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가 서울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세계랭킹 1위를 고수하며 여전히 세계 최강자임을 확인했다.   사진=태릉/이용휘 기자
'세계랭킹 1위'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가 서울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세계랭킹 1위를 고수하며 여전히 세계 최강자임을 확인했다.   사진=태릉/이용휘 기자
결승에서 조명우는 준결승 후 대기 시간이 짧았던 에디 멕스(벨기에)의 초반 맹공으로 20분 만에 4:20으로 16점을 뒤지고 시작했다. 조명우는 끝까지 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막판에는 43:48로 5점 차까지 따라잡았다.
결승에서 조명우는 준결승 후 대기 시간이 짧았던 에디 멕스(벨기에)의 초반 맹공으로 20분 만에 4:20으로 16점을 뒤지고 시작했다. 조명우는 끝까지 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막판에는 43:48로 5점 차까지 따라잡았다.

'세계랭킹 1위'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의 당구월드컵 두 번째 정상 정복이 아쉽게 무산됐다.

그러나 이번 서울 당구월드컵 결승에 올라가며 2위와 큰 점수 차로 벌리고 세계 1위 자리를 굳게 지켜 값진 성과를 만들었다.

12일 서울 태릉선수촌 내 승리관에서 열린 '2023 서울 3쿠션 당구월드컵' 결승에서 조명우는 '세계 6위' 에디 멕스(벨기에)와 맞붙었다. 조명우는 멕스를 상대로 전적에서 우세한 유일한 국내 선수다. 

조명우는 지난 2017년 룩소르 3쿠션 당구월드컵 32강에서 멕스와 처음 대결해 16이닝 만에 40:31로 승리했다. 당시 조명우의 나이는 19살. 조명우는 98년생이고, 멕스는 조명우가 태어나기도 전인 97년에 3쿠션 당구월드컵을 우승한 선수다.

조명우가 10대의 나이에 시니어 무대에 등장한 것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3쿠션 세계 무대에 10대 선수가 본선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를 위협하는 일은 90년대 초반 '3쿠션 사대천왕' 중 한 명인 다니엘 산체스(스페인·현 PBA)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

조명우는 세계 무대 데뷔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2016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고 김경률 추모대회 야마니컵'에서 사상 첫 국제무대에 데뷔한 조명우는 불과 18살의 나이로 산체스를 비롯해 김재근, 이충복(이상 현 PBA) 등을 리그전에서 밀어내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전 세계 당구계를 놀라게 했다.

3쿠션 세계 당구계의 새 역사가 그때부터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첫 시니어 무대 출전부터 우승을 덜컥 거머쥔 조명우는 얼마 후 구리 당구월드컵에 출전, 사상 최연소로 본선에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준결승까지 진출하면서 이른 바 '조명우 신드롬'이 시작됐다. 조명우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 사이에서 기피대상 1호 선수였다. 어린 데 세계적인 수준의 공을 구사해 큰 경기에서 만나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선수들은 대진표가 나오면 조명우를 찾기 바빴다.

조명우와 멕스. 이번 2승 1패로 상대전적에서 앞섰던 조명우는 이번 4번째 대결에서 아쉽게 패했다.
조명우와 멕스. 이번 2승 1패로 상대전적에서 앞섰던 조명우는 이번 4번째 대결에서 아쉽게 패했다.
결승전 뱅킹에서 악수를 나누는 조명우와 멕스.
결승전 뱅킹에서 악수를 나누는 조명우와 멕스.

멕스는 조명우에게 2017년 룩소르에서 패한 뒤 2018년 포르토 당구월드컵 32강전에서 다시 만나 21이닝 만에 40:23으로 승리했다. 그리고 2019년 베겔 당구월드컵 32강 조별리그전에서 세 번째 대결을 벌여 16이닝 만에 40:11로 조명우가 멕스를 다시 한번 꺾었다.

상대 전적에서 2승 1패로 앞선 조명우는 이후 군입대로 한동안 세계무대에 서지 못했고, 만기 전역 후 지난해 초부터 다시 3쿠션 당구월드컵에 출전해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에는 이집트에서 사상 첫 당구월드컵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5월 호찌민 당구월드컵에서 결승에 다시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하며 건재함을 보였다. 이번 서울 당구월드컵은 조명우의 개인통산 7번째 준결승전, 세 번째 결승전 무대였다.

아쉬운 점은 조명우가 먼저 준결승전을 치르면서 나중에 결승에 올라온 멕스보다 대기시간이 다소 길었던 점이다. 준결승전을 먼저 치르는 선수는 나중에 경기하는 선수보다 오래 휴식할 수 있지만, 그만큼 팔이 많이 식고 긴장감이 더해지는 단점이 있다.

조명우는 오후 3시 30분경부터 결승전이 시작한 8시까지 4시간 30분 이상을 쉬었고, 멕스는 결승전이 끝난 6시경부터 2시간 안에 다시 경기장에 들어섰다. 

결승전 초반에 멕스는 5-2-7-1-5 등 연속타로 5이닝 만에 20점을 쏟아부었고, 이 순간이 결국 결정타가 됐다. 다시 경기 감을 잡아야 하는 조명우는 5이닝까지 단 4득점에 그쳐 점수는 4:20으로 크게 벌어진 가운데 결승전을 출발해야 했다. 이로 인해 경기 시작 후 불과 20분 만에 승부가 결정된 셈이다.

초반에 벌어진 점수는 경기 막판까지 계속 10점 차 이상으로 유지됐다.
초반에 벌어진 점수는 경기 막판까지 계속 10점 차 이상으로 유지됐다.

