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야스퍼스(네덜란드)가 '2017 로잔 빌리어드 마스터스' 결승전에서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을 16이닝 만에 40:24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빈쿠션치기에 성공한 야스퍼스가 두 손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로잔=김민영 기자

[빌리어즈=로잔/김민영 기자] '2017 로잔 빌리어드 마스터스'에서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세계 랭킹 2위)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동안 오랜 시간 누구보다도 우승에 목말라했던 야스퍼스는 2016년 2월 부르사 월드컵 이후 1년 9개월 만에 진한 우승의 쾌감을 맛보았다.

야스퍼스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열린 13번의 3쿠션 월드컵 중에서 무려 4번이나 결승에 진출했다. 그런데 4번의 결승전에서 야스퍼스는 모두 패했다.

지난해 12월 후르가다 월드컵부터 올해 부르사(2월), 룩소르(4월)까지 3회 연속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허정한과 프레데릭 쿠드롱, 다니엘 산체스 등에게 모두 패하면서 전부 준우승에 그쳤다.

야스퍼스는 뜻하지 않게 생긴 '결승전 징크스'를 이번 로잔 마스터스에서 벗어내기 위해 어느 때보다도 집중력을 쏟아붓는 듯했다.

결승전 상대는 불과 며칠 전 '2017년 3쿠션 세계 챔피언'에 오르며 다시 한번 정점을 찍고 있는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세계 1위). 

쿠드롱은 이번 로잔 마스터스에서도 5연승을 내달렸다. 지난 산타크루스 세계선수권까지 합치면 이번 결승 경기 전까지 12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또한, 쿠드롱은 앞선 라볼 월드컵에서도 준우승을 하는 등 10월과 11월에 열린 월드컵, 세계선수권, 로잔 마스터스 등으로 이어지는 투어에서 16승 1패를 기록했다. 

결승전에서 계속 패하고 있는 야스퍼스가 이런 쿠드롱을 이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 보였다.
 

2013년 이후 쿠드롱은 이번 결승 경기 전까지 야스퍼스에게 3승 2패로 상대전적에서 앞서 있었다.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최근에 두 번 모두 야스퍼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로잔=김민영 기자

'대(對) 쿠드롱 결승전' 연속 2패 당했던 야스퍼스
룰 바뀐 2013년 이후 상대 전적 3승 2패 쿠드롱 우세 

야스퍼스는 쿠드롱에게 40점 후구제로 룰이 바뀐 2013년 이후 상대 전적에서 2승 3패로 지고 있었다.

게다가 2패는 뼈아픈 결승전 패배였다. 그것도 이 경기 직전에 맞붙은 두 번의 결승전에서 연속해서 패했다.

최근 3쿠션 월드컵 결승에서 야스퍼스와 쿠드롱은 세 차례 만났다. 2016년 2월 열린 부르사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야스퍼스가 쿠드롱을 40:34(19이닝)로 꺾었다.

쿠드롱은 3개월 만인 2016년 5월 호찌민 월드컵 결승전에서 야스퍼스를 상대로 하이런 11점을 쏟아부으며 17이닝 만에 40:20으로 설욕했다.

그리고 9개월 후인 올해 2월 부르사 월드컵 결승전에서 야스퍼스와 쿠드롱은 다시 대결해 불과 7이닝 만에 승부가 갈렸다. 

쿠드롱은 연속 12득점을 포함해 40:14 큰 점수 차로 야스퍼스를 꺾었다.

그 밖에 2013년 11월 메델린 월드컵 8강전에서도 쿠드롱이 야스퍼스를 40:37(20이닝)로 꺾었고, 약 2년 후인 2015년 10월 이스탄불 월드컵 16강전에서는 야스퍼스가 40:29(23이닝)로 쿠드롱에게 승리했다.
 

야스퍼스는 20:22로 역전당한 9이닝 타석에서 역회전비껴치기를 시작으로 연속 5득점에 성공하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로잔=김민영 기자

야스퍼스 8이닝에서 20:22로 역전당하며 위기 맞아
9이닝부터 막판 집중력 살아나며 40:24로 값진 승리

이번 결승전은 한국시간으로 19일 오후 10시 30분에 시작되었다. 경기 초반 야스퍼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2이닝에서 연속 10득점에 성공하며 5이닝까지 1-10-3-1-4점을 득점해 20:11로 앞선 가운데 전반전을 마쳤다. 

그러나 결코 쉽게 가지 못했다. 쿠드롱이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1-1-9득점하면서 20:22(8이닝)로 역전했기 때문.

