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 인근에서 열린 '2023 로잔 여자 빌리어드 마스터스'. 이 대회는 지난 2013년에 당구의 올림픽 입성을 목표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초청해 매년 IOC에 당구 경기를 직접 보여주겠다는 목적으로 시작돼 10년 동안 대회가 열렸으나, 그사이에 올림픽 도전이 모두 무산되면서 선수들은 노쇠화하고 동력도 잃게 돼 지난해부터 대회 형식을 변형해서 개최하고 있다.  사진=LBM 제공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 인근에서 열린 '2023 로잔 여자 빌리어드 마스터스'. 이 대회는 지난 2013년에 당구의 올림픽 입성을 목표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초청해 매년 IOC에 당구 경기를 직접 보여주겠다는 목적으로 시작돼 10년 동안 대회가 열렸으나, 그사이에 올림픽 도전이 모두 무산되면서 선수들은 노쇠화하고 동력도 잃게 돼 지난해부터 대회 형식을 변형해서 개최하고 있다.  사진=LBM 제공 

"이런 수준의 경기를 세계 최고의 선수들로 포장해서 IOC에 보여주면 오히려 마이너스 아니에요?"

한국 선수 없이 열린 '2023 로잔 여자 빌리어드 마스터스'가 처참한 수준의 경기 내용으로 혹평을 받았다.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스위스 로잔에서는 여자 3쿠션 선수 중 유럽과 일본, 남미 선수 6명을 초청해 리그전과 토너먼트로 우승자를 가렸다.

우승은 여자 3쿠션 세계 1위인 테레사 클롬펜하우어(네덜란드)가 차지했고, 다른 출전 선수들과 큰 기량 차로 모든 경기를 압도하며 전승으로 우승트로피를 차지했다.

지난 19일(한국시간) 밤 10시 30분에 스위스 로잔에 있는 몽베농카지노에서 열린 이번 대회 결승에서 클롬펜하우어는 '세계선수권 준우승자' 니시모토 유코(일본)를 42이닝 만에 30:21로 꺾었다. 준결승에서는 샬럿 쇠렌센(덴마크)에게 33이닝 만에 30:11로 승리했다.

클롬펜하우어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의 선수들이 참혹한 경기력으로 로잔 마스터스의 명성은 물론, 오래 쌓아 올린 여자 3쿠션 당구에 대한 이미지를 오히려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대회 예선 리그전에서 클롬펜하우어는 두 경기 합산 애버리지 1.132를 기록하며 불과 0.7조차 안 되는 다른 선수들을 월등하게 앞서 갔다. 다른 선수들은 60이닝을 훌쩍 넘기는 실력으로 클롬펜하우어와 아예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경기가 이러니 잘 나가던 클롬펜하우어조차도 준결승과 결승에서는 다소 긴장감이 떨어진 듯 점수가 잘 나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우승한 테레사 클롬펜하우어(네덜란드).
이번 대회를 우승한 테레사 클롬펜하우어(네덜란드).

준결승에서는 20이닝까지 20점을 득점하고 1점대 애버리지를 유지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단타가 많아지면서 경기시간이 늘어났다. 또한, 결승에서는 10이닝까지 단 3득점에 그치는 등 니시모토에게 3:10으로 끌려가며 어려운 승부를 이어갔다.

이 때문에 다른 경기는 모두 월등하게 이기고 우승만 놓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다행히 클롬펜하우어는 23이닝부터 2-4-2-1 연속타를 터트려 26이닝에서는 19:17로 승부를 뒤집었고, 42이닝 동안이나 긴 승부를 펼쳐 30:21로 승리를 거뒀다.

니시모토는 평균득점 0.5대로 결승까지 올라와 논란이 됐다. 예선 두 경기는 54이닝과 62이닝으로 승리했고, 준결승에서는 56이닝으로 이겨 결승에 올라온 선수의 애버리지가 0.523이었기 때문.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니시모토는 준결승에서 김하은(충북)에게 20:27로 지고 있다가 30:27(38이닝)로 역전승을 거둔 선수다. 당시 결승에서는 이신영(한국)에게 26이닝 만에 18:30으로 졌다.

이번 로잔 마스터스에서는 불과 0.5대의 애버리지로 결승까지 올라와 평균득점력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클롬펜하우어를 이기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결승에서 예상 밖의 접전이 벌어져 클롬펜하우어의 품에 안길 것이 확실해 보였던 우승트로피의 행방은 결승 막판까지도 알 수가 없었다.

불과 0.523의 경기력으로 결승까지 올라와 논란이 된 니시모토 유코(일본).
불과 0.523의 경기력으로 결승까지 올라와 논란이 된 니시모토 유코(일본).

그러나 25이닝까지 17득점으로 비교적 선전했던 니시모토는 이후 17타석에서 단 4득점에 그치며 급격하게 폼이 떨어졌고, 그 사이에 클롬펜하우어가 4득점 등으로 점수를 쌓아 무려 42이닝 동안이나 펼쳐진 긴 승부에서 30:21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로잔 빌리어드 마스터스는 지난 2013년에 당구의 올림픽 입성을 목표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가 있는 로잔에서 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남자 선수들이 출전해 자웅을 겨뤘으나, 10년 동안 대외적인 성과가 나지 않고 선수들이 노쇠화함에 따라 올림픽 스포츠 종목으로 적합한 이미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난해 25세 이하 팀전으로 바꿔 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한국의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와 손준혁(부천)이 아시아 대표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는 여자 대회로 형식을 바꿔 개최됐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 한국 선수들이 주최 측의 초청을 받지 못해 아무도 나가지 않으면서 세계 수준의 기량에 못 미치는 대회가 열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대회 최장 경기로 62이닝 승리(애버리지 0.483)는 두 차례나 나왔고, 준결승전도 56이닝이나 진행되는 등 클롬펜하우어를 제외한 선수들의 처참한 실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 최장 경기로 62이닝 승리(애버리지 0.483)는 두 차례나 나왔고, 준결승전도 56이닝이나 진행되는 등 클롬펜하우어를 제외한 선수들의 처참한 실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클롬펜하우어 외에는 애버리지 0.7에 도달한 선수가 없을 정도로 처참한 경기 수준으로 역대 최악의 대회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번 대회를 지켜본 당구 팬들은 "초청시합이라면 그래도 실력이 어느 정도 나와야 하는데, 60이닝을 넘게 치고 있으니, 도저히 경기를 볼 수가 없다"고 혹평했고, "이런 경기를 IOC에 보여주면 오히려 마이너스 아닌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국내 관계자는 "한국 선수를 의도적으로 제외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자 3쿠션은 한국을 빼고 대회를 열면 이렇게 되는 것"이라며 "아무리 초청시합이라도 중계를 하는 경기를 이렇게 만들어서 보여주면 종목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나"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사진=LB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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