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서 답하는 '쵸비' 정지훈.  사진=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답하는 '쵸비' 정지훈.  사진=연합뉴스

'시대가 변했다'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진다. 학창시절 게임을 하면 혼났던 시대를 살아온 대부분의 기성세대들은 이런 복을 결코 누리지 못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e스포츠가 정식종목에 채택돼 금메달을 따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호사를 누리던 프로게이머들이 이번에는 병역 면제 혜택을 받게 됐다.

이를 두고 e스포츠 선수들은 이구동성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난 것 같다.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게임 왕국' 한국은 과거 스타크래프트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LoL)까지 전 세계를 섭렵한 실력자들이 많다. 한국은 '스타리그'라는 대회를 만들어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프로게이머들이 탄생하더니 20년 넘는 시간 동안 '게임'을 e스포츠로 환골탈태시켰다.

그 사이 전 세계 게임 산업의 선두주자로 올라서 스포츠와 게임의 연결고리를 완성하며 한류의 열풍을 이어왔다. 그리고 그 결실을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맺게 됐다.

한국은 29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e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리그오브 레전드(LoL)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페이커' 이상혁, '제우스' 최우제, '카나비' 서진혁, '쵸비' 정지훈, '룰러' 박재혁, '케리아' 류민석 등 6명이 이뤄낸 쾌거다.

6명의 한국 e스포츠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막강한 경기력을 앞세워 '무실세트' 전승 우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사상 최초로 병역 특례 혜택까지 받게 됐다. 전날 경기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V'에서 김관우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김관우는 79년생으로 이미 병역을 마쳤다.

병역 혜택을 받는 선수들은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돼 4주간 기초군사훈련과 34개월간 544시간의 체육 분야 봉사활동으로 대체복무한다. 이 기간만 지나면 선수 생활을 문제 없이 이어갈 수 있다. 물론, 프로게이머들의 병역 혜택에 대한 논란은 있다.

'페이커' 이상혁.  사진=연합뉴스
'페이커' 이상혁.  사진=연합뉴스

땀을 흘려 고생한 선수들에게 '인간 승리', '고생'의 의미로 주어지는 것이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에 '게임'을 매개로 금메달을 딴 선수와 똑같은 혜택이 형평성에 맞느냐는 것. 이러한 인식에 대해 e스포츠 정지훈은"시대를 잘 타고 태어난 것 같다. 감사하다. 군대 가는 분들이 존경스럽다. 가서 잘 생활하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상혁은 e스포츠의 '스포츠' 논란에 대해 "몸을 움직여서 활동하는 게 기존의 스포츠 관념인데,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에) 금메달을 따는 모습이 많은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혁은 "LoL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부모님 세대들은 게임을 알더라도 스타크래프트 정도만 아는 경우가 많지만, 자녀분들과 함께 설명을 들으면서 보면, 그 자체가 가장 큰 기쁨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스포츠 역시 다른 스포츠처럼 세대간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점을 피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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