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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本色] '한국이 세계 3쿠션의 중심'이라는 사실 재확인한 한국 당구선수들
김주석 편집장 | 승인 2018.07.08 14:29
'2018 포르토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한 조치연, 허정한, 최완영, 최성원. 공교롭게도 이들 4명은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의 'UMB 주최 대회 한국 선수 출전 금지' 조치를 따르지 않고 오는 7월 12일 서울에서 UMB와 코줌이 주최하는 3쿠션 챌린지 마스터스에 출전 신청을 한 선수다. 선수들은 당장 징계에 받을 처지에 놓여도 세계 무대에서 이런 성과를 가져오는데, 당구 관련 단체들은 이런 선수들의 목숨을 담보로 자기들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참담한 현실이다. 당구선수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그저 과거부터 지금까지 다른 종목처럼 성공이 보장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당구가 좋아서 인생을 걸고 큐를 잡고 있는 것뿐이다. 사진=코줌인터내셔널


한국의 최성원, 허정한, 조치연, 최완영. 

4명의 한국 선수가 '2018 포르토 3쿠션 당구월드컵' 8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또 한 번 월드컵 8강 중 절반을 휩쓸었다. 4년 5개월 만에 한국은 세계 3쿠션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최근 10년 동안 한국 외에는 아무도 이 기록을 세운 나라가 없다. 그토록 강하다는 벨기에조차도 지난 2008년 이후로 단 한 번도 8강에 4명 이상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이 두 번이나 심지어 지난 2014년 터키에서는 8강 중 다섯 자리나 독식하는 사이에 '세계 1등'을 자부하던 벨기에는 프레데릭 쿠드롱과 에디 멕스 아니면 좀처럼 8강 이상에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기록을 살펴보면 한국은 3쿠션 세계 무대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8강에 4명 이상 오른 나라는 한국과 벨기에밖에 없고, 3명 이상 오른 나라도 한국, 벨기에, 터키, 베트남 4개국뿐이다.

3쿠션 강국으로 알려진 유럽의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 그리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어느 국가도 3명 이상 월드컵 8강에 진출한 적이 없다.

이유는 냉정하게 말해 8강에 오를 만한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 그들이 30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이유

유럽 3쿠션은 장기간 '사대천왕' 그리고 이제 50대가 넘은 톱플레이어들의 플레이에 의존해왔다.

신진 선수들이 발굴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아성은 무려 30년 동안이나 무너지지 않고 있다.

당구라는 종목의 특성상 그럴 수도 있다고 보통 이해하고 있지만, 이런 시각은 캐롬 3쿠션 시장의 정체를 정당화해 주는 가장 위험한 시각이며, 정체해야만 쉽게 권력을 유지하는 기득권층의 핑계에 불과하다.

같은 당구 종목인 스누커와 포켓볼을 보면 알 수 있다. 포켓볼과 스누커는 10년 전과 지금 완전히 다르다. 

10년 전에 활약하던 50대의 선수가 아직도 세계대회에 출전해 상금을 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누커나 포켓볼은 세대교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새로운 선수와 유망주를 발굴하는 시스템을 빠르게 갖추었다.

오직 캐롬만 그 시스템이 전무하다. 그래서 신진 선수들은 발굴되지 않고 있고, 그나마 있는 어린 선수들은 시합에서 톱플레이어를 만나면 지레 겁을 먹는다.

물론, 사대천왕이나 톱클래스 선수들 입장에서도 30년이나 세계 무대를 독식할 그럴만한 이유는 있다.

일반적으로 다른 스포츠 종목을 보면, '세계 1등'에 오른 그 정도 급의 선수들은 그들이 땀 흘린 보상을 대부분 충분히 받게 된다.

그런데 3쿠션은 그렇지 못하다. 스누커의 스티븐 헨드리나 로니 오설리번 같은 선수가 수백억 원을 벌어들이며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로 인정받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가 잘 아는 블롬달, 쿠드롱, 야스퍼스, 산체스 같은 3쿠션 종목의 전설적인 선수들은 터무니없는 대가를 받았다.

세계 최고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밖에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선수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한 일이다.

이것은 세계캐롬연맹(UMB)의 문제다. 월드컵과 월드챔피언십 등 종목을 대표하는 이벤트를 성장시키지 못한 원인은 선수가 아닌 연맹에 책임이 있다.

만약 UMB가 이러한 이벤트를 스누커의 절반 정도만이라도 성장시켰다면, 이제 50대가 훌쩍 넘어선 그들이 매번 랭킹 걱정이나 하면서 하루하루 힘든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의 3쿠션 세계 톱플레이어들은 평생 땀흘린 것에 대한 보상이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아직도 하고 있고, 그것이 그들로 하여금 큐를 놓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 한국이 지금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온 이유

이것은 신진 선수들의 도전을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블롬달, 쿠드롱조차도 세계 톱플레이어가 된 것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과연 어느 누가 캐롬 3쿠션 종목에서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도전을 할 수 있을까.

경제적인 논리로도 같은 시간에 골프나 축구를 하면 더 큰 보상이 따른다는 것이 자명한 사실인데, 과연 어느 부모가 내 자식이 큐를 드는 것을 말리지 않을까. 

이런 환경에서 3쿠션이 인기 종목보다 더 많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발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꿈에 가까운 이야기다.

그런데 3쿠션의 변방에 있었던 한국이 10여 년 전부터 그 벽을 서서히 허물었다.

