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12일 'KBF-PBA 상생협약'에 관한 4가지 안건으로 긴급 총회 개최 결정

"KBF-PBA 상생협약은 적극 환영... 그러나 과정에서 총회 승인 안 받은 것은 문제"

"임기 얼마 안 남은 현 집행부, 임기 이후 계약 건은 문제 소지 있어"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KBF) 대의원들이 지난 3일 오후 1시에 충남 천안에서 간담회를 열고, 'KBF-PBA 상생협약'에 관한 세부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총회 개최를 결정했다.   사진=김주석 기자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KBF) 대의원들이 지난 3일 오후 1시에 충남 천안에서 간담회를 열고, 'KBF-PBA 상생협약'에 관한 세부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총회 개최를 결정했다. 사진=김주석 기자

[빌리어즈=김주석 기자]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회장 남삼현, KBF) 대의원들이 프로당구협회(PBA)와의 상생협약 체결에 따라 오는 3월 12일에 긴급 총회 개최를 요청한다.

KBF 대의원들은 지난 3일 오후 1시에 충남 천안에서 간담회를 열고 3시간여에 걸친 논의 끝에 상생협약과 관련한 안건으로 긴급 임시총회 개최를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대의원들이 결정한 임시총회 소집 안건은 ▲ KBF-PBA의 관계 및 진행사항 ▲ 상생위원회 설치에 따른 구성 ▲ 임기를 초과한 장기계약(방송, 마케팅) 문제 ▲ 기타안건(실업연맹) 등 4가지다.

간담회에서 대의원들은 "KBF가 PBA와 상생협약을 체결한 것은 환영할 일이며, 그에 수반하는 여러 현안을 총회 의결로 결정해야 한다"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면서 "상생위원회는 현 집행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관계로 전권을 위임할 수 없고, 대의원과 선수 등 연맹 구성원이 결정하도록 총회가 논의한다"라는 방침을 세웠다.

또한, 협약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총회 패스' 사태에 대해서는 집행부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간담회 의장을 맡은 배동천(강원당구연맹 회장) 대의원은 "상생이라는 말은 공존과 공생을 하자는 참 좋은 말이다. PBA와 상생협약을 한다는 것을 환영한다. KBF와 PBA가 공존, 공생하며 당구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대의원 총회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대의원들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집행부가 임기 이후의 계약까지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따라서 상생위원회는 총회의 의결로 구성되어야 마땅하다. 대의원들과 연맹 구성원인 선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KBF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심사숙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 집행부는 상생협약과 같은 연맹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을 총회에 보고하지 않고 협약을 체결한 것은 KBF의 최고 의결기구인 총회와 선출직 대의원을 무시한 처사이며,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반드시 가리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KBF 집행부는 이번 상생협약을 총회에 보고하지 않고, 이사회 의결로만 협약을 체결해 대의원들로부터 크게 비판을 받았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대의원들은 "PBA와 상생협약은 찬성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의원들이 인터넷뉴스를 보고 협약 사실을 알게 만든 집행부의 일 처리는 큰 문제가 있다"라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따라서 간담회에서는 '총회 패스' 사태를 놓고 참석한 대의원들 사이에 장시간 격론이 벌어졌다.

배동천 대의원은 "불과 얼마 전인 2월 14일에 정기대의원총회를 열었는데, 일언반구도 없다가 아무도 모르게 비밀리에 이런 중대한 협약을 체결하고 언론을 통해 발표하는 것은 체육단체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배동천 대의원.  사진=김주석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배동천 대의원(왼쪽). 사진=김주석 기자

유진희(서울당구연맹 부회장) 대의원은 "전 세계 당구계가 주목하고 있는 초미의 관심사이며, KBF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집행부가 무리하게 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차기 집행부에 부담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총회 의결을 거쳤어야 한다. 이는 남삼현 회장이 누구보다 잘 아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서육규(부산당구연맹 부회장) 대의원은 "얼마 전 정기총회가 끝나고 집행부 임원들이 커피숍에서 따로 만나 방송을 하게 도와달라면서 협약에 대해서는 말이 샌다고 자세한 이야기를 안 했다. 말이 새든지 말든지 대의원이 알아야 한다고 그랬더니, 이사회에 의결권이 있다고 주장하더라. 과거에는 미우나 고우나 같이 가자는데 이의가 없었지만, 이번 상생협약 처리 과정은 절대 용납 못 한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차동활(경기당구연맹 회장) 대의원은 "KBF가 진행하는 일에 대해서는 이사들이 하는 것이지 대의원들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다소 결이 다른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이병규(경북당구연맹 회장) 대의원이 "대의원총회 및 이사회 규정 제2조 1항과 2항에 따라 총회 의결에 반하는 이사회나 위원회의 의결은 효력이 없고, 이사회는 총회 의결을 성실하게 집행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근거로 제시하며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의결권에 관한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인천당구연맹 김태석 회장도 "어떤 단체든지 중대한 결정은 반드시 총회 의결을 거친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상생협약은 원천무효라고 해도 할말이 없다. 추후에 계약까지 다 해놓고 총회에서 의견이 엇갈려서 의결이 안 되면 계약을 지키지 못하게 되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처럼 중대한 계약에 관한 건은 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대의원들은 상생협약 체결 안건의 이사회 통과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KBF 김영민 이사를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도 했다.

KBF는 상생협약 안건을 전날 이사회를 열어 통과시키고, 이를 근거로 곧바로 다음 날 PBA와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협약 과정에서 이사회조차 제대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묻지마식 안건 처리가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간담회에서 현 집행부를 성토하는 대의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당시 이사회에서 김 이사는 "전날 오후 4시에 이사회를 열고 바로 다음 날 오전에 협약식을 한다고 하더라. 그럼 협약식에 관련된 세부사항과 문서를 보여달라고 요구했지만, 세부사항은 정해진 게 없고 관련 문서도 보여주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협상을 진행할 때 TF팀은 선수와 대의원, 이사 등을 여러 인원 중에서 추려서 해야된다고 주장했는데, 그것도 안 된다더라. 대의원 승인을 받은 것처럼 이야기가 오고가더니 다수결로 안건이 통과되었다"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KBF 집행부와 방송 마케팅 계약으로 직접 관계가 있는 오성규(충북당구연맹 부회장) 대의원은 "터키 당구월드컵이 끝나고 귀국하자마자 새벽까지 집행부와 얘기를 했는데, 이미 결정된 일이라고 해서 반대하지 못했다"라고 전후 사정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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