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本色] '세미 사이그너의 잃어버린 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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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本色] '세미 사이그너의 잃어버린 7년'
  • 김주석 편집장
  • 승인 2018.07.0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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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쿠션 '간판스타' 세미 사이그너(53·터키)는 지난 2008년 '세계당구대회 출전 보이콧'을 선언하며 7년 동안이나 세계당구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당시 사이그너는 "터키당구연맹은 ‘당구와 선수’라는 존재 이유가 아닌 ‘비즈니스를 위한 개인회사’처럼 운영되었고, 이런 사람들에게 굴복할 수 없어서 스스로 당구를 포기한다”라고 발표했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지난 2008년 터키의 간판선수 세미 사이그너(53)가 돌연 세계무대에서 종적을 감추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당시 사이그너는 터키당구연맹 집행부의 퇴진을 요구하며 "세계당구대회에 출전하지 않겠다"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3쿠션을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크게 활약하던 사이그너가 세계당구대회 출전 보이콧을 선언한 것은 터키당구연맹의 비리와 조직사유화에 반발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는 이러한 결정에 대해 "터키당구연맹은 '당구와 선수'라는 존재 목적이 아닌 '비즈니스를 위한 개인회사'처럼 운영되었고, 이런 사람들에게 굴복할 수 없어서 스스로 당구를 포기한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힘 있는' 터키당구연맹은 사이그너를 돈만 밝히는 선수로 거짓 선동하여 그의 주장을 깎아내렸고, 사이그너는 이후 7년 동안이나 매장당했다.

터키당구연맹은 사이그너를 당구계 밖으로 내몰았던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전히 선수를 위한 연맹이 아닌, 관계자를 위한 개인회사처럼 운영했다.

물론, 그에 대한 피해는 터키 당구선수들과 당구계 전체가 고스란히 떠안았다.

그러던 중 지난 2014년 5월 10일 터키당구연맹 총회에서 약사 출신 당구선수 어산 에르칸(46)이 새로운 회장이 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사이그너는 당장 보이콧을 철회하고 당구선수 복귀를 선언했다. 터키당구연맹 집행부가 교체되면서 7년 만에 사이그너는 당구 팬들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빌리어즈>가 2014년 8월에 한국을 방문한 사이그너를 만났을 때, 사이그너의 이야기 속에서 '잃어버린 7년'에 대한 아쉬움을 깊게 느껴졌다.

조금 더 일찍 터키당구연맹 집행부가 바뀌었으면 하는 아쉬움이었다.

그가 7년 전 보이콧을 선언했을 때, 만약 터키 당구선수들과 당구계 관계자들이 연맹의 위력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주었다면 변화는 더 빨리 일어났을 것이고, 터키 당구계가 입은 피해는 줄어들었을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그때를 회상하며 사이그너는 "터키당구연맹 집행부는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선수를 장악해야 했고, 가장 영향력 있는 선수를 굴복시키는 모습을 보여주며 권력에 도전하지 말라는 암시를 주었다"라고 떠올렸다.

사이그너가 터키당구연맹 집행부의 퇴진을 요구하며 반기를 들자 집행부는 '철권'을 휘두르며 그와 당구선수들을 겁박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연맹의 조치는 효력이 있었다고 회상한다. 사이그너는 이렇게 그 당시 상황을 표현했다.

"터키 선수들 사이에서 집행부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했고, 그들에게 잘 보이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얄팍한 심리가 꿈틀거렸다"

이러한 여론이 움트면서 터키당구연맹은 '과연 누구 말이 맞는가'라는 진실 공방을 벌이며 시간을 끌었고, 사이그너의 주장은 이처럼 힘 있는 연맹 사람들의 거짓말에 의해 점점 왜곡되어 매도되었다.

각종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며 전성기를 달리던 그가 갑작스럽게 '세계당구대회 출전 보이콧 선언'을 하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터키당구연맹의 마타도어는 불안정한 터키 당구인들의 심리를 파고들어 오히려 대중의 화살이 사이그너에게 향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게 되었다.

터키당구연맹 집행부는 단지 자신들의 쥐꼬리만 한 권력을 지키려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졸렬한 흑색선전까지 펼치며 사이그너라는 간판스타를 당구계 밖으로 철저하게 내몰았다.