조명우는 경기 내내 이 차이를 따라잡기에 바빴다. 6이닝부터 7-5-5 연속타로 17점을 뽑아내며 21점에 도달했는데, 그동안 멕스는 7점을 더 달아나 21:27이 됐다.

후반전 시작 후 조명우가 11이닝까지 세 타석 주춤하는 사이에 점수는 21:31까지 다시 벌어졌다. 조명우는 초반에 벌어진 16점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12이닝부터는 9연타석 득점을 올리며 10점 차까지는 멕스를 따라잡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2점대의 폭발적인 화력을 보여준 조명우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50점제 경기여도 20분 만에 20점을 치고 시작한 상대방을 이기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조명우는 19이닝에서 38:44, 단 6점 차로 좁혔다. 기적에 가까운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앞서 18이닝에서는 스리뱅크 샷으로 1점을 득점한 뒤 공이 일자로 서는 난구가 놓이며 운이 따르지 않았는데, 조명우는 세차게 큐를 밀어서 뒤돌리기 대회전을 기가 막히게 성공시킬 수 있었다.

아쉽게도 마지막 쿠션을 맞은 수구와 제1적구가 충돌이 나면서 득점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19이닝에서 다시 기회를 잡은 조명우는 비껴치기와 어려운 종단 역회전 공격을 성공시키며 2점을 득점, 마침내 6점 차로 따라잡았다.

그런데 다음 제1적구가 쿠션에 거의 붙어 있는 상황에서 시도한 옆돌리기가 길게 빗나가면서 더 공격을 이어가지 못했고, 20이닝 공격에서 멕스가 먼거리의 되돌리기 샷 후 옆돌리기로 계속 포지셔닝하며 4점을 득점해 점수는 38:48로 다시 벌어지게 됐다.

43:48. 조명우가 10점 차를 5점 차로 쫓아갔던 마지막 순간. 아쉽게도 뒤돌리기가 아슬아슬하게 길어지면서 멕스에게 기회가 넘어갔다. 사진은 마지막 21이닝 타석에 나온 멕스와 자리에 앉아서 아쉬워하는 조명우.
43:48. 조명우가 10점 차를 5점 차로 쫓아갔던 마지막 순간. 아쉽게도 뒤돌리기가 아슬아슬하게 길어지면서 멕스에게 기회가 넘어갔다. 사진은 마지막 21이닝 타석에 나온 멕스와 자리에 앉아서 아쉬워하는 조명우.

조명우는 멕스가 2점밖에 남지 않은 최대 위기의 상황에서 10점이 뒤져 있었지만, 끝까지 추격해 5점차로 다시 따라잡았다. 20이닝 후구에서 비껴치기와 길게 비껴치기 등으로 응수해 대거 4점을 뽑았다. 그리고 뒤돌리기로 5점째 득점에 성공하며 점수는 43:48로 좁혀졌다.

조명우도 7점밖에 남지 않아서 멕스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고, 누가 승리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6점째에 조명우가 시도한 뒤돌리기가 아주 약간 길어져서 아슬아슬하게 제2적구를 지나쳐 갔다. 샷이 빗나가자 조명우는 크게 아쉬움을 나타냈다.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

다음 공에서 멕스는 이번 경기 내내 성공률이 좋았던 옆돌리기로 49점에 도달한 다음 길게 비껴치기로 마지막 매치포인트 득점에 성공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멕스는 통산 13번째 우승을 일궜다. 97년을 시작으로 25년의 세월 동안 작성한 기록이다. 총 14번 당구월드컵 결승에 올라와 지난 2008년 이집트 후르가다에서 산체스에게 딱 한 번 패한 것을 제외하고 13번이나 승리를 거둬 결승의 제왕으로 불리던 명성을 이어가게 됐다.

조명우는 세 번째 결승에서 아쉽게 패하며 이번 시즌 두 번의 준우승을 기록했고,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서는 다음 3쿠션 당구월드컵을 준비하게 됐다. 조명우가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샤름 엘 셰이크 3쿠션 당구월드컵은 오는 12월 3일부터 9일까지 이집트에서 개최된다.

한편, 조명우는 이번 서울 당구월드컵 준우승으로 기존 랭킹점수 358점에서 407점으로 오르며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사수하게 됐다. 2위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와의 점수도 68점 차로 크게 벌렸다. 

이번 서울 당구월드컵에서 미래의 주역으로 등장한 정예성(왼쪽)과 세계 정상에 올라 있는 조명우.
이번 서울 당구월드컵에서 미래의 주역으로 등장한 정예성(왼쪽)과 세계 정상에 올라 있는 조명우.
조명우와 그의 연인인 LPBA 선수 용현지.
조명우와 그의 연인인 LPBA 선수 용현지.
조명우 후원사 실크로드시앤티 직원들이 현장에서 조명우의 결승전을 응원했다.
조명우 후원사 실크로드시앤티 직원들이 현장에서 조명우의 결승전을 응원했다.

조명우는 내년 3월 콜롬비아 보고타 당구월드컵까지 두 차례에 걸쳐 8점씩 총 16점이 빠져나가고 새로운 등위에 따른 점수가 산정되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분간 1위 자리를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는 '2002년생 신예' 정예성(서울)이 '3쿠션 사대천왕' 토브욘 블롬달(스웨덴)과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를 차례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하며,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한국은 김행직(전남)과 차명종(인천체육회)을 포함해 젊은 선수 4명이 8강 절반을 차지했고, 김준태(경북체육회)과 최완영(광주)이 16강까지 올라왔다.


(사진=태릉/이용휘 기자)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