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회장 남삼현)이 산하 시도연맹에 내려보낸 공문.


[빌리어즈=김탁 기자] 최근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회장 남삼현)은 '미승인된 대회의 참가 불가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산하 시도연맹에 내려보내 논란이 되었다.

올해 초부터 세계캐롬연맹(UMB)과 국제대회 국내 개최 사업권을 두고 국제분쟁을 벌이고 있는 당구연맹이 협의를 하지 못하고, 결국 선수들의 출전권을 제한하겠다고 나서면서 문제가 된 것.

당구연맹이 UMB와의 분쟁을 끝내 선수 징계 카드를 꺼내 들어 대응하면서 분쟁의 피해가 선수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분위기다.

해당 공문은 "우리 연맹의 승인을 받지 아니한 각종 대회에 귀 연맹 소속(등록)의 선수가 참가했을 시에는, 이에 상응하는 징계를 강력히 적용하고자 하오니 반드시 선수들에게 고지하여 불필요한 징계를 받지 않도록 지도편달해 달라"는 내용이다.

당구연맹은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제22조(징계대상)에 따라 제5항 체육인으로서의 품위를 심히 훼손하는 경우와 제6항 부정 참가, 대회 진행 방해 등 각종 대회 중 발생한 대회 질서 문란 행위, 그리고 제7항 각 호 규정에 준하는 사건 등에 대해 징계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지난 4월 23일 제1차 이사회에서 "국내외 대회(초청대회 포함) 참가 시에는 우리 연맹의 승인을 받아 출전해야 하며, 승인을 받지 않은 각종 전국대회 및 사업(이벤트)에는 참가를 불허한다"라고 의결했고, 5월 11일 제1차 임시총회에서 "어떤 경우라도 우리 연맹의 동의 없이 한국에서의 국제대회 개최를 허락하지 않는다"라고 결의한 바 있어서 미승인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를 징계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구연맹에서 이렇게 선수 징계 카드를 꺼내 든 이유는, UMB가 미디어권 사업자인 코줌 인터내셔널(대표이사 오성규)과 함께 한국 땅에서 당구연맹의 동의없이 세계당구대회를 개최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UMB는 오는 7월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강남에 있는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새로운 대회 '3쿠션 챌린지 마스터스'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러나 UMB-코줌이 국내에서 당구연맹을 제외하고 세계당구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제재할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결국 당구연맹은 소속된 선수들이 해당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만드는 카드를 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당구연맹의 징계로 한국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면, 한국에서 국내 인프라로 개최되는 대회에 외국 선수들만 출전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당구연맹의 징계 소식을 전해 들은 당구선수들과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다. 

당구연맹이 사업권을 지키기 위해 선수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분쟁을 해결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당구연맹이 오히려 당구선수들에게 이를 떠넘기는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따라 당장 7월 개최되는 3쿠셔 챌린지 마스터스에 출전 자격이 있는 7명의 국내 선수들은 당구연맹과 UMB-코줌 사이에서 매우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수는 "우리도 관계라는 게 있다. 그런데 당구연맹에서 다른 대회에 나가는 선수를 징계를 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선수들의 생태계는 무시하는 것은 물론 자기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선수들을 발목을 잡아서 풀어나가려는 것이다. 그만큼 집행부와 사무국이 무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당구연맹이 할 일을 똑바로 못하고 선수들을 겁박해서 해결하려는 것은 조폭과 다를 게 없다. 과거 국민생활체육회에서 주도했던 당구 실업리그 사태와 똑같은 수법이다"라고 질타했다.

또, "솔직히 말해 한국 당구의 권리라고는 하지만, 한국에서 당구연맹이 개최하는 월드컵 치러서 당구연맹에 관계된 몇몇 사람들 말고 이득을 본 사람이 누구냐"라고 꼬집었다.

그동안 당구계에는 당구대회 개최권을 두고 단체 간의 분쟁이 생길 경우 당구연맹은 소속된 선수들의 대회 출전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몇 년 전 아마추어 단체인 생활체육에서 실업팀을 만들어 당구 실업리그를 운영했을 때에도 당구연맹에서는 '미승인 대회 출전 선수 징계' 카드를 꺼내 들어 선수들의 이탈을 막았다.

당시에 당구연맹 소속 선수 중에 단 한 명만 실업리그에 출전하고 실업팀에 스카웃 대상이었던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출전하지 않으면서 실업리그는 아마추어 대회로 전락했고, 얼마 안 가 리그가 중단되었다.

당구의 실업화를 이룰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엘리트와 아마추어 단체 간에 벌어진 주도권 싸움으로 날아가면서 당시에도 당구계와 당구선수들은 큰 피해를 보았다.

따라서 당구연맹이 이번 분쟁 사태에 '선수 징계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또 한 번 이런 피해를 현실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편, 당구연맹의 입장을 전달하는 사람들은 "물론 당구연맹이 선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만, 상위 단체가 말도 안 되는 횡포를 부리는데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 당구연맹 내부에 사업권 등의 비리 문제로 투명하지 않다고 해서 한국 땅에서 열리는 세계당구대회 개최권을 국제단체가 빼앗아 가면 되느냐"라고 주장하며, "UMB와 코줌이 얼마나 깨끗하게 대회를 운영해 선수들에게 얼마나 많이 돌려주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체육계 관계자도 "체육단체가 승인하지 않은 대회에 소속 선수들이 출전 못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규정에도 나와 있다. 소속 선수들은 해당 단체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라며 선수 징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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