3쿠션의 전설 이상천 전 대한당구연맹 회장이 지난 2006년 한국에 돌아온 이후 한국 당구업계의 도움을 받아 '선구자' 고 김경률이 첫걸음 뗄 수 있었고, 조재호와 최성원, 강동궁, 허정한 등의 선수가 뒤따르며 성공적으로 '프로화'의 변화가 일어났다.

한국에는 억대 연봉을 받는 당구선수가 생겼고, 중고등학교에 당구부가 창단되었으며 대학에서는 당구 특기생을 뽑았다.

전국 당구클럽에 '경기용 국제식 대대'가 들어서면서 아마추어 인프라도 크게 늘었다.

이를 통해 한국은 김행직과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만들었고, 조명우와 같은 유망주도 키워냈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두터운 3쿠션 선수층을 구축한 나라가 되어 3쿠션 당구월드컵 8강에 가장 많이 올라가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서게 되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김경률밖에 없었던 한국이 이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구선수들에 대한 대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구선수들에 대한 대우가 달라지면서 인프라와 함께 선수들의 실력도 같이 성장했고, 우리는 이번 포르토 대회에서 그 결과를 다시 확인했다.

 

◆ 세계 3쿠션의 흐름은 이미 한국으로 넘어왔다

8강에 많이 올라가는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한 대로 월드컵 8강에 오르는 선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 나라의 선수들이 발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포츠에서 선수의 기량이 향상되면 종목은 전반적인 지원과 후원의 확대, 그로 인해 산업 및 저변이 성장한다. 이것은 불문율과 같다.

다시 당구월드컵 기록을 살펴보면,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8강에 3명 이상 가장 많이 올라간 나라다.

3쿠션 세계 최강국 벨기에보다도 많고, 한국과 벨기에를 제외하면 이 기록을 세운 나라는 전무한 수준이다.

한국은 이번 포르토 대회까지 총 12번 8강에 3명 이상 진출했다. 벨기에는 8번, 터키와 베트남이 1번씩 기록했다.

한국이 어떻게 이런 업적을 세웠는지 다시 봐도 참 기적 같은 기록이다.

기록을 보면, 한국의 성장세는 지난 2016년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열린 7번의 당구월드컵에서 무려 4번이나 8강에 3명 이상의 선수가 올라갔다.

호찌민, 포르토, 청주에서 3회 연속 3명 이상 8강에 올라가기도 했고, 그에 앞서 2016년 12월 후르가다 엘구나 대회와 2017년 2월 터키 부르사에서 2회 연속 기록도 세웠다

벨기에는 최근 한국이 5번이나 8강을 독식하는 사이에 2016년 부르사와 2017년 엘구나에서 2번밖에 올라가지 못했다.

이것은 세계 당구의 흐름이 유럽에서 한국으로 이미 넘어왔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다.

 

◆ 당구선수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이번 포르토 월드컵 8강에 올라간 최성원, 허정한, 조치연, 최완영.

공교롭게도 이들 4명은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회장 남삼현)에서 징계를 받게 될 처지에 놓인 선수다.

대한당구연맹에서 출전을 금지시킨 UMB-코줌 대회에 출전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에게 제명 수준의 강한 징계가 내려질 수도 있다. 

한 대한당구연맹 관계자는 "최성원과 허정한은 그나마 월드컵 우승을 한 선수여서 징계가 감경될 수도 있지만, 나머지 두 선수(조치연, 최완영)는 강한 수준의 징계를 받아도 감경의 여지가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4명만 이번 포르토 대회 8강에 올라간 것도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대회여서 어느 때보다도 더 강한 정신력으로 임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기도 하고, 대한당구연맹의 출전 제재조치에 대해 실력으로 항의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이처럼 한국이 지난 10년간 쌓아온 결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서, 대한당구연맹이 UMB 주최 월드컵에 선수들을 내보내지 않겠다는 결정을 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이제서야 세계 3쿠션의 발전을 외치며 변화의 주인공이 되겠다고 나선 UMB도 하부 조직인 대한당구연맹 하나 설득하지 못해 선수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는 지경에까지 처하게 만든 책임이 크다.

지금 이 두 당구 단체는 본분을 자각해야 한다. 

UMB 현 바르키 회장 집행부는 관계자 중 한 사람이 협회 돈을 마음대로 쓴 것이 문제가 되어 한 인물의 경고를 받은 지 5시간 만에 사퇴하며 들어선 집행부라는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

불과 3년 전에 대한당구연맹은 본분을 잊고 임직원들이 수억원의 횡령과 유용을 일삼다가 적발되어 임직원 여러 명이 중징계 대상자가 되고 형사고발까지 당했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단체가 당구선수와 당구계에 심각한 피해까지 끼치는 결과를 가져오도록 강하게 대립한다는 것은 이러한 조직의 사적 이용을 다시 한번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일어난 이 심각한 분쟁은, 한국 당구계의 입장에서는 '한국 당구의 선구자' 고 이상천과 김경률의 업적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10년간 한국 선수들의 노력과 투자를 모두 빼앗아가는 참담한 일이다.

과연 무엇을 지키기 위해 우리 당구선수들에게 칼을 들이대고 있는지에 대해서 당구인 모두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한국 당구선수들은 이런 분쟁 속에서도 세계 당구사에 남을 만한 큰 업적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jay92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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