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투자의 결실' 튀르키예 유망주 캐롬 선수들이 최근 유럽 무대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다.  사진=유럽당구연맹(CEB)

스포츠 유망주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원 시스템과 오랜 기다림의 시간, 그리고 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자원의 삼박자가 갖춰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를 갖추기 위해서는 연맹체를 통한 전략적인 육성 체계가 필요하다.

한국 당구는 20여 년 전부터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KBF·회장 박보환)을 중심으로 당구인들이 힘을 합쳐 이 시스템을 만들고 그 안에서 당구 유망주를 육성해 왔다. 

그렇게 세계정상급으로 성장한 선수들이 바로 김행직(전남),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 김준태(경북체육회)다.

현재 프로당구(PBA)에 데뷔해 신인상을 받은 임성균을 비롯한 유망주 김태관, 전인혁 등도 이런 체계로 키워진 선수들이다.

지금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3쿠션 유망주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한국이 없었다면 세계 캐롬계는 지금과 같은 비전이 없었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한국 하나만으로는 부족하고 이 시기에 유망주 풀이 함께 가동되는 국가가 있어야 동반성장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데, 아쉽게도 캐롬의 종주대륙인 유럽에서조차도 전혀 눈에 띄는 국가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유럽에서는 10년 가까이 유망주 육성에 투자한 결과가 가시화된 국가가 나타났다.

한국만큼 유망주 풀이 풍부하지는 않아도 유럽 다른 국가에 비하면 상당한 성장을 이룬 국가다.

바로 팀 3쿠션 세계챔피언에 오른 튀르키예다. 튀르키예는 지난 2014년에 현 에르산 에르칸 회장으로 당구연맹 집행부가 바뀐 이후 유망주 육성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주니어 3쿠션 세계선수권이나 유럽선수권에서 튀르키예 유망주들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2023 유럽당구선수권에서 딕 야스퍼스, 토브욘 블롬달을 꺾고 준우승을 차지한 튀르키예의 베르카이 카라쿠르트.  사진=Touch Magazine
2023 유럽당구선수권에서 딕 야스퍼스, 토브욘 블롬달을 꺾고 준우승을 차지한 튀르키예의 베르카이 카라쿠르트.  사진=Touch Magazine

이번 3쿠션 유럽선수권에서는 지난 10년 투자의 결실이 여실히 나타났다.

남자 3쿠션 개인전 종목에서 튀르키예의 신진 베르카이 카라쿠르트(29)가 '3쿠션 사대천왕'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와 토브욘 블롬달(스웨덴)을 연달아 꺾고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한 것.

카라쿠르트의 깜짝 활약으로 인해 지난해 세계선수권과 올해 팀선수권, 라스베이거스 당구월드컵 등을 휩쓴 튀르키예는 다시 한번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또한, 튀르키예는 올해 유럽에서 열린 주니어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달 유럽선수권 U-25 3쿠션 결승전에서는 2006년생인 부락 하샤쉬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튀르키예 유망주들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고, 지난 4월 초와 5월 초에 이탈리아에서 열린 '유로유스 2023 롱고니 넥스트젠 U17/U21'에서 튀르키예는 U17과 U21 챔피언, U21은 준우승, U17은 3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튀르키예는 U17과 U21, U25 등 최근 유럽에서 열린 주니어 3쿠션대회를 석권했다.

튀르키예가 주니어도 세계 정상을 넘보며 한국의 뒤를 좇는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10년 만에 성장한 것.

지금까지 제기되던 "캐롬 3쿠션은 고령화된 국가는 모두 사라지고 한국밖에 남지 않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거두는 계기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탈리아의 간판선수 마르코 자네티는 이번 주니어 대회를 관람하고서 "좋은 기술, 스포츠맨십, 그리고 우정이 넘치는 훌륭한 대회를 보았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찬사를 전했다.

튀르키예의 유망주 지원이 구체적인 성과를 가져온 지금, 앞으로 유럽의 캐롬계는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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