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KNBB "UMB 징계는 네덜란드에 적용되지 않아... 더브라윈, 그랑프리 뛸 것" 주장

UMB "징계 받은 선수가 출전하면 세계랭킹 점수 주지 않을 것" 엄포

논란 끝에 KNBB가 UMB 최종권고 수용... 더브라윈 등 PBA 이탈 선수들 대회 출전 불가능해져

프로당구(PBA)에서 2년간 뛰다가 본국으로 돌아간 장 폴 더브라윈이 UMB와 연결된 어떤 대회에도 출전할 수 없게 되었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프로당구(PBA)에서 2년간 뛰다가 본국으로 돌아간 장 폴 더브라윈이 UMB와 연결된 어떤 대회에도 출전할 수 없게 되었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빌리어즈=김탁 기자] 프로당구(PBA)에서 활동하다가 본국에 돌아간 네덜란드의 장 폴 더브라윈(56)이 세계대회는 물론 UMB 세계랭킹과 연결된 국내대회도 출전할 수 없게 되었다.

세계캐롬연맹(UMB)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어 "출장정지 징계 중인 더브라윈이 네덜란드 국내 랭킹대회 출전할 경우 그 대회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이 UMB 세계랭킹에 반영되는 점수를 받지 못한다"라는 결정을 내리고 기존 'UMB 징계 우선'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UMB 권고를 따르지 않겠다고 강하게 항의하던 네덜란드당구연맹(KNBB)은 입장을 바꿔 UMB의 최종 권고를 받아들이며 더브라윈을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KNBB는 한국과 달리 PBA로 이탈한 선수들에게 징계를 내리지 않았고, 유럽당구연맹(CEB)도 UMB의 징계를 자동으로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선수가 UMB의 징계를 받더라도 CEB 주최 대회나 국내대회 출전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UMB 세계랭킹과 연결된 유럽선수권대회와 내셔널챔피언십을 UMB가 '규정대로'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끝내 KNBB가 한 발 물러서게 되었다.

UMB 세계랭킹에서는 내셔널챔피언십 순위에 따라 30점, 18점, 12점, 7점, 컨페더레이션챔피언십도 우승 80점, 준우승 54점, 3등 38점 등의 점수가 주어진다.

이 세계랭킹 점수를 무기로 든 UMB가 산하 국가연맹도 UMB의 징계를 따르라는 위협으로 들리기 때문에 UMB의 최종 권고와 KNBB의 입장 선회가 있기 전까지 유럽에서는 이에 대한 논쟁이 한동안 이어졌다.

이번 사태를 보도한 유럽 현지 당구 전문매체 코줌(KOZOOM)에 따르면 "KNBB는 본국으로 돌아온 더브라윈이 UMB 징계를 받았지만, 내셔널챔피언십 그랑프리와 유럽챔피언십 등에는 출전할 수 있다"라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UMB는 "징계 받은 선수가 국내대회에 출전하면 연계된 UMB 세계랭킹 점수를 그 대회에 출전한 모든 선수가 받지 못한다. PBA에서 돌아온 선수를 출전시키면 다른 선수들도 같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며 출전 불가 방침을 못 박았다.

KNBB 3쿠션 담당이사 한스 더브라인은 "더브라윈은 UMB 징계를 받았지만, 네덜란드 국내랭킹 4위다. 한국에서 2년간 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네덜란드에서 그랑프리에 참가하고 싶어 한다. 이미 더브라윈은 그랑프리 대회에 조편성이 되어 있고, 본선 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UMB에 조기 징계 종료를 요청했으나, UMB의 대답은 '규정은 규정이다'라는 것이었다. UMB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선수협회가 저항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하며 KNBB 3쿠션위원회를 대표해 선수협회의 대응을 요구하기도 했다.

KNBB 3쿠션위원회는 "규정에 연맹(KNBB 포함)은 방송 정책 및 관련 이벤트와 관련해 완전한 자유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국가적 사건에 대해 부과된 제재를 연계하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니며, 심지어 금지되어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선수협회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덜란드 선수들에게도 "더브라윈은 KNBB의 징계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그랑프리 참가를 거부할 수 없다. 게다가 세계선수권대회와 유럽선수권대회 참가에 대한 UMB와 CEB 규정은 서로 모순된다. 지난 2019년에 더브라윈은 CEB에 항소를 제기했고, 판결은 CEB가 자동으로 UMB 징계를 인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라고 말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고 코줌은 보도했다.

UMB 파룩 바르키 회장.  빌리어즈 자료사진
PBA 복귀 선수들에게 엄격하게 규정 적용하기로 한 UMB 파룩 바르키 회장. 빌리어즈 자료사진

더브라윈은 지난 2019년 4월 초 PBA 진출을 선언하며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

이후 2019/20 원년시즌과 2020/21 시즌까지 두 시즌을 소화하며 최고 성적이 16강 진출에 그치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최근 PBA와 계약해지로 인해 네덜란드로 돌아갔던 더브라윈은 자국과 유럽에서 주최하는 대회에 출전하며 선수생활을 계속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 민감한 문제에 대해 UMB가 물러서지 않고 규정을 엄격하게 준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징계가 끝날 때까지 당분간 대회 출전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UMB 파룩 바르키 회장은 "PBA에서 복귀하는 선수에 대한 엄격한 규정을 준수한다. 로빈슨 모랄레스, 토니 칼센, 장 폴 더브라윈을 비롯한 모든 선수들에게 해당된다. 그들은 출장정지를 지켜야 하며, 그때까지 UMB와 연결된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물론 산하 국가연맹이 인정할 때 출전할 수는 있지만, UMB는 세계랭킹 점수를 주지 않을 것이다. 어떤 선수에게도 예외가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9년 7월 중순경에 UMB는 PBA투어에 출전한 남녀 3쿠션 선수 119명에게 출장정지 징계를 내린 바 있다.

PBA 선수들은 전부 징계를 받았고, 한국 선수들이 가장 많았다. 이 징계에 대해 UMB는 "미승인 대회 1회 출전마다 1년씩 징계를 받게 되고 최대 3년까지 내려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UMB가 무기로 삼은 '세계랭킹 점수 제재'는 지난해 PBA와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KBF)이 상생협약을 체결했을 당시에 처음 국내에 알려졌다.

당시 UMB는 "PBA-KBF 양자간 협의는 무의미하다. 상생협약은 UMB-PBA-KBF 3자간 협의가 원칙이다"라고 주장하며, "상생협약으로 PBA 선수들이 KBF 대회에 출전할 경우 세계랭킹 점수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로부터 1년여 지난 시점에 한국에서 돌아간 더브라윈을 비롯한 모랄레스, 칼센 등은 이 규정을 그대로 적용받아 징계가 끝날 때까지 UMB 세계랭킹과 연결된 모든 대회에 출전이 어렵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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