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그너, 17년 만의 3쿠션 당구월드컵 우승... 통산 7승 달성

2004년 아테네 대회서 쿠드롱 꺾고 마지막 월드컵 우승... 2021년 12월 감격의 우승 맞아

지난 2014년 '7년 공백' 깨고 컴백 "바닥부터 다시 뛸 것"... 7년 후 마침내 우승 차지

세미 사이그너(터키)가 '샤름 엘 셰이크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우승하며 17년 만에 통산 7승을 달성했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세미 사이그너(터키)가 '샤름 엘 셰이크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우승하며 17년 만에 통산 7승을 달성했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빌리어즈=김탁 기자] 17년 만에 세미 사이그너(터키·세계 5위)가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7승을 기록했다.

사이그너는 한국시간으로 5일 새벽에 끝난 '샤름 엘 셰이크 3쿠션 당구월드컵' 결승전에서 '세계 1위'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를 28이닝 만에 50:37로 꺾었다.

지난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프레데릭 쿠드롱(2019년 프로 전향)을 누르고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사이그너는 오랜 세월 누리지 못했던 왕좌에 다시 오르는 감격의 순간을 맞았다.

또한, 사이그너는 터키당구연맹 집행부와 불화로 선수 생활을 스스로 포기했다가 다시 돌아온 지 7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당시 사이그너가 "바닥부터 다시 뛸 것이다. 2년은 랭킹포인트를 쌓아야 한다"라고 말한 지 4년 후 세계랭킹 3위까지 올라왔고, 그로부터 다시 3년 뒤 그는 마침내 왕좌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사이그너는 우승까지 각 라운드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차례로 꺾었다.

32강 리그전 두 번째 경기에서 사메 시덤(이집트)에게 23이닝 만에 29:40으로 뜻밖의 패배를 당하기도 했던 사이그너는 조 2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16강에서 만난 상대는 에디 멕스(벨기에)였다.

사이그너는 이 경기에서 14이닝까지 9:28로 크게 뒤져 이번 대회는 일찌감치 큐를 접는 듯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반전이 일어났다. 사이그너는 연속 7득점, 11득점 등으로 44:45로 따라잡은 뒤 35이닝에서 먼저 끝내기 2득점에 성공하며 50:49로 극적인 드라마를 완성하고 8강에 진출했다.

32강 조별 리그 2위, 16강에서 14이닝 9득점 등 사이그너를 우승 후보로 점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16강에서 반전의 역전승을 거둔 사이그너는 8강과 준결승전을 거치면서 슬슬 제 컨디션을 찾아가는 듯했다.

8강에서는 '뜨는 별' 김준태(경북체육회)와의 대결에서는 팽팽한 힘겨루기에서 승리하며 32이닝 만에 50:37로 이겼고, 준결승전에서는 '사대천왕' 토브욘 블롬달(스웨덴)에게 16이닝 만에 50:22로 대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라왔다.

결승전에서 챔피언포인트를 득점하며 환호성을 내지르는 사이그너.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결승전에서 챔피언포인트를 득점하며 환호성을 내지르는 사이그너.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시상식 단상에 선 입상자들. 왼쪽부터 준우승 딕 야스퍼스, 우승 세미 사이그너, 공동 3위 토브욘 블롬달·최성원.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시상식 단상에 선 입상자들. 왼쪽부터 준우승 딕 야스퍼스, 우승 세미 사이그너, 공동 3위 토브욘 블롬달·최성원.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결승전 상대 '세계 최강' 야스퍼스는 사이그너가 2014년 복귀한 이후 두 번의 큰 경기에서 패배를 안겼다.

2018년 블랑켄베르크 3쿠션 당구월드컵 결승에서 사이그너는 야스퍼스와 대결해 17이닝 만에 33:40으로 졌다.

그해 10월에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다시 만난 야스퍼스는 치열한 승부 끝에 17이닝 만에 37:40으로 사이그너를 꺾었다.

이 두 번의 승부는 사실상 야스퍼스를 위한 리벤지 매치였다. 사이그너는 지난 2001년 콜롬비아 보고타와 200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대회 결승전에서 모두 야스퍼스를 꺾고 3쿠션 당구월드컵을 차지한 바 있다.

야스퍼스와 함께 사대천왕이라 불리는 블롬달, 쿠드롱, 산체스 외에는 아무도 그를 결승전에서 두 번 이상 이긴 선수가 없다.

사이그너는 사대천왕 외에 야스퍼스를 두 번이나 꺾었던 유일한 선수였다.

이번 결승전 승리로 당구월드컵 통산 7승을 일군 사이그너는 그중 3승을 세계 최강자 야스퍼스를 상대로 수확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준우승자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준우승자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공동 3위 최성원(부산체육회)과 토브욘 블롬달(스웨덴).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공동 3위 최성원(부산체육회)과 토브욘 블롬달(스웨덴).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이번 결승전은 초반부터 사이그너의 분위기였다. 중후반에 34:34 동점이 되기도 했지만, 중요한 승부처에서 사이그너의 10점짜리 한 방이 터지면서 얼마 안 가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사이그너는 7이닝까지 12점을 만들며 무난하게 페이스를 이어갔고, 야스퍼스는 단 6점에 그쳐 애버리지 1점에조차 못 미치는 심한 난조를 보였다.

앞선 준결승과 8강전에서도 경기 초반 분위기를 장악하지 못했던 야스퍼스는 이번 결승에서도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사이그너가 점수 절반이 넘어가는 26점을 올린 15이닝까지도 야스퍼스는 여전히 14득점에 그쳤다.

그러나 야스퍼스는 중반 이후에 반드시 득점력이 살아나기 때문에 사이그너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18이닝까지 32:22로 벌어져 있던 점수 차는 야스퍼스의 19이닝 공격에서 연속 7득점이 터지면서 32:29까지 좁혀졌고, 사이그너가 여섯 번의 타석 동안 2득점에 그친 사이에 야스퍼스가 5점을 더 쫓아와 24이닝에서는 34:34 동점이 되고 말았다.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사이그너.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사이그너.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막판에 점수를 따라 잡힌 사이그너가 모든 면에서 불리한 상황이 되었다. 야스퍼스의 집중력은 끝으로 갈수록 더 살아날 것이 분명했다.

25이닝 타석은 사이그너에게 중요한 순간이었다. 사이그너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

사이그너는 곧바로 연속 10득점을 응수해 44:34로 다시 달아났고,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되어 이후 야스퍼스는 세 번의 타석에서 모두 1점짜리 단타를 만회하는 데 그쳤다.

44:37로 17년 만의 우승까지 6점이 필요했던 사이그너는 28이닝에서 운명의 끝내기 6점타에 성공하며 50:37로 승리, 마침내 감격스러운 우승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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