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켓볼협회(WPA)가 9일자로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포켓볼 선수들은 5개월 안에 WPA 아니면 WNT 등 미승인대회 출전 등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포켓볼 아마추어 세계단체 WPA와 프로화를 추진하는 영국의 매치룸멀티스포츠 사이의 갈등이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WPA가 이탈 선수들을 징계하는 방안을 총회에서 의결했다. 사진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US오픈 대회 장면.  사진=매치룸멀티스포츠

세계포켓볼협회(WPA)가 월드나인볼투어(WNT)로 선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자격정지'라는 칼을 빼들었다.

프로당구협회(PBA) 출범 이후 선수 제재로 해법을 찾으려 했던 세계캐롬연맹(UMB)와 같은 결론으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포켓볼도 3쿠션(캐롬) 종목처럼 선수들이 양측으로 갈라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WPA는 9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총회에서 "WPA가 승인하지 않는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는 오는 2024년 3월 1일부터 모든 랭킹을 상실하고, 더 이상 국가, 대륙, 글로벌 수준의 이벤트에 참가할 수 없다"고 의결한 사실을 알렸다.

이날 요르겐 샌드맨 사무총장 명의로 '세계포켓볼협회 보도자료(WPA Press Release)'을 발표한 WPA는 "누구도 논의하게 되길 기대하지 않았던 문제, 즉 전 세계적으로 WPA의 승인을 받지 않은 이벤트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문제를 처리해야 했다"며 프로포켓볼을 추진하고 있는 영국의 매치룸멀티스포츠(이하 매치룸)와의 갈등을 논의한 총회 결과를 발표했다.

WPA는 "총회는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당면한 문제에 대해 지속 소통하겠다는 마지막 시도에 관한 보고를 들었지만, 대답은 '아니요' 였다"며 "결국, 총회는 현재 상황을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을 찾지 못했다"고 의결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오랜 숙고 끝에 결론을 내렸다. 선수들에게는 WPA 산하에서 각 국가 및 대륙연맹을 대표할 것인지, 아니면 WPA가 아닌 대회에만 참가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5개월의 시간이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WPA 미승인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는 2024년 3월 1일부터 ▲ WPA 랭킹 상실 ▲ WPA 산하 국가, 대륙 및 글로벌 수준의 대회에 출전 불가 ▲ 다시 WPA 대회 참가를 원할 경우 6개월간 모든 대회 출전 불가 및 소속 국가 연맹에 500달러 벌금 지불" 등 제재 방안을 밝혔다.

세계포켓볼협회(WPA)가 9일자로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포켓볼 선수들은 5개월 안에 WPA 아니면 WNT 등 미승인대회 출전 등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세계포켓볼협회(WPA)가 9일자로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포켓볼 선수들은 5개월 안에 WPA 아니면 WNT 등 미승인대회 출전 등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번 성명을 발표하며 WPA는 "2023 카타르 9볼 오픈과 함께 30만달러가 추가돼 남녀 연간 상금 합계가 500만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했고, "1987년에 결성된 WPA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스포츠당구연맹(WCBS)의 산하에서 포켓볼을 총괄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갈등은 매치룸에서 진행하던 WNT가 점차 확장함에 따라 WPA와 대회 일정이 중복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불거졌다.

WNT는 유럽을 넘어 아시안투어와 오세아니아투어 등 대륙별로 투어 확장을 시작했고, 포켓볼의 프로화를 선언하면서 WPA와 문제가 촉발됐다.

매치룸멀티스포츠에서 WPA 측과 포켓볼 선수들에게 발행한 공문.
매치룸멀티스포츠에서 WPA 측과 포켓볼 선수들에게 발행한 공문.

WPA와 여러 차례 공문을 주고받아 이견을 조율했지만, 거리를 좁히지 못해 논란이 지속됐다. 선수들이나 여론은 대체로 매치룸 측이 우세했다. 특히, 선수들은 WNT 투어의 프로화 선언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매치룸은 지난 8월에는 월드프로나인볼코퍼레이션(WPNPC)을 설립하고 10월에 베트남에서 하노이 오픈을 개최하며 아시아 진출까지 사업을 점점 가속화했다.

WPA는 계속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베트남 하노이에서 대회 주최권을 두고 베트남당구스누커연맹(VBSF)이 체육당국에 대회 취소 요청 공문을 보냈다가 거절당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WPA는 최종 수단으로 '선수 제재'를 칼로 빼 들었고, 매치룸과 WPA 둘 중 하나를 5개월 안에 선택할 것을 선수들에게 강요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WPA는 어제 끝난 '카타르 오픈'의 우승 결과를 알리는 SNS 피드에 댓글을 차단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또한, 전 세계의 선수 및 당구계 인사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WPA 성명이 나온 지 불과 반나절도 되지 않아서 포켓볼 간판스타 쉐인 반 보닝(미국)은 WPA의 결정을 비판하며 "나는 매치룸 대회에만 출전하겠다"라고 이탈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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