이것은 세계 당구계를 충격에 빠트린 사이그너의 세계당구대회 출전 보이콧 선언 이후에도 터키 당구계가 변화하지 못하고 7년을 표류한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사이그너는 2014년 5월에 터키당구연맹 집행부가 바뀌고 7년 만에 세계 무대에 복귀했지만, 오랜 시간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떨어진 경기 감각을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과 금전적인 투자가 필요했다. 사이그너의 경고를 외면했던 터키 당구계는 한국의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와 같은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난 7년과 앞으로 그 이상의 시간을 다시 투자해야 한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사이그너는 터키당구연맹을 사유화하여 선수들을 뒷전으로 내몰고, 스포츠 단체가 아닌 마치 개인회사처럼 운영하며 이익을 나눠 먹던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이런 고육지책까지 택했지만, 터키 당구계가 개혁을 외면하고 권력에 굴복하면서 그 대가는 사이그너와 터키 당구계 모두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터키 당구계는 7년의 세월을 허비하며 중견급 선수 몇 명 외에 이를 대체할 만한 신진 양성에 실패했다.

터키는 앞으로 한국의 조명우(20·실크로드시앤티)와 같은 선수를 키우려면 지나온 7년보다 더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또한, 사이그너도 7년 동안 당구선수로 보장된 수익을 모두 날렸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쌓았던 랭킹은 물론 경기 감각까지 잃었다.

지난달 벨기에 블랑켄베르크에서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사이그너는 무려 11년 만에 결승 무대를 밟았지만, 다시 옛 모습을 회복하기까지 그는 수년 동안의 시간과 금전적인 투자가 필요했다.

당구가 만약 축구나 야구처럼 대중의 주목을 받거나 올림픽과 같은 국제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종목이었다면, 사이그너와 같은 간판스타의 보이콧은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구는 대중을 움직일 만한 영향력이 있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한두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굳게 닫힌 성역'이 결코 열리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시피 한국에도 이와 똑같은 일이 몇 년 전에 있었다.

한국 당구계는 당시 변화를 거부했고, '2008년의 터키'처럼 그 혹독한 대가를 몇 년 동안 계속 치르고 있다.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이 국민의 세금에서 지원받는 선수들의 몫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력향상지원비 등의 국고 지원금과 당구연맹이 '당구'라는 타이틀로 벌어들이는 후원금과 사업비는 여전히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가 없고, 정기총회를 밀실에서 개최하는 등 점점 더 독선적인 운영을 하며 갖은 피해를 당구계에 끼치고 있다.

심각한 분쟁이 벌어진 지금에 와서 그 집행부는 사태의 해결책으로 선수들의 목숨을 담보로 했고, 끝내 선수들의 세계당구대회 출전 금지 조치까지 내리는 있을 수 없는 일까지 일어났다.

일차적으로 포르토 3쿠션 당구월드컵 이후 세계당구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한국 당구선수들이 당장 그 피해를 보게 될 처지에 놓였다.

물론 세계캐롬연맹(UMB)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동안 들었던 여러 가지 충격적인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UMB 역시 '독점 프레임'에 갇혀 본분을 잊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대한당구연맹이나 세계캐롬연맹은 2008년 사이그너가 주장했던 것처럼 '개인 회사'가 아닌 '당구선수를 위한 스포츠 단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단체를 이용해 내 주머니를 채우겠다는 헛된 욕심은 당구계 전체를 망치는 원흉이 된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이그너의 잃어버린 7년'처럼 한국 당구도, 세계 캐롬 당구계도 오래도록 아픔을 겪게 된다.

대한당구연맹은 분명히 변화해야 한다. 고여서 썩은 물은 퍼내지 않으면 전체를 썩게 한다.

남삼현 회장과 대의원들이 결단을 내려 UMB와 협상 테이블에 다시 나설 수 있도록 내부 재정비를 하길 촉구한다.

UMB도 단체의 본분을 지켜 '독점'이 아닌 '공생을 위한 분배'로 규정을 바꾸고 아마추어 스포츠 단체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히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당장 세계 당구계 발등에 떨어진 불은, 지금 두 단체가 벌이는 말도 안 되는 싸움이 아닌 2024년 파리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한다.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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