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롤모델에서 매탄고 선후배, 그리고 이제는 라이벌로 김행직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조명우(서울시청-실크로드시앤티). 국내외 무대에서 두 선수의 경쟁과 활약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어린 시절 롤모델에서 매탄고 선후배, 그리고 이제는 라이벌로 김행직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조명우(서울시청-실크로드시앤티). 국내외 무대에서 두 선수의 경쟁과 활약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어린 시절 롤모델에서 고교 선후배 사이였다가 이제는 라이벌이 된 묘한 운명의 관계가 있다. 바로 한국 당구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김행직(전남당구연맹)과 조명우(서울시청-실크로드시앤티)의 이야기다.

6살 터울의 두 선수는 주니어 시절부터 한국 당구의 대표 주자였고, 현재는 남자 3쿠션 국내링킹 1, 2위를 다투는 사이가 돼 라이벌로 구도가 더 완연해졌다. 

김행직이 한동안 독주하던 흐름을 최근에 조명우가 깼다. 지난 8월에 열린 경남 고성군수배에서 조명우가 우승하면서 1년여 만에 김행직이 2위로 내려가고, 그 자리를 조명우가 꿰찬 것이 그 예다.

과거 김행직은 조명우의 롤모델이었다. 한국의 주니어 세계챔피언 계보를 이어간 두 선수는 매탄고 선후배 사이였다가 이제는 라이벌이 됐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당구계는 10여 년 전부터 "김행직과 조명우이 크면 두 선수가 한국 당구를 양분하고 대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쩌면 지난 16년 동안 한국 당구는 이러한 결말을 미리 써놓고 달려온 것처럼 뚜렷하게 목표 지점이 보였다. 2007년에 김행직이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면서 첫 그림은 일찌감치 완성됐고, 그 뒤를 이어 조명우가 2023년에 1부의 마지막 장을 장식한 셈이 됐다.

김행직은 4번의 주니어 세계챔피언에 오른 뒤 시니어 무대로 올라와 기록적인 성과를 만들었다. 가장 빛나는 성과는 2017년 포르투와 청주 당구월드컵의 연속 우승.

3쿠션 당구월드컵 역사상 '사대천왕'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당구월드컵을 연속 우승한 선수가 됐다. 또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시즌 챔피언에도 등극했다. 세계랭킹도 2위까지 올라가 모처럼 한국 당구가 세계 정상을 다시 넘보는 계기가 됐다.

조명우는 이런 김행직을 롤모델로 뒤를 밟았다. 김행직의 후배로 매탄고 당구부에 들어간 조명우는 김행직을 따라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세 차례 우승했고, 시니어 무대에서도 김행직 이후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2007년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역대 최연소(15살) 우승 후 최다 우승(4회) 기록을 세웠던 김행직(전남당구연맹)은 2017년부터 시니어 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한국 선수 최다 월드컵 우승', '사대천왕 외 사상 최초 월드컵 연속 우승', '한국 최초 월드컵 시즌 챔피언', '세계랭킹 2위' 등의 숱한 기록을 세우며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해 왔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2007년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역대 최연소(15살) 우승 후 최다 우승(4회) 기록을 세웠던 김행직(전남당구연맹)은 2017년부터 시니어 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한국 선수 최다 월드컵 우승', '사대천왕 외 사상 최초 월드컵 연속 우승', '한국 최초 월드컵 시즌 챔피언', '세계랭킹 2위' 등의 숱한 기록을 세우며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해 왔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조명우는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3회 우승을 차지하며 김행직의 뒤를 이었고, 코로나 시기에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지난해 국내 무대를 평정하며 화려하게 복귀를 신고했다. 또한, 연말에는 이집트 후루가다에서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다니엘 산체스를 꺾고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5월 호찌민 당구월드컵을 준우승하며 세계랭킹 6위까지 올라섰다. 최근 튀르키예에서 개최됐던 3쿠션 세계선수권에서 4강에 진출, 다시 김행직을 이어서 세계랭킹 2위에 올라갔다.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조명우는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3회 우승을 차지하며 김행직의 뒤를 이었고, 코로나 시기에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지난해 국내 무대를 평정하며 화려하게 복귀를 신고했다. 또한, 연말에는 이집트 후루가다에서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다니엘 산체스를 꺾고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5월 호찌민 당구월드컵을 준우승하며 세계랭킹 6위까지 올라섰다. 최근 튀르키예에서 개최됐던 3쿠션 세계선수권에서 4강에 진출, 다시 김행직을 이어서 세계랭킹 2위에 올라갔다.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주니어 무대에서 '2012 김행직'을 2019년에 재현했던 조명우는 이번에는 '2017 김행직'을 2023년에 다시 그려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뒤따라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김행직을 훌쩍 넘어섰다.

