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왕자' 시덤, '14년 연속' 이집트 3쿠션 챔피언 등극
클루망-이상천-산체스도 자국 선수권 '12년 연속' 우승이 최고 기록
현재 시덤과 동률인 마르코 자네티... 올해 '15년 연속' 우승 도전

'이집트 왕자' 사메 시덤(세계 8위)는 최근 자국 선수권을 연속 우승하며 14년 연속(통산 V15) 우승 기록을 세웠다. 사진 왼쪽은 2023년 우승, 오른쪽은 지난 2022년 13년 연속 우승 당시 모습.   사진=이집트당구연맹 제공
'이집트 왕자' 사메 시덤(세계 8위)는 최근 자국 선수권을 연속 우승하며 14년 연속(통산 V15) 우승 기록을 세웠다. 사진 왼쪽은 2023년 우승, 오른쪽은 지난 2022년 13년 연속 우승 당시 모습.   사진=이집트당구연맹 제공

자국 선수권대회에서 '내셔널 챔피언'에 15년 동안 올라간 3쿠션 선수가 있다.

심지어 14년이나 연속으로 챔피언에 올라 '당구 레전드' 레이몽 클루망(벨기에)과 이상천(미국)의 12회 연속 우승 기록을 넘어섰다.

이 선수는 바로 치과의사 겸 당구선수로 유명한 '이집트 왕자' 사메 시덤(36·세계랭킹 8위).

시덤은 최근 열린 '2023 이집트3쿠션선수권대회'를 우승하며 통산 15번째(14년 연속) 내셔널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집트는 3쿠션 선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기록이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14년을 연속으로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웬만한 노력과 꾸준함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당구 레전드나 3쿠션 사대천왕이라고 불리는 선수들조차 자국에서 독보적인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내셔널 챔피언을 오래 유지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아무리 당구를 잘 쳐도 선수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기복이 있고, 챔피언을 노리는 도전자들은 항상 있기 때문이다.

시덤에게는 오랜 라이벌 리아드 나디(44)와 '신성' 오사마 유세프(25) 같은 경쟁자들이 계속 있었다. 

특히, 이집트처럼 챔피언십 문턱이 낮은 국가는 오히려 비슷한 실력의 선수들 간에 벌어지는 경쟁이 더 치열하다.

세계캐롬연맹(UMB)의 본선행 시드가 주어지는 자국 선수권에 걸린 랭킹 점수 30점과 컨페더럴 챔피언십 우승 80점을 한꺼번에 따내면 110점을 세계랭킹 점수 바닥에 깔게 되기 때문이다.

자국 선수권을 우승하고 컨페더럴 챔피언십에서 준우승만 해도, 한두 번 세계선수권이나 당구월드컵에서 16강 이상 올라가면 항공권과 숙박비를 지원받는 톱랭커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시덤과 매년 챔피언 경쟁을 벌이는 이집트 3쿠션 선수들.  사진=이집트당구연맹 제공
시덤과 매년 챔피언 경쟁을 벌이는 이집트 3쿠션 선수들.  사진=이집트당구연맹 제공

치열한 '내셔널 챔피언 경쟁'으로 실력 향상... 세계 무대서도 활약

시덤이 이런 케이스였다. 지난 2015년 대륙선수권 준우승(54점)과 자국선수권 우승(30점) 점수를 받은 시덤은 그해 세계선수권에서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PBA)을 꺾고 8강에 올라갔다.

8강 점수 39점을 더해 세계랭킹 15위권에서 9위로 껑충 뛰었고, 처음으로 시드 혜택을 받게 됐다.

이를 벤치마킹한 선수들의 도전이 당연히 거셀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덤은 꾸준한 훈련으로 실력이 향상돼야만 경쟁자들로부터 타이틀을 지킬 수 있었다.

시덤은 이 경쟁에서 매번 살아남았다. 그리고 2016년 후르가다 당구월드컵 8강과 2017년 청주 당구월드컵 8강, 브로츠와프 월드게임 동메달에 이어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는 마침내 4강에 진출하며 세계무대에서도 점점 성적이 좋아졌다.

갑작스러운 코로나 사태로 세계대회의 공백이 있었지만, 내셔널 챔피언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더 실력이 늘어난 시덤은 코로나 이후에는 아예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시덤은 세계당구대회가 재개된 2021년에 네덜란드 베겔 당구월드컵 8강에 올라가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는 코로나 후 총 11차례 3쿠션 당구월드컵 중 9번이나 32강 리그전을 통과하고 16강에 올랐다.

지난해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해 자국 선수권에서 13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뒤 올해 다시 한번 내셔널 챔피언에 오르며 역사적인 기록과 함께 이집트 최강자의 자리를 굳게 지켰다.

시덤은 "팬들과 스폰서, 가족의 변함 없는 응원과 격려가 원동력이 됐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내 커리어에서 목표를 달성해서 기쁘고, 앞으로도 계속 스스로를 밀어붙이고 실력이 좋아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이번 우승 소감을 밝혔다.
 

자국 선수권에서 당구 레전드를 넘어선 유일한 두 선수. 연속 14년 동안 이집트 챔피언에 오른 사메 시덤(왼쪽)과 이탈리아 챔피언에 연속 14년 올라간 마르코 자네티.   빌리어즈 자료사진
자국 선수권에서 당구 레전드를 넘어선 유일한 두 선수. 연속 14년 동안 이집트 챔피언에 오른 사메 시덤(왼쪽)과 이탈리아 챔피언에 연속 14년 올라간 마르코 자네티.   빌리어즈 자료사진

'14년 연속 우승' 시덤-자네티 외에 자국 선수권 독주 선수는?

그렇다면, 자국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은 과연 내셔널 챔피언십에서 몇 년이나 연속 우승을 차지했을까.

가장 오랫동안 연속 우승을 하고 있는 선수는 '이탈리안 슬러거' 마르코 자네티(세계 2위)다. 

자네티는 2008년부터 2022년까지 14년 연속 이탈리아 선수권을 우승했다. 현재는 시덤과 동률이지만, 올해도 우승하면 단독으로 세계 최고 기록인 15년 연속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3쿠션 사대천왕 중에서는 'PBA 이적생' 다니엘 산체스(스페인)가 1998년부터 2009년까지 12년 연속 우승으로 가장 많고, 토브욘 블롬달(스웨덴·세계 3위)은 연속 10년 우승, '세계 1위'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는 단 5년에 그치고 있다.

그밖에 마틴 혼(독일)과 제러미 뷰리(프랑스) 같은 선수도 자국 선수권 연속 우승은 각각 4회, 5회에 머물렀다.

선수들의 나이를 감안할 때, 자네티와 시덤처럼 자국 선수권을 14년 이상 독주할 수 있는 선수는 당분간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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