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여건 딛고 제도권 스포츠로 도약한 당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돼야

지난 한 해는 당구계로서는 발전과 혼란이 혼재하는 복잡한 해였다. 그간 당구계가 외연(外緣)을 넓히기 위해 많은 수고를 하기는 했지만, 당구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의 고착으로 기업의 지원을 받아 실업팀을 구성하는 일이나 큰 대회 개최를 위한 스폰서십의 유치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세월 당구인들의 노력으로 당구에 대한 인식 변화와 국민들의 호감이 살아나 대기업들도 서서히 관심을 갖기 시작하게 되었다. 지난해에는 대한당구연맹이 유치한 스폰서십도 큰 액수로 증가했는가 하면, 빌리어즈TV를 비롯한 방송권 계약도 금액이 크게 상승하였다.

특히 괄목할 만한 일로는 국내 유수의 대기업인 LG 유플러스가 당구를 스포츠 마케팅 대상 종목으로 선정함으로써 큰 상금을 걸고 세계적인 유명 당구선수들을 초청한 LG 유플러스컵 3쿠션 마스터스를 개최한 사실이다. 이를 신호탄으로 하여 올해에는 대기업들이 당구를 스포츠 마케팅 종목으로 활용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하게 된다. 앞으로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대한당구연맹을 포함한 당구인들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희망을 안겨준 지난 한 해의 이면에는 또 다른 암울한 그림자가 있었던 당구계였다. 지난 2000년에 창립되어 15년째 아마추어 당구 활성화를 위해 역할을 담당했던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가 조직의 폐쇄성과 일부 임원의 장기적인 조직 사유화로 재정 상태가 완전히 사금고화된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관련한 사건은 사법당국에까지 넘겨지는 불미한 단계에 이르러 해가 바뀐 지금 한창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이 사건이 어떻게 귀결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햇빛의 뒤그늘에 가려진 이면이라 치부하기에는 당구인들에게 너무나 큰 실망을 안겨 준 사건으로서, 우리 모두의 마음을 어둡게 했다. 

올해의 첫 화두는 뭐니해도 체육단체 통합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2월 초에 체육단체 통합준비위원회에서는 새로 탄생하는 통합단체명을 ‘대한체육회’로 결정한 바 있으며, 산하 가맹단체들은 오는 3월 27일까지 통합을 완료해야 한다. 따라서 당구계에서도 이 스케줄에 맞추어 통합 작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통합하는 두 단체의 주체인 대한당구연맹과 협상해야 할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의 내부 사정이 복잡해 실질적인 통합 작업이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스럽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으므로 전국당구연합회의 내분이 원만히 잘 수습되어 협상 테이블에 사람을 내보내 통합을 가시화해야 한다.

체육단체 통합은 한국의 스포츠를 선진화하기 위한 국가의 백년대계의 중요한 사업이다. 역사적인 사업에 한 축으로서 참여하는 당구 종목도 국가의 계획이나, 당구 자체의 발전을 위한 좋은 기회로 활용되어 당구의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기회에 우리가 좌고우면하며 서성거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특히 전국당구연합회는 이런 사실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회장과 전국 대의원들은 연합회와 당구계의 발전에 임한다는 사명감으로 서로 화합하여 통일된 의견을 마련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를 해야 한다. 

필자는 새해 첫 칼럼을 쓰면서 통합되는 새 당구 단체에 주문을 하고 싶은 것이 있다. 당구는 그간 어려운 여건을 딛고 제도권 스포츠로 진입하였다. 여기에는 수많은 당구인들의 땀과 눈물과 피가 담겨 있다. 통합하는 단체를 이끌 회장을 비롯한 중요 집행부 인사들은 이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단체를 사유화하거나 개인의 영달을 목적으로 하여 비리, 불법을 저질러 그것이 문제가 되어 당구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단체를 맡은 사람들은 모든 당구인들의 성실한 직무의 수임자로서 공인(公人)으로서의 투철한 책임 의식을 갖고 임해 주기를 당부한다. 따라서 통합단체의 새 일꾼으로서는 당구에 대한 전문적인 역량을 소유하고 당구 발전에 기여한다는 남다른 사명감을 갖는 사람이라야 하되, 과거 통합 이전에 비리의 혐의가 있거나 조직생활에 부적합한 행동을 한 전력이 있는 자는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 

아무쪼록 2016년 올해는 당구계가 약진하는 해로 우리 당구사에 길이 기록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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