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조재호(NH농협카드)가 2022-23시즌 마지막 8차 투어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헐크' 강동궁(SK렌터카)을 세크스코어 4-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슈퍼맨' 조재호(NH농협카드)가 2022-23시즌 마지막 8차 투어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헐크' 강동궁(SK렌터카)을 세크스코어 4-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시즌 마지막 우승상금 1억원은 '슈퍼맨' 조재호(NH농협카드)의 몫이었다.

조재호가 80년생 동갑내기 라이벌인 '헐크' 강동궁(SK렌터카)을 누르고 이번 시즌 마지막 정규 투어 8차전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 2023'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이번 시즌 개막전인 '블루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2022'에서 프로 첫 우승을 차지했던 조재호는 이번 시즌 대미를 다시 한번 우승으로 장식하며 통산 2승도 기록했다.

더불어 조재호는 이번 시즌에 8차례 정규 투어에 출전해 우승 2회와 4강 2회 등 '반타작 입상'에 성공하며 PBA 진출 후 세 시즌 만에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

이번 최종전 승부에서 조재호는 가장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는 상대인 강동궁을 만났다. 두 선수는 20대 초반부터 국내 최강자로 나란히 명성을 떨쳤다.

무려 20년의 세월 동안이나 한국을 대표하는 당구선수로 활약해 오면서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아는 만큼 어려운 대결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조재호와 강동궁이 PBA 정규 투어에서 첫 승부를 결승전에서 벌이게 되면서 기록적인 경기로 주목을 받기도 해 더 부담이 되는 승부였다.

8일 저녁 9시 30분에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결승전 현장에는 여느 경기와 달리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기대와 달리 승부는 길지 않았다. 조재호가 세트스코어 4-1로 승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110분.

1세트에서 1-4-2 연속타로 3이닝까지 7:0으로 리드하던 조재호는 4이닝에서 대거 8득점을 올리고 15:2로 14분 만에 승리를 거뒀다. (1-0)

조재호는 1세트를 따내며 출발이 좋았고, 첫 단추가 어긋난 강동궁은 다음 2세트부터 당장 고비였다. 

2세트에서도 5이닝까지 1-1-3-2-1 연속타를 올리며 8:5로 리드한 조재호는 경기 시작 후 9번 큐를 잡아 23점을 득점, 세계 최고라 불리는 공격형 플레이를 과감하게 선보이며 승부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아갔다.

결승전에서 샷하는 조재호.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결승전에서 샷하는 조재호.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준우승 강동궁.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준우승 강동궁.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반면에 경기 초반에 감을 잡지 못한 강동궁은 1세트와 2세트 5이닝까지 9번 공격을 시도해 3차례 득점에 성공했고, 불과 7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강동궁의 매서운 반격은 곧 시작됐다. 극심한 빈타에 시달리던 강동궁은 2세트 6이닝 공격에서 4득점을 올리면서 갑자기 살아났다.

9:8로 역전한 강동궁은 7이닝에서 2득점과 8이닝 마무리 4득점을 올리며 15:9로 2세트를 따내 1-1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승부는 세트마다 기대했던 박빙의 대결이 벌어졌다. 3세트는 4이닝까지 10:10으로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다가 5이닝에서 조재호가 4득점을 올리며 승기를 잡아 6이닝 만에 15:12로 승리했다.

다시 2-1로 리드를 잡은 조재호는 4세트에서 한 번 더 위기를 맞았다. 9:4로 앞선 7이닝 타석에서 강동궁이 특유의 강하면서 정교한 플레이로 하이런 9점을 뽑아낸 것.

멋진 역회전 바운딩 샷으로 득점을 시작한 강동궁은 강한 끌어치기와 밀어치기, 원뱅크 걸어치기와 스리뱅크 샷 등을 구사하며 대거 9득점을 올렸다.

마침내 강동궁이 역전에 성공하면서 스코어가 9:13으로 뒤집혔고, 세트스코어 2-2 동점이 유력한 상황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조재호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침착하게 후속타를 터트리며 노련하게 위기를 넘겼다.

강동궁이 4세트를 마무리하기 위해 11점째 득점으로 시도한 스리뱅크 샷이 빗나가면서 조재호에게 기회가 왔고, 다음 8이닝 타석에서 조재호는 부드럽게 샷을 이어가며 3점을 쫓아가 12:13까지 추격했다.

8이닝 후공에 나선 강동궁이 더블레일로 득점을 시도했으나 실패, 다시 큐를 잡은 조재호는 9이닝 공격에서 비껴치기와 뒤돌려치기 등을 엮어 남은 3점을 쓸어담고 15:13으로 4세트를 승리했다.

세트스코어 3-1로 조재호가 승리까지 단 한 세트만 남겨두게 되면서 5세트 승부는 더욱 치열했다.

조재호는 기세를 몰아 5세트 1이닝에서 7점타를 성공시키며 먼저 포문을 열었다. 강동궁도 만만치 않았다. 3이닝 타석에서 강동궁이은 7점타로 맞받아치면서 점수는 8:2에서 8:9로 역전된 상황.

