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96년생 유망주 샘 반 이튼이 '베겔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네덜란드의 96년생 유망주 샘 반 이튼이 '베겔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네덜란드 샘 반 이튼(27)이 '베겔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그와 한국의 특별한 인연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반 이튼은 27일(한국시간) 새벽에 네덜란드 베겔에서 열린 이번 당구월드컵에서 조별리그 32강전을 B조 1위, 종합순위 2위로 통과하고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역대 3쿠션 종목에서는 반 이튼이 보여준 가장 좋은 활약이다. 조별리그 B조에는 '세계랭킹 1위'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와 '베트남 강호' 타이홍찌엠, 그리고 한국의 '2002년생 다크호스' 정예성(서울)이 포함돼 있었다.

세계랭킹 93위인 반 이튼은 이들과의 승부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3승으로 조 1위를 차지했다. 첫 경기에서 정예성을 28이닝 만에 40:30으로 꺾더니 다음 경기에서 만만치 않은 실력자인 타이홍찌엠을 21이닝 만에 40:32로 제압했다.

심지어 마지막 경기에서는 자네티를 21이닝 만에 40:39로 누르는 기염을 토했다. 자네티는 첫 경기에서 타이홍찌엠에게 20이닝 만에 25:40으로 패했지만, 정예성을 15이닝 만에 40:17로 꺾고 건재함을 과시했다.

1승 1패로 타이홍찌엠과 동률이었던 자네티는 마지막 경기에서 반 이튼을 꺾으면 본선 진출이 가능했다. 정예성을 15이닝 만에 꺾고 애버리지 2.666을 기록했기 때문에 반 이튼과 타이홍찌엠보다 애버리지가 좋아서 조 1위를 노릴 수 있었다.

그런데 반 이튼의 활약으로 자네티의 본선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이 경기 패배로 자네티는 세계랭킹 1위 자리에서도 내려오게 됐다. 2위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보다 3점이 뒤진 355점으로 이번 대회 후 랭킹포인트가 낮아질 예정이다.

1점차로 운명이 갈린 이 승부에서 반 이튼은 경기 내내 끌려가다가 막판에 큐가 폭발해 11점 차의 스코어를 뒤집었다. 자네티의 본격적인 득점 퍼레이드가 시작된 중반 이후 8:2의 점수는 13:24로 역전됐다.

반 이튼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랭킹 1위'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를 40:39, 1점 차로 꺾고 조 1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조 1위로 16강 진출을 노리던 자네티는 1점 차의 분패를 당하며 3위로 밀려 탈락했다.
반 이튼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랭킹 1위'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를 40:39, 1점 차로 꺾고 조 1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조 1위로 16강 진출을 노리던 자네티는 1점 차의 분패를 당하며 3위로 밀려 탈락했다.

후반에 반 이튼이 3-1-4 연속타로 쫓아갔지만, 자네티도 계속 거리를 유지하며 15이닝까지 21:32로 큰 점수 차가 유지됐다. 그러다가 19이닝에서 26:33으로 뒤지던 반 이튼이 9점짜리 한 방으로 35:33으로 역전하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물론, 베테랑인 자네티를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20이닝에서 2점을 달아난 자네티는 21이닝에서 4점을 득점하면서 점수는 다시 35:39. 자네티가 마지막에 시도한 40점째 공격이 허무하게 실패하면서 반 이튼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다시 큐를 잡았다.

이번 공격을 놓치면 기회는 더 오지 않을 듯한 상황이었는데, 반 이튼은 침착하게 옆돌리기를 시작으로 뒤돌리기와 앞돌리기, 길게 비껴치기 등으로 4점을 뽑아 39:39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거의 일직선상에 공 3개가 놓이고 목적구 하나는 코너에 박혀 있어서 쉽지 않았던 이 공을 정확하게 성공시키며 40:39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 한 방으로 인해 자네티는 이번 당구월드컵을 조별리그에서 마감하게 됐다. 같은 시각 열린 타이홍찌엠과 정예성의 승부에서는 타이홍찌엠이 32이닝 만에 40:33으로 승리를 거두고 2승 1패로 조 2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베겔 당구월드컵에서 자네티는 2년 연속 16강행에 실패했다. 지난해에는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과 허정한(경남), 제프리 요리센(네덜란드)에게 발목을 잡혀 1무 2패로 탈락한 바 있고, 이번 대회에서는 반 이튼에게 1점 차이로 패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반 이튼은 이번 대회에 대회조직위원회 와일드카드로 출전했다. 네덜란드는 반 이튼과 요리센에게 와일드카드를 주면서 야스퍼스와 장 폴 더브라윈을 포함해 총 4명이 32강전을 뛰었다. 야스퍼스는 A조 1위와 종합순위 1위(애버리지 2.264)로 16강에 진출했고, 반 이튼이 그 뒤를 이어 애버리지 1.714로 종합순위 2위에 올랐다.

더브라윈까지 2위로 16강 티켓을 따내면서 네덜란드는 오랜만에 3명이나 16강에 올라가는 경사를 맞았다. 반 이튼은 캐롬 종목에서 보크라인과 1쿠션, 3쿠션 등 모든 종목을 뛰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주니어 시절에는 프리게임 유럽챔피언십을 여러 차례 우승했고, 네덜란드 국내대회에서 보크라인 종목에서도 여러 번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반 이튼은 주한네덜란드대사관에 방문해 자신의 고향인 '드레이프'의 홍보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드레이프는 조선시대에 유럽인 최초로 귀화해 무신을 지낸 박연(얀 얀스 벨테브레)의 고향이다.  사진=주한네덜란드대사관 제공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반 이튼은 주한네덜란드대사관에 방문해 자신의 고향인 '드레이프'의 홍보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드레이프는 조선시대에 유럽인 최초로 귀화해 무신을 지낸 박연(얀 얀스 벨테브레)의 고향이다.  사진=주한네덜란드대사관 제공

지난해 8월에 열린 '서울 당구월드컵' 때 한국을 방문했던 반 이튼은 예선 PQ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2패로 탈락했다. 당시에 반 이튼은 주한네덜란드대사관을 방문해 당시 요안너 도르너바르트 대사를 접견하고 자신의 고향인 드레이프의 홍보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드레이프는 조선 후기에 무신을 지낸 박연(네덜란드명 얀 얀스 벨테브레)의 고향이다. 박연은 조선 인조 때 최초로 유럽인 최초로 귀화한 인물이다. 이후 조선에 정착해 병자호란에 참전했고,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여생을 한국에서 마쳤다.

반 이튼은 박연과 같은 마을 출신으로 한국 방문 당시에 뜻깊은 이벤트로 주한네덜란드대사관에 드레이프를 소개하는 홍보물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3쿠션 당구월드컵에 꾸준히 출전하고 있는 반 이튼은 지난 포르투 당구월드컵 최종예선에 진출해 한국의 손준혁(부천)을 31이닝 만에 40:35로 꺾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16강에 올라간 반 이튼은 김행직(전남)과 8강 진출을 다툰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주한네덜란드대사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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