

당초 2년에 한 번씩 우승상금 20만달러(약 2억6000만원)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아쉽게 취소됐다. 

포켓볼은 최근에 영국의 매치룸스포츠에서 '월드 나인볼 투어(WST)'를 시작하면서 우승상금이 3만~5만달러(약 6560만원)까지 올라갔다. 그러자 WST와 선수 수급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세계포켓볼협회(WPA)와 당구용품사 프레데터가 손을 잡고 '프레데터 프로당구 시리즈(PBS)'를 개최하고 있다.

PBS는 지난 10월 포켓볼 종목에서 오랜만에 우승상금 7만5000달러(약 1억원)가 걸린 월드챔피언십(8볼)을 열었고, 쉐인 반 보닝(미국)이 억대 상금의 주인공이 됐다.

현재 당구 역사상 단일 대회에서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대회는 영국에서 중국으로 넘어왔다. 중국은 올해 4월에 '헤이볼 마스터스 그랜드 파이널'를 개최하며 500만위안(약 10억원)을 우승상금으로 내걸었고, 오는 2024년에도 같은 규모로 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글=김도하 편집장,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WST/PBS/IHP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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