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 황제'로 불린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이 프로당구협회(PBA)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경기 출전 허용 가처분신청'을 제출해 지난 13일(금)에 재판부에서 한 차례 심리를 열었다.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프로당구 황제'로 불린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이 프로당구협회(PBA)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경기 출전 허용 가처분신청'을 제출해 지난 13일(금)에 재판부에서 한 차례 심리를 열었다.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법적 다툼으로 비화된 '쿠드롱 사태'가 지난 13일 재판부에서 양측 변호인을 불러 한 차례 심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당구협회(PBA)는 "쿠드롱이 개인투어 출전을 금지한 PBA 규정이 잘못됐다는 취지로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며 "지난 13일에 심리가 열렸다"라고 밝혔다.

PBA 투어 원년 멤버로 프로당구가 지난 5년 동안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기여했던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은 지난 7월에 열렸던 시즌 2차 투어를 마지막으로 개인투어 출전을 금지당해 PBA를 이탈했다.

당시 소속 팀이었던 웰컴저축은행과 계약이 원만하지 않았고, 마감 시한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웰컴저축은행과 PBA 측이 쿠드롱과 계약을 포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PBA는 지난 7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쿠드롱과 PBA 투어 및 팀리그 출전 계약 조건 협상이 7월 15일로 최종 결렬됐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올 시즌 3차 투어부터 쿠드롱의 투어 출전 자격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벨기에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진 쿠드롱은 PBA 측에 "이번 시즌에 남은 개인투어를 뛰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PBA 측은 팀리그 규정의 형평성을 이유로 "다음 시즌에 다시 등록"할 것을 전달했다.

그런데 쿠드롱이 이 문제를 두고 국내 변호인을 선임해 법적 다툼을 벌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쿠드롱은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경기 출전 허용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고 PBA 측에도 관련 문서가 송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MK빌리어드뉴스는 단독 보도를 통해 "쿠드롱 측이 '팀에 지명된 선수가 팀과 협상이 결렬되면 아예 개인투어 참여를 못 하도록 하는 것은 프로당구협회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선수의 계약내용 선택의 자유 및 계약체결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고 가처분 신청서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또한, "지명된 팀과 세부적인 계약내용을 협의하던 중 팀이 더 이상 계약협상을 할 수 없다고 해 계약을 하지 못했다"며 "프로당구협회가 근거로 제시한 관련규정을 본 적도 없고, 어떤 규정에 따라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는 쿠드롱 측의 주장이 전해졌다.

PBA "해당 규정은 PBA의 근간이 되는 필수 조항"
'선수 개인 제약 vs PBA 투어 유지' 공방 결과는?

이에 대해 PBA는 이날 심리에서 적극 반박했다고 밝혔다. 18일 기자들과 만난 PBA 관계자는 "당시 법원 심리에 참석했다"면서 "쿠드롱 변호인 측에서 해당 규정을 우리에게 여러 번 알려달라고 요청했는데 우리가 알려준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마치 무슨 '비밀 조항'인 것처럼 주장했는데, 우리는 그런 요청을 받은 적이 없고 우리는 이미 충분히 규정을 공개했다. 쿠드롱은 너무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라고 반박했다.

문제의 규정은 이번 사태 전에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고, 당구 팬들까지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다. 지난 2022년 5월에 제정된 '선수등록규정' 중 제8조(팀리그 선수 드래프트 행사)의 제4항에 해당하는 규정이다. 여기에는 '드래프트 행사로 구단에 지명된 선수는 반드시 해당 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PBA는 개인투어 출전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이사회를 통과한 것은 2022년 5월이지만, 이미 시즌마다 선수들이 PBA 투어 출전을 위해 서명하는 확약서에도 적혀 있는 내용이어서 쿠드롱은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PBA 보호 규정'이라고 밝혔다.

PBA 투어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팀리그 소속 팀이 투어 하나씩을 책임져야 하는 시스템이 필수 불가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팀리그에서 지명을 받은 선수가 개인투어만 뛰겠다고 한다면 PBA나 팀은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팀리그가 유지가 힘든 상황까지 올 수 있고, 팀리그가 무너지면 PBA 개인투어까지도 개최가 어려워질 수 있다. PBA의 모든 선수들은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팀리그 일정이 힘들어도 PBA 투어의 존속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쿠드롱은 지난 2021-22시즌 PBA 팀리그에서 소속 팀 웰컴저축은행의 주장을 맡아 포스트시즌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쿠드롱은 지난 2021-22시즌 PBA 팀리그에서 소속 팀 웰컴저축은행의 주장을 맡아 포스트시즌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쿠드롱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시즌 팀리그 3라운드까지 우여곡절을 겪은 웰컴저축은행.
쿠드롱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시즌 팀리그 3라운드까지 우여곡절을 겪은 웰컴저축은행.

또한, 이번 시즌을 앞두고 쿠드롱이 확약서 서명을 거부했던 일도 전해졌다. 당시 개막전을 앞두고 급거 귀국했던 쿠드롱은 확약서 서명을 요청하는 PBA의 요구를 거절하고 경기를 뛰었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을 볼 때, 쿠드롱은 해당 규정에 대해 모두 알고 있을뿐더러 'PBA가 우월적 위치'라는 주장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로당구의 황제로 불린 쿠드롱을 PBA라고 갑의 위치에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들어주려고 했다. 그러나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여러 가지 요구까지 더해져서 협상이 불발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PBA 측은 "쿠드롱이 우리가 기본으로 갖고 있고, 다른 선수들이 준수하는 공통된 질서를 다 지키면서 정상적으로 내년 시즌에 다시 돌아오기를 원한다"라고 종합적인 의견을 밝혔다.

한편, 이번 가처분신청의 쟁점은, 해당 규정이 PBA 측 주장처럼 불가피한 조항인지, 또 규정의 행사에 있어서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 쿠드롱을 비롯한 팀리그 선수들이 개인투어만 뛰는 선수들과 비교해 해당 규정이 불공정한지 등 여러 관점을 따져 신청인 측의 청구에 대해 인용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전해 듣고 "청구가 인용될 수 있을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선수 개인의 제약과 투어 전체의 유지라는 부분을 놓고 양측 이견을 조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판부는 오는 27일까지 사건과 관련된 추가자료를 제출받고 빠르면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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