야스퍼스는 또 한 번 위기에 몰렸다. 역전을 허용한 8이닝 타석에서 야스퍼스는 회심의 더블레일을 시도했지만, 수구가 너무 많이 꺾이면서 득점에 실패했고 무척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쿠드롱이 달아날 수 있는 타이밍에서 시도한 원뱅크걸어치기 샷이 제2적구를 스치듯이 지나쳐 가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야스퍼스는 곧바로 9이닝 타석에서 역회전비껴치기를 시작으로 제각돌리기와 바깥돌리기 등을 엮어 5득점에 성공했다. (25:22)

야스퍼스는 10이닝에서 1점을 보태고 다시 11이닝에서 연속 5득점에 성공하며 31:23으로 앞서기 시작했다.

갑자기 분위기가 다운된 쿠드롱은 계속해서 득점을 놓쳤다. 그 사이 야스퍼스는 2-1-2-2점 등 7점을 올리면서 38:24(15이닝)로 달아나 우승에 한걸음 다가섰다.

16이닝에서 쿠드롱의 원뱅크걸어치기가 키스가 나면서 또 실패했고, 야스퍼스가 제1적구와 수구가 붙어 있는 쉽지 않은 포지션을 얇게 제각돌리기를 시도해 득점에 성공하면서 마지막 1점만 남게 되었다.

야스퍼스는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게 빈쿠션치기를 시도했다. 잠시 후 3쿠션을 돌아나온 수구가 적구 2개에 정확하게 맞으면서 마침내 야스퍼스가 40:24로 승리를 거두었다.
 

'2017 로잔 빌리어드 마스터스' 입상자들. 왼쪽부터 준우승 프레데릭 쿠드롱, 우승 딕 야스퍼스, 공동 3위 마르코 자네티∙다니엘 산체스. 로잔=김민영 기자

캐롬과 전혀 연결고리 없는 스위스에서 열리는 3쿠션 세계대회
올림픽에 당구가 입성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

야스퍼스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지난 2015년에 이어 두 번째 로잔 마스터스 챔피언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결승에 진출했던 쿠드롱은 올해도 결승에서 패하면서 2013년을 포함해 3번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지난해 연말에 로잔 마스터스와 세계선수권을 석권하며 뜨거운 겨울을 보냈던 산체스는 이번 대회 준결승전에서 쿠드롱에게 패해 공동 3위로 마감했고, 로잔 마스터스 최다 우승자(2회)인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도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조재호(서울시청)와 강동궁(동양기계)이 출전했던 한국은 3년 연속 4강 진출에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8강 성적으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스위스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캐롬 당구 종목 세계대회를 5년 동안 개최한 디안 와일드 유럽캐롬연맹 회장. 와일드 회장은 "올림픽에 당구가 입성하는 그날까지 로잔 마스터스가 더욱 풍성해지도록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소감을 말했다. 로잔=김민영 기자

로잔빌리어드마스터스조직위원회 디안 와일드(CEB 유럽캐롬연맹 회장)는 "5년 동안 로잔 빌리어드 마스터스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한 선수 여러분과 관계자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또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신 후원자 여러분에게도 감사하며, 앞으로도 올림픽에 당구가 입성하는 그날까지 더욱 풍성한 로잔 마스터스가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한다"며 소감을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서 올해까지 5년간 치러진 '로잔 빌리어드 마스터스'는 당구가 올림픽으로 가는 교두보 역할을 하기 위한 대회로 평가받는다.

특히, 스위스와 캐롬은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데도 진정한 스포츠 당구에 대한 인식을 국제 스포츠계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개최되고 있다.

2015년부터 3년간 로잔 마스터스 공식당구대로 후원한 한국의 민테이블. 민테이블을 비롯한 JBS 등 한국 당구 관련 업체에서는 로잔 마스터스가 지속해서 개최될 수 있도록 후원을 하고 있다. 로잔=김민영 기자

로잔 마스터스에는 유럽뿐만 아니라 캐롬 강국인 한국 또한 계속해서 후원과 참여를 이어가고 있다.

국산 당구대 제조사인 민테이블(대표 민상준)에서는 2015년부터 공식당구대로 후원하고 있고, 당구용품 유통업체인 JBS(대표 박석준)도 후원에 참여했다.

또한, <빌리어즈>에서도 로잔 마스터스를 알리는 것에 동참하기 위해 직접 스위스 현지에서 취재 보도하고 있다.

내년 열리는 여섯 번째 대회 '2018 로잔 마스터스'는 2018년 11월 23일부터 25일까지 스위스 로잔에서 열릴 예정이다.

'2017 로잔 빌리어드 마스터스'를 마치고 시상식에 모인 12명의 초청선수들. 한국은 조재호(서울시청)와 강동궁(동양기계) 등 2명이 초청받아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로잔=김민영 기자


◆ '2017 로잔 빌리어드 마스터스' 결승 결과

프레데릭 쿠드롱 24(16이닝)40 딕 야스퍼스

 

◆ 최종 순위

1위  딕 야스퍼스  5-0-1 

2위  프레데릭 쿠드롱 5-0-1

3위  다니엘 산체스  3-0-2

3위  마르코 자네티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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