두 팔을 번쩍 들고 우승에 환호하는 조재호.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두 팔을 번쩍 들고 우승에 환호하는 조재호.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친구 조재호의 우승을 축하하는 강동궁.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시상식에서 장난스럽게 친구 조재호의 우승을 축하하는 강동궁.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당구계의 히어로들이 벌이는 숨 막히는 승부가 막판에 벌어졌다. 강동궁이 6이닝에서 다시 4점을 보태면서 8:13으로 4세트와 비슷하게 상황이 전개됐다.

6이닝 공격에서 원뱅크 샷으로 포문을 연 강동궁은 물 흐르듯 4점까지 치고 나가다가 5점째 자신의 장기인 힘을 이용한 고난도 스핀볼을 구사한 공격이 살짝 짧게 떨어진 것이 다소 아쉬웠다.

이어진 6이닝 후공에서 조재호는 리버스 샷으로 비껴치기를 시도해 포지셔닝을 풀어낸 뒤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대거 6점을 득점하며 14:1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챔피언십 포인트 득점으로 시도한 되돌려치기가 빗나가면서 승부를 바로 마무리하지는 못했고, 동시에 강동궁의 7이닝 공격이 성공하면서 14:14 동점이 됐다.

두 선수 모두 1점만 남겨둔 상황. 4-1로 경기가 끝나느냐 아니면 3-2로 6세트를 가느냐 하는 갈림길에서 결국 조재호가 환하게 웃었다.

밀어치기를 이용해 단-장-단으로 테이블 코너를 되돌아오는 샷을 시도한 강동궁의 공격이 장쿠션에 먼저 맞으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타석에 선 조재호는 강한 스트로크로 원뱅크 걸어치기를 시도, 화려하게 챔피언십 포인트 득점에 성공하며 15:14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 1차와 8차 투어 PBA-LPBA 투어를 모두 나란히 우승한 스롱 피아비(왼쪽)와 조재호.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이번 시즌 1차와 8차 투어 PBA-LPBA 투어를 모두 나란히 우승한 스롱 피아비(왼쪽)와 조재호.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우승자 조재호와 대회 관계자들. 사진 왼쪽부터 TS삼푸 장기영 대표, 조재호, 크라운해태 사장, PBA 장상진 부총재.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우승자 조재호와 대회 관계자들. 사진 왼쪽부터 TS트릴리온 장기영 대표, 조재호, 크라운해태 기종표 단장, PBA 장상진 부총재.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우승 인터뷰에서 조재호는 "매년 한 번씩 우승하는 게 목표였는데 이렇게 두 번이나 우승하게 돼 기쁘다"라고 말하며 "많은 팬들이 나와 강동궁 선수가 결승에서 붙는 모습을 보고싶어 했는데, 이렇게 성사가 됐고 이기겠다는 생각보다는 멋진 경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 이틀 전에 동생에게 선물로 받은 책을 읽다 보니 '불편함에 익숙해져라, 아니면 다른 데 가서 실패나 하던가'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그게 내 상황 같았다. 경기 중에 지면 여러 가지 상황이 불편하다고 핑계로 삼기도 했다. 그 책을 보고 나니깐 핑계를 댈 수가 없었다. 아직 절반 정도 읽었는데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전에 끝까지 다 읽을 계획이다"라고 우승의 원동력을 밝혔다.

또한, "고맙게도 최근 팀리그에서 7~8년 만에 아내가 직접 경기장에 와서 응원을 해줬다. 개인전도 와보고 싶다고 해서 지난 대회 4강에 왔는데 졌고, 이길 때까지 오겠다고 해서 오늘도 왔다"라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상대방인 강동궁에게는 "오늘은 내가 운이 좋았고, 다음에는 꼭 우승하길 바란다"며 격려하기도 했다.

조재호는 이번 대회 우승까지 최대 고비였던 15세 김영원과의 128강전에 대해서 "김영원 선수가 우리 딸보다 2살 더 많았다. 그러다보니 경기를 하면서 김영원 선수가 이런 저런 부분은 고치면 더 잘하겠다라는 생각이 계속들어서 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운 좋게 이길 수 있었지만, 솔직히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다"라고 속사정을 밝혔다.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강동궁은 "친구가 우승해서 기분이 좋다. 올해 두 번이나 우승한 조재호 선수가 조금 부럽기도 하다. 한국 선수 중에서 투어 3승을 가져가는 선수는 내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PBA 투어를 뛰는 한국 선수 중에서는 강동궁이 가장 먼저 투어 2승을 달성했고, 이번 결승전 승리로 조재호가 뒤를 이었다.

결승전에서 승리하며 상금 1억원을 받은 조재호는 이번 시즌에 두 번의 우승으로 총 2억2250만원을 받아 2022-23시즌 상금랭킹 1위를 차지했다.

통산 상금랭킹에서는 3억300만원으로 프레데릭 쿠드롱(8억9050만원)과 다비드 사파타(6억4500만원), 다비드 마르티네스(3억8800만원), 강동궁(3억2300만원)에 이어 5위로 올라왔다.

한편, PBA 투어는 이번 시즌 정규 투어를 모두 마치고 오는 3월 3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왕중왕전 'PBA 월드챔피언십 2023'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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