김행직과 조명우의 국내랭킹은 지난 8월에 뒤집혔지만, UMB 세계랭킹은 이보다 먼저 순위가 바뀌었다. 조명우가 세계랭킹 6위에 있던 김행직을 따라잡은 것은 올해 5월 열린 호찌민 3쿠션 당구월드컵이었다. 

지난해까지 조명우는 10위권 밖에 있다가 서서히 올라와 9위까지 따라왔고, 5월 28일 호찌민 당구월드컵 준결승에서 마틴 혼(독일)을 꺾고 결승에 올라가며 랭킹포인트 54점을 획득, 단숨에 6위로 치고 올라왔다.

김행직은 앞서 3월에 미국에서 열렸던 라스베이거스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준우승하며 6, 7위권을 유지하다가 조명우의 약진으로 9위까지 밀려났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열린 4차례 당구월드컵에서 조명우는 우승 1회와 준우승 1회를 차지했고, 김행직은 준우승 1회를 기록했다. 최근 튀르키예에서 열린 3쿠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조명우가 준결승까지 올라가며 2위까지 세계랭킹이 수직 상승했다.

김행직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던 조명우는 어느새 그를 넘어설 만큼 폭풍 성장했고, 김행직은 이제 라이벌로 조명우를 맞상대해야 할 만큼 큰 변화가 일어났다.

국내외에서 벌일 두 선수의 경쟁과 승부, 그리고 한국 당구를 이끌 쌍두마차로서 활약이 기대되는 가운데 이들의 진검승부가 이번 전국체전에서 벌어지게 됐다.

두 선수가 오는 11일 시작되는 '제104회 전국체전' 당구 종목 1쿠션과 3쿠션 경기에서 진검승부를 벌인다. 11일 오전 11시 30분에 시작하는 1쿠션 첫 경기(16강전)부터 김행직과 조명우가 대결하고, 13일에는 3쿠션 8강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두 선수가 오는 11일 시작되는 '제104회 전국체전' 당구 종목 1쿠션과 3쿠션 경기에서 진검승부를 벌인다. 11일 오전 11시 30분에 시작하는 1쿠션 첫 경기(16강전)부터 김행직과 조명우가 대결하고, 13일에는 3쿠션 8강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오는 11일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대체육관에서 열리는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당구 종목 경기에서 김행직과 조명우는 주종목인 3쿠션뿐만 아니라 1쿠션까지 맞붙게 돼 캐롬 두 종목에서 우열을 가릴 예정이다.

서울 대표로 출전하는 조명우와 전남 대표로 출전하는 김행직은 대회 첫날인 11일 오전 11시 30분에 시작하는 1쿠션 첫 경기부터 대결이 예고돼 있다. 두 선수는 16강전 대진표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 1쿠션으로 이색 대결을 벌이게 됐다.

또한, 13일에 시작되는 3쿠션 종목에서도 8강에서 만날 확률이 높다. 김행직이 첫 경기에서 유윤현(세종)을 누르고, 조명우가 이범열(경기)을 이기면 8강에서 두 번째 맞대결이 벌어진다. 

전국체전은 아마추어 무대에서 최고의 영예가 걸린 대회다. 따라서 김행직과 조명우가 벌일 이번 승부 역시 길이 남을 명승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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