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PBA-LPBA)의 한 시즌이 끝났습니다. 2019년 6월에 출범해 2022-23시즌까지 모두 4번의 시즌이 무사히 치러졌습니다. 경기를 보면서 참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당구의 프로화가 처음 궤도에 올라가다 보니 당구계 내부에서조차 '된다'라는 믿음보다 '될까'라는 의심이 더 많았기 때문에 지난 4년간 드러난 프로당구의 성과는 더 놀랍고, 더 극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당구는 또 한 번의 환골탈태를 프로당구로 완전히 이뤄내고 말았습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 단기간에 당구가 이만큼 메이저 스포츠로 전환된 사례는 없을 것입니다. 총상금 250억원이 걸린 영국의 프로 스누커 '월드스누커투어(WST)'도 자리 잡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고, 포켓볼은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아직도 주목받을 만한 시스템을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캐롬(3쿠션)은 이들과 비교해서 크게 비중이 떨어지는 종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완벽한 프로당구의 체계를 구축하고 성공하는 데 걸린 시간은 훨씬 짧았습니다. 

과연 이것이 무엇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저는 준비된 인프라와 과감한 투자, 두 가지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당구는 30여 년 동안 유기 종목에서 정식 스포츠로의 전환 과정을 거친 소위 잔뼈가 굵은 종목입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형성된 저변이 다른 종목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넓은 종목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한국의 당구는 역사가 깊고, 인프라가 좋다고 대부분 평가합니다. 다만, '민생 스포츠'라는 현실적인 문제에서 출발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큰 자본의 투자처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당구의 프로화는 꿈을 꾸는 것에서 더 이상 나아가는 것이 어려웠던 것입니다.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당구의 이런 인프라는 마침내 프로 스포츠로 연결고리를 찾게 되었고, 4년의 세월 동안 우리는 프로당구의 성공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당구를 프로 스포츠로 연결시키는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선수와 팬입니다. 공통으로 이들의 출발점은 모두 아마추어입니다. 아마추어에서 끊임없이 대회를 열어 발굴된 선수들이 세계 수준으로 성장하고, 국제 무대에서 기량을 뽐내기 시작하면서 팬과 유저가 확충되는 선순환 구조는 당구의 기초 인프라를 육성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엘리트 선수로 올라갈 것인지, 아마추어 위치에서 활동하거나 팬으로 남을 것인지는 유저의 선택 영역일 뿐입니다. 이렇게 구축된 엘리트 선수 인프라는 약 900명에 달했고, 아마추어 활동 인원은 이를 상회했습니다.

흔히 당구클럽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단일 토너먼트에 출전하는 인원만 1000명이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당구는 큰 호황을 이뤘습니다. 단일 아마추어 토너먼트의 출전인원이 1000명을 넘어가면 주말마다 경기가 열리는 당구클럽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지역 상권은 몹시 북적입니다. 아마추어 대회는 특성상 주말에 모두 경기를 마쳐야 하는데, 해당 지역의 당구클럽 여러 곳에서 나눠서 개최해 그 지역에 있는 모든 당구대를 동원해야 월요일 새벽에나 겨우 결승전이 끝나게 됩니다. 이처럼 아마추어 당구대회가 열리면 지역 전체가 주말 내내 들썩였습니다.

프로당구는 이러한 당구의 아마추어 인프라에 날개를 달았던 것입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연결이 완성되면서 당구가 우리만의 리그에서 벗어나 전 국민이 함께 즐기는 프로 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덕분에 지난 4년 동안 당구 팬들은 너무 즐거웠습니다. 저 역시 당구선수가 매달 억대의 상금을 받고, 방송과 신문 등 미디어에 자주 오르내리며 메이저 프로 스포츠 선수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당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 기뻤습니다. 앞으로도 프로당구의 성장은 긍정적이고 더 미래지향적입니다. 

이제는 다시 아마추어를 돌아봐야 할 시간입니다. 과거 아마추어의 인프라 구축을 통해 엘리트를 육성하고 산업이 성장하며 우수한 당구 인프라가 완성돼 프로화가 성공했던 것처럼 프로당구에서 실현한 성과를 아마추어 인프라 확충을 위해 쏟아야 합니다. 그래야 당구는 더 탄탄한 기반을 갖춘 프로 스포츠로 발전할 것입니다. 지금 단계에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상생은 의무입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상생이 이루어져야 당구는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월간 빌리어즈 김도하 편집장
월간 빌리어즈 김도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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