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찌민 당구월드컵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8강에 진출한 조명우(한체대)는 8강전 마지막 두 이닝에서 연속으로 일어난 불운이 겹쳐 17이닝 만에 35:40으로 분패했다. ⓒ 코줌 스튜디오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블랑켄베르크 당구월드컵 8강에 진출했던 조명우(한체대)가 아쉽게도 '야스퍼스 벽'을 넘지 못했다.

조명우는 전반전 열세를 딛고 후반전 역전에 성공했지만, 경기 막판 중요한 순간에 큐 미스와 종이 한 장 차이 득점 실패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한국시간으로 17일 자정에 시작된 '2018 블랑켄베르크 3쿠션 당구월드컵' 8강전에서 세계랭킹 9위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와 대결한 조명우(세계 16위)는 17이닝 만에 35:40으로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2017 룩소르 3쿠션 당구월드컵' 준결승전에서 12이닝 만에 40:21로 조명우를 꺾었던 야스퍼스는 이번 8강전 초반부터 강공을 퍼부으며 주도권을 잡았다.

야스퍼스는 1이닝부터 3-2-2-7-2-2-1점 등으로 쉬지 않고 득점을 이어가 7이닝까지 19:9로 앞섰다.

이어서 8이닝을 범타로 날린 야스퍼스는 9이닝에서 연속 5득점을 성공하며 24:12 더블 스코어 차이로 전반전을 마쳤다.

경기 초반부터 잘 치고 나간 야스퍼스에 비해 조명우는 큐질은 다소 무뎠다. 그러나 7:18로 지고 있던 7이닝부터 공격력이 살아난 조명우는 2-2-1점 등 5점을 보태며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조명우는 곧바로 후반전 첫 이닝에서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10이닝에서 연속 6득점을 올려 18:24로 거리를 좁힌 조명우는 연속해서 2점, 4점 등을 득점해 12이닝에는 24:29까지 따라갔다.

대반전이 일어난 13이닝, 조명우가 연속 9득점을 올리며 33:30으로 전세를 뒤집으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14이닝은 두 선수 모두 범타로 물러났지만, 15이닝에서는 조명우가 2점, 야스퍼스가 후구에서 4점을 만회하며 35:34의 팽팽한 초접전 양상이 벌어졌다.

그러나 16이닝 공격에서 조명우가 빈쿠션치기를 시도할 때 '불운의 큐 미스'가 일어나면서 중요한 순간의 기회를 아깝게 날렸다.

그나마 자연스럽게 수비가 되어 야스퍼스가 후구 타석에서 빈쿠션치기를 실패한 것은 다행이었다.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는 스무살의 조명우를 상대로 월드컵 8강전에서 진땀 빼는 경기를 했다. 이번 8강전은 세계 3쿠션계를 수십 년 동안이나 호령하고 있는 야스퍼스조차 쩔쩔맬 만큼 성장한 조명우의 활약이 무척 돋보였다. ⓒ 코줌 스튜디오


17이닝에서 조명우는 또 한 번 운이 따르지 않았다. 조명우의 역회전 더블쿠션 공격은 종이 한 장 차이로 아깝게 빗나가며 득점에 실패했고, 이번에는 수비가 되지 않으면서 야스퍼스에게 어렵지 않은 제각돌리기대회전을 내주고 말았다.

이 절호의 기회를 베테랑 야스퍼스가 놓칠 리 없었다. 야스퍼스는 제각돌리기대회전를 시작작으로 옆돌려치기, 뒤돌려치기, 비껴치기, 제각돌리기 등의 포지션을 풀어내며 남아 있던 6점을 차분하게 모두 득점했다.

조명우에게 힘겨운 승리를 거둔 야스퍼스는 40점째 득점 이후 두 손으로 잡은 큐를 번쩍 들어 올려 기쁨을 표현했다.

비록 조명우가 야스퍼스에게 패하긴 했지만, 수십 년 세계 3쿠션계를 호령해온 '사대천왕' 야스퍼스를 월드컵 8강전에서 쩔쩔매도록 만들 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입증한 의미있는 경기였다.

조명우는 이번 블랑켄베르크 대회에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8강 무대를 밟는 활약을 보여주었고, 지난 호찌민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월드컵 8강 성적을 올리며 연일 주가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월드컵 4강과 8강 등의 고비에서 경험이 많지 않았던 조명우는 야스퍼스를 비롯한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 제러미 뷰리(프랑스) 등 톱클래스 선수들의 벽에 부딪혔다.

그러나 이번 야스퍼스와의 8강전에서는 경기 분위기를 끌고 갈 만큼 조명우의 경기 내용은 좋았다. 오히려 백전노장 야스퍼스보다 더 뛰어난 경기운영을 보여줘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조명우의 8강 경기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앞으로 한국의 7번째 3쿠션 당구월드컵 챔피언이 탄생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경기였다"라고 호평했다.
 

'돌아온 챔피언' 세미 사이그너(터키)는 이번 대회 8강전에서 후안 자파타 가르시아(스페인)를 18이닝 만에 40:15로 꺾고 무려 11년 만에 월드컵 4강에 진출했다. 사이그너는 지난 2007년 그리스 코르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얼마 후 터키당구연맹의 내부 비리에 반발하며 수년 동안 선수활동을 중단했다. ⓒ 코줌 스튜디오


같은 시각 벌어진 세계 최강 벨기에의 '마지막 자존심' 에디 멕스와 터키의 타이푼 타스데미르의 8강 경기에서는 초구에 터진 연속 15득점을 발판으로 주도권을 잡은 멕스는 26:25의 살얼음판 승부를 벌이다가 11·12이닝에서 각각 연속 7득점씩 올리며 단 두 번의 공격으로 경기를 마무리해 40:25 승리를 거두었다.

앞서 열린 8강 경기에서는 '돌아온 챔피언' 세미 사이그너(터키)가 후안 자파타 가르시아(스페인)의 돌풍을 18이닝 만에 40:15로 잠재우고 준결승전에 진출했고, '그리스의 기수' 니코스 폴리크로노폴로스는 베트남의 마민깜에게 22이닝 만에 40:24로 승리하며 2년 만에 월드컵 4강 무대를 밟았다.

사이그너는 지난 2007년 그리스 코르푸에서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 이후 무려 11년 만에 월드컵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번 대회 4강이 '사이그너 대 폴리크로노폴로스', '야스퍼스 대 멕스'의 대결로 압축된 가운데 한국시간으로 17일 오후 6시와 8시에 두 경기가 각각 치러질 예정이다.

 

◆ '2018 블랑켄베르크 3쿠션 당구월드컵' 8강 경기결과

조명우 35(17이닝)40 딕 야스퍼스

에디 멕스 40(12이닝)25 타이푼 타스데미르

세미 사이그너 40(18이닝)15 후안 자파타 가르시아

니코스 폴리크로노폴로스 40(22이닝)24 마민깜

 

경기결과 제공=코줌큐스코/UMB 세계캐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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