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PBA) 투어에서 3쿠션 종목의 세대교체를 견인하는 '영건 그룹'.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임성균(TS샴푸-푸라닭), 고준서, 김태관, 김영원, 정해창.  사진=빌리어즈 자료사진
프로당구(PBA) 투어에서 3쿠션 종목의 세대교체를 견인하는 '영건 그룹'.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임성균(TS샴푸-푸라닭), 고준서, 김태관, 김영원, 정해창. 사진=빌리어즈 자료사진

3쿠션은 당구 종목 중에서 톱클래스 선수들의 연령대가 가장 높다. 10대의 나이로 성인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당구 역사상 손에 꼽힐 정도다.

아직 아마추어 무대에 남아 있는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가 만 18세의 나이로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한 것이 가장 어린 선수가 세계대회에서 입상한 기록이다.

프로당구(PBA) 투어에서 뛰는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하나카드)는 만 19세에 열린 2003년 세계3쿠션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카시도코스타스는 이듬해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결승에 올라가 2년 연속 세계챔피언 타이틀에 도전했고, 2009년 만 26세의 나이로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스페인의 다니엘 산체스는 만 17세였던 1991년 서울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8강에 올라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산체스는 3년 뒤 만 20세에 처음 당구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조명우를 제외하면 고 김경률(1980-2015)이 가장 빨랐다. 김경률은 만 26세였던 2006년에 처음 당구월드컵 4강에 올랐다.

'3쿠션 사대천왕'으로 당구 역사상 가장 많은 우승 타이틀을 보유한 토브욘 블롬달(스웨덴)은 만 24세 때 처음 3쿠션 당구월드컵을 우승했고,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도 24세였던 1990년에 당구월드컵 4강에 진출했다.

PBA 투어 최다 우승자인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웰컴저축은행)도 24세에 처음 3쿠션 당구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반면에 영국의 프로당구 '월드 스누커 투어(WST)'는 여러 차례 10대 선수들이 우승자 반열에 올라섰고, 포켓볼 역시 10대 후반과 20대의 젊은 선수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 종목은 높은 상금과 자주 열리는 투어를 바탕으로 일찌감치 세대교체를 이뤘다. 그러나 3쿠션 종목은 한국에서 프로당구(PBA) 투어가 시작되기 전까지 저변이 약했던 이유로 신인 발굴이 늦어졌다.

곧 환갑을 바라보는 '3쿠션 사대천왕'은 건재했고,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40대와 50대 선수들이 타이틀을 나눠왔다.

그런데 PBA 투어를 선두로 3쿠션 종목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 2022-23시즌 마지막 8차 투어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에서는 세대교체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났다.

96년생 임성균(TS샴푸-푸라닭)은 프로당구 PBA 투어에서 영건 중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PBA 제공
96년생 임성균(TS샴푸-푸라닭)은 프로당구 PBA 투어에서 영건 중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PBA 제공

96년생으로 만 26세인 임성균(TS샴푸-푸라닭)은 16강전에서 '프로 최강자'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하나카드)를 세트스코어 3-0으로 제압하고 8강에 진출했다.

임성균은 이번 승리로 통산 네 번째와 시즌 세 번째 1부 투어 8강에 올랐다. 8강전에서는 전인혁을 세트스코어 3-2로 제압하고 사상 첫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우승상금 1억원이 걸린 치열한 프로 무대에서 천천히 경험을 쌓은 임성균이 강한 상대들을 제압하고 점점 타이틀에 가까워지고 있다.

'당구 명문고' 매탄고 출신인 임성균은 고모부인 '아시안게임 황태자' 황득희의 지도를 받고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시즌 5차 투어에서 올라간 첫 8강전에서 쿠드롱과 당당하게 일전을 벌여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좋은 기량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성균의 활약이 눈에 띄면서 이번 시즌부터 PBA 팀리그에 입성했고, 개인 투어에서는 2차와 6차 투어에서 8강, 이번 8차 투어에서 4강에 오르며 영건 그룹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97년생 전인혁도 이번 투어에서 처음 8강에 입성해 임성균과 4강 진출을 다퉜다. 아버지와 누나가 모두 프로당구 선수인 전인혁은 10대 시절부터 당구선수가 되기 위해 훈련을 해왔다.

몇 년 전, 수원의 한 훈련장에서 전인혁을 소개받은 적이 있는데, 성장세가 빠르고  준수한 외모와 훤칠한 키로 스타성까지 겸비해 상당히 기대가 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인혁은 지난 시즌에 와일드카드를 받아 1부 투어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고, 32강에 두 차례 올라오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1부 출전 세 번째 만에 64강전에서 하비에르 팔라존(스페인·휴온스)을 꺾었던 전인혁은 이번 시즌 7차 투어에서 다시 한번 32강에 진출했다. 이어서 이번 8차 투어에서는 사상 처음 16강과 8강을 밟아 '차세대 스타'로 확실하게 발돋움했다.

전인혁은 "아버지에게 멘탈 등 전체적인 조언을 받았고, 실질적인 기술은 강동궁(SK렌터카)과 임정완(PBA 경기위원장) 선수의 도움을 받았다. 처음에는 긴장이 많이 됐는데 투어를 거듭할수록 적응이 됐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1부 투어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보여준 전인혁(왼쪽)과 김영원.  사진=PBA 제공
1부 투어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보여준 전인혁(왼쪽)과 김영원. 사진=PBA 제공

한국을 대표하는 당구선수 김행직(전남)의 친동생인 김태관도 프로 무대에 서서히 적응하고 있다.

97년생인 김태관은 지난 시즌에 와일드카드를 받아 1부 투어에 데뷔했고, 6차 투어에서 32강에 올라가며 처음 본선에 진출했다.

이번 시즌에는 5차와 6차 투어에서 연속으로 16강과 8강에 진출했다. 또한, 챌린지 투어(3부)에서 두 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랭킹 1위에 올라 다음 시즌 1부 투어 승격을 확정했다.

갓 중학교를 졸업한 2007년생 김영원은 8차 투어 128강전에서 조재호(NH농협카드)를 상대로 풀 세트 접전을 벌여 주목을 받았다.

이번 시즌부터 프로 투어를 뛰기 시작한 김영원은 드림 투어(2부) 32강과 챌린지 투어(3부)에서 4강, 8강 등의 성적을 내기도 했다.

95년생 정해창과 99년생 고준서도 PBA 영건 그룹에 속해 있다. 정해창은 지난 시즌에 챌린지 투어에서 3위에 올라 1부 투어로 승격했고, 개막전부터 32강에 오르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또한, 7차 투어에서는 카시도코스타스와 오성욱(휴온스), 김현석 등 강자들을 연파하며 16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시즌에 데뷔한 고준서는 4차 투어에서 해커와 오성욱을 누르고 16강에 진출했고, 이번 시즌 5차 투어에서 스페인의 안토니오 몬테스와 조건휘(SK렌터카)를 연달아 꺾으며 32강까지 올라왔다.

PBA 투어를 뛰는 외국 선수 중에서도 스페인의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스페인 영건 그룹'의 선두주자격인 주니어 세계챔피언 출신 카를로스 앙기타(97년생)는 프로 4시즌을 모두 소화하며 8강과 16강에 한 차례씩 올랐다.

93년생인 몬테스와 95년생 안드레스 카리온, 그리고 2001년생인 이반 마요르(스페인) 등 신인 3인방도 PBA 투어에 서서히 적응하며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프로당구 투어인 PBA가 성장하면서 3쿠션 종목에서 멀게만 느껴졌던 세대교체의 바람이 마침내 가시화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젊은 선수들의 도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3쿠션 종목에서도 10대와 20대 챔피언이 탄생하는 날이 머지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다.

 

<빌리어즈> 김도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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