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김행직(전남)이 32강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서 기사회생하며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최근 열세를 보인 베트남의 간판 쩐뀌엣찌엔을 마지막 경기에서 꺾으면서 조 2위에 올랐다.
27일(한국시간) 새벽에 끝난 '베겔 3쿠션 당구월드컵' 본선 32강 조별리그전에서 김행직은 첫 경기 무승부에 이어 다음 경기에서 패하면서 1무 1패로 탈락이 위기에 놓였다.
첫 경기에서 클루망과 40:40(28이닝) 무승부를 기록했고, 다음 경기는 응우옌쩐따인뚜(베트남)에게 36:40(25이닝)으로 패해 16강행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였다.
게다가 마지막 경기는 최근 연달아 패배를 당했던 쩐뀌엣찌엔이었다.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당구월드컵 32강에서 김행직은 쩐뀌엣찌엔에게 24이닝 만에 29:40으로 졌고, 포르투 당구월드컵 8강에서도 24이닝 만에 31:50으로 패한 바 있다.
이날 경기에서 쩐뀌엣찌엔은 응우옌쩐따인뚜(베트남)를 27이닝 만에 40:36, 이어서 피터 클루망(벨기에)을 17이닝 만에 40:22로 꺾고 2승을 거둬 16강행이 확정된 상태였다. 다만, 응우옌쩐따인뚜가 마지막 경기에서 클루망에 승리하고 쩐뀌엣찌엔이 김행직에게 질 경우 조 1위에서 2위로 내려앉을 수 있었다.
따라서 쩐뀌엣찌엔은 2승으로 본선행이 확정된 상황에서도 김행직을 무조건 이겨야 했다. 김행직(1무 1패)은 쩐뀌엣찌엔(2승)을 꺾고, 클루망(1무 1패)이 응우옌쩐따인뚜(1승 1패)를 이기거나 비겨야 조 2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었다.
한국시간으로 27일 새벽 3시에 시작된 이 운명의 승부에서 김행직은 쩐뀌엣찌엔을 21이닝 만에 40:25로 이겼고, 클루망이 응우옌쩐따인뚜를 23이닝 만에 40:35로 꺾으면서 1승 1무 1패가 됐다. 클루망 역시 1승 1무 1패가 됐지만, 김행직이 애버리지 1.567로 클루망(1.500)을 앞서면서 간발의 차로 16강에 진출하게 됐다.
쩐뀌엣찌엔과의 경기에서 중반까지 끌려갔던 김행직은 19:24로 지고 있던 17이닝에서 대거 13점 하이런을 성공시켜 32:24로 승부를 뒤집으면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어렵게 16강에 올라온 김행직은 샘 반 이튼과 8강 진출을 다툰다.
한국은 이날 조별리그에서 김행직을 비롯해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 허정한(경남), 김준태(경북체육회) 등 '톱랭커 4'가 모두 16강에 진출했다.
조명우는 E조에서 첫 경기에 쩐딴룩(베트남)에게 22이닝 만에 36:40으로 졌지만, 배리 반 비어스(네덜란드)와 니코스 폴리크로노폴로스를 각각 40:23(20이닝), 40:24(18이닝)으로 꺾고 2승 1패로 조 1위에 올랐다.
허정한은 D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첫 경기에서 '3쿠션 세계챔피언' 바오프엉빈(베트남)을 16이닝 만에 40:24로 꺾은 허정한은 다음 경기에서 베르카이 카라쿠르트(튀르키예)에게 23이닝 만에 31:40으로 져 16강행이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에서 사미흐 시덤(이집트)에게 25이닝 만에 40:25로 승리를 거두면서 2승 1패로 카라쿠르트(2승 1무)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김준태도 F조에서 극적으로 2위를 차지해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김준태는 첫 경기에서 루벤 레가즈피(스페인)에게 25이닝 만에 35:40으로 졌고, 다음 경기는 고칸 살만(튀르키예)과 27이닝 만에 40:40 무승부를 기록해 1무 1패가 됐다.
탈락 위기에 놓였던 김준태의 마지막 상대는 튀르키예 최강자인 타이푼 타슈데미르. 이 경기에서 김준태는 23이닝 만에 40:35로 타슈데미르를 꺾고 1승을 챙겨 1승 1무 1패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당초 1승 1무였던 타슈데미르는 김준태에게 마지막 경기를 패하면서 동률이 됐고, 애버리지에서 김준태가 1.533으로 타슈데미르(1.437)를 앞서면서 조 2위 자리를 꿰찼다.
G조에서 에디 멕스(벨기에), 제러미 뷰리(프랑스) 등 세계 최강자들과 경쟁한 손준혁(부천)과 서창훈(시흥체육회)는 각각 1승 2패, 1무 2패로 탈락했다. 또한, B조에서 16강 진출을 노렸던 '2002년생 돌풍' 정예성(서울)도 3패를 당해 아쉽게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본선 32강에 총 7명이 올라와 4명이 16강에 진출했고, 네덜란드는 6명 중 3명, 베트남은 5명 중 2명이 16강에 올라갔다. 나머지 7명은 마틴 혼(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 1명씩 진출했다. '세계랭킹 1위'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는 타이홍찌엠과 반 이튼에게 져 1승 2패로 탈락했다.
종합순위에서는 3승과 애버리지 2.264를 기록한 딕 야스퍼스(네덜란드)가 1위, 반 이튼이 1.714로 2위를 차지했고, 멕스(1.764), 카라쿠르트(1.666), 레가즈피(1.558) 순이었다. 조명우는 2승 1패(1.933)로 6위에 올랐다.
27일(한국시간) 오후 7시에 시작하는 16강전에서는 야스퍼스-김준태, 쩐뀌엣찌엔-폴리크로노폴로스, 레가즈피-더브라윈, 카라쿠르트-타이홍찌엠, 멕스-블롬달, 조명우-허정한, 혼-뷰리, 김행직-반 이튼의 승부가 벌어진다.
28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대회는 한국시간으로 29일 자정에 결승전이 시작하며, 남아있는 전 경기 아프리카TV로 생중계된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