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LG 유플러스컵 우승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군 복무를 선택했던 3쿠션 차세대 선두주자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가 18개월의 긴 공백을 극복하고 마침내 미뤘던 3쿠션 당구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UMB 제공
2019년 LG 유플러스컵 우승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군 복무를 선택했던 3쿠션 차세대 선두주자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가 18개월의 긴 공백을 극복하고 마침내 미뤘던 3쿠션 당구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UMB 제공

올해 마지막 대회에서 기다렸던 축포가 터졌다. 한국 3쿠션의 차세대 주자 조명우(24, 실크로드시앤티)가 마침내 세계 무대 정상에 올랐다.

조명우는 한국시간으로 11일 자정에 열린 '2022 샤름 엘 셰이크 3쿠션 당구월드컵'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2위 다니엘 산체스(스페인)를 17이닝 만에 50:45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조명우의 첫 번째 3쿠션 당구월드컵 우승 타이틀이면서 한국의 통산 9번째 우승컵이다.

앞서 열린 서울 당구월드컵과 베겔 당구월드컵에서도 차명종(인천체육회)과 이충복(시흥체육회)이 연속 결승에 올랐던 한국은 이번 대회까지 3회 연속 결승에 도전, 2019년 네덜란드 베겔에서 김행직(전남)이 우승한 이후 3년여 만에 마침내 정상을 차지했다.

조명우는 이번 첫 우승까지 쉽지 않은 여정을 통과해야 했다. 최대 고비였던 8강전에서는 '세계랭킹 1위'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를 21이닝 만에 50:47로 어렵게 꺾었고, 준결승전에서는 부담스러운 상대였던 한국의 서창훈(시흥체육회)에게 경기 중반에 집중타를 몰아쳐 27이닝 만에 50:33으로 승리, 사상 첫 결승행에 성공했다.

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통산 16승과 올해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베테랑 산체스. 

익숙하면서도 어려운 상대였던 산체스는 당구월드컵에서 올해 두 번 대결해 1승 1패를 기록했다.

오래전인 지난 2016년 프랑스 라불 당구월드컵 16강전에서 만나 산체스가 23이닝 만에 33:40으로 조명우를 이기기는 했지만, 당시 17살이었던 조명우와 7년여 시간이 지난 지금은 분명히 달랐다.

올해 3월에 미국에서 열린 라스베이거스 당구월드컵에서는 산체스가 29이닝 만에 50:41로 재차 승리를 거두며 조명우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는 듯했지만, 이번 대회 32강 조별리그전에서 조명우는 산체스에게 강 대 강으로 맞서 14이닝 만에 40:37로 승리를 거두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리고 대망의 결승전에서 산체스와 다시 만나 패권을 놓고 운명의 승부를 벌이게 됐다.

결승전 승리 후 기뻐하는 조명우.  사진=UMB 제공
결승전 승리 후 기뻐하는 조명우. 사진=UMB 제공

6이닝까지 12:7로 조명우가 앞서는 경기를 하다가 7이닝에서 산체스가 하이런 9점을 터트리면서 분위기가 뒤집히는 듯했다.

조명우가 7점을 곧바로 맞받아쳐 20:16으로 거리를 유지했으나, 9이닝에서 산체스가 다시 7점을 보태 21:25로 역전이 된 상황.

첫 번째 산체스의 공세는 막아냈지만, 두 번째 이어진 공격에서 산체스의 흐름을 끊지 못하면 조명우는 어려워질 수 있었다.

그러나 조명우는 침착하게 9이닝 타석에서 대거 12점을 솎아내며 33:25로 달아났고, 완벽하게 리드를 잡았다.

12이닝에서 다시 6점을 득점해 43:28까지 점수 차가 벌어지면서 조명우의 승리가 점점 다가왔다.

그런데 조명우가 7점을 남겨두고서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에 막판 집중력을 짜낸 산체스가 1점 차까지 쫓아오면서 결과가 뒤바뀔 뻔했다.

14이닝부터 3-3-6-4 연속타를 터트린 산체스가 46:45로 조명우의 턱밑까지 추격, 조명우에게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왔다.

다행히 조명우가 17이닝 후구에서 매치포인트까지 남아있던 4점을 모두 득점하면서 50:45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 다니엘 산체스.  사진=UMB 제공
준우승 다니엘 산체스. 사진=UMB 제공

98년생 조명우는 불과 17살이었던 지난 2016년에 구리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4강에 올라 일찌감치 '주니어'라는 수식어를 벗어던진 명실상부한 한국 3쿠션의 미래를 짊어진 기대주였다.

이를 증명하듯 주니어 시절 2016년과 2018년, 2019년에 세계선수권을 세 차례 우승하면서 주니어 선수들과는 큰 실력 차를 보였다.

그 과정에서 조명우는 수십 년 동안 3쿠션 무대를 호령해온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2019년에 주니어를 완전히 졸업하기 전까지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네 차례나 4강에 올라왔다.

3쿠션 당구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었다. 2016년 구리를 비롯해 2017년 룩소르와 프랑스 라불, 2019년 포르토 당구월드컵에서 조명우는 4강에 진출했다.

또한, 2018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당구월드컵 역사상 최고 하이런인 24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조차 토너먼트에서 이런 조명우와 승부를 하는 것을 기피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이러한 조명우의 활약은 2019년에 국내에서 열린 LG 유플러스컵에서 우승하며 정점을 찍었다.

당시 조명우는 토브욘 블롬달(스웨덴)과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 김행직을 전부 큰 점수 차로 꺾고 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이어서 8강전 에디 멕스(벨기에)와 준결승전 타이푼 타스데미르(튀르키예), 그리고 결승전에서 만난 세미 사이그너(튀르키예)까지 모두 2점대 이상으로 완파하며 덜컥 우승을 차지했다.

조명우가 성인 무대로 오자마자 터진 일이었다. 전 세계 당구계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넘어선 약관의 조명우를 주목했다.

이렇게 기다렸던 조명우의 시대가 막 열리기 시작할 때, 뜻밖에도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났다.

시상식 장면.  사진=UMB 제공
시상식 장면. 사진=UMB 제공

아쉽게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대회가 중단되고 군 입대를 결정하게 되면서 조명우의 상승세를 멈추고 잠시 쉬어가야 했다.

지난 2020년 8월 10일 강원도 화천 15사단 신병교육대에 현역으로 입대하면서 조명우는 18개월 동안 손에서 큐를 놓게 됐다.

그리고 올해 2월 전역하자마자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복귀를 신고하며 당구선수로 돌아왔다.

긴 공백만큼 제자리를 찾는 데 시간이 필요했지만, 국내 대회부터 차츰 상위권에 올라오기 시작한 조명우는 얼마 전 강원도에서 열린 동트는동해배 전국당구대회에서 개인전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의 시동을 걸었다.

마침내 올해 마지막 당구월드컵이었던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조명우는 미뤘던 그의 시대를 화려하